"장을 보려면 겁부터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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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려면 겁부터 나요"
  • 이혜정
  • 승인 2010.09.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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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채소·과일·어류 등 폭등…서민들 살기 어렵다 '아우성'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한 시민이 1단에 4천원하는
열무를 사려고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장을 보려면 겁부터 나요. 얼마나 올랐는지, 서민들은 살기 정말 힘듭니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 과일, 어류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주부 25년차인 정진옥(50‧남구 주안6동)씨는 얼마 전 가족끼리 삼겹살 파티를 하려다 남편이랑 실랑이를 벌였다. "삼겹살을 먹는 데 상추랑 깻잎이 없네. 마늘도 없는 거야?"라는 남편의 핀잔에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요즘 채소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우리 생활비로 넉넉하게 야채를 사서 먹기 힘들어"라고 정씨는 언성을 높였다.

정씨는 "생활이 그렇게 풍족하지 하지 않아도 그나마 채소 등은 저렴하게 사서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고기값보다 더 비싸다"면서 "채소값이 너무 올라 우리같은 서민들은 마음 편하게 사 먹을 수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정씨처럼 일부 서민들은 급등한 채소값을 감당하지 못해 밥상에서 채소로 만들어진 반찬을 아예 빼거나 반찬에 마늘,  대파, 생강 등 양념재료를 줄이고 있다.
 
주부 김희정씨(45‧남동구 논현동)는 "야채값이 너무 비싸서 사 먹을 엄두가 안 나요. 심지어 마늘 가격이 폭등해 기본 양념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렇다고 야채를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배추김치 대신 부추김치나 겉저리를 해먹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식탁에서 고물가를 체감하는 시민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한 고육책을 마련하고 있다.

2배 가량 오른 채소와 과일 값

인천시 8월 물가모니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지역 내 일부 대형마트에서 배추 3kg 짜리가 2천520원에 팔렸지만, 올들어선 4천960원으로 판매됐다. 무는 1kg 970원에서 2천880원, 마늘(깐마늘) 1kg은 5천960원에서 1만원으로 판매되는 등 가격이 2배 가량 치솟았다.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는 배추 3kg 기준이 지난해 3천500원에서 올해 4천원, 무 1kg은 1천500원에서 2천130원, 마늘(깐마늘) 1kg은 지난해 4천500원에서 8천900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올 여름 폭염과 비로 채소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과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남구 석바위시장 상인에 따르면 올 여름 수박 5kg 짜리는 2만원으로 작년 7천~8천원에 비해 2배 넘게 올랐다. 9kg 짜리 수박은 지난해 1만원~1만2천원에서 올해는 2만6천원~3만5천원에 판매된다.

토마토 1kg은 지난해 2천원에서 올해 4천원, 복숭아 1박스는 2천500원에서 3만2천원, 포도(2kg)는 1만원에서 1만5천원 등 전반적으로 과일값이 껑충 뛰었다.

햇사과와 배 등 제수과일 역시 일교차가 커져 당도는 높지만, 올해는 열대야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20% 가량 올라간 상태다.

어류는 지난해 고등어 1마리가 3천~4천원 선에서 올해 5천~6천원에 판매된다. 오징어는 마리 당 1천500원에서 2천500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1kg에 1만5천원 하던 국내산 참돔은 2배 오른 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밖에 가공식품의 경우 설탕, 과자, 분유 등의 가격이 조금 상승하고 밀가루, 식용유, 라면 등은 소폭 내렸다.

모래내시장의 한 상인은 "채소와 과일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유난히 지난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출하량이 부족한 게 가격급등의 원인"이라며 "추석을 맞아 제수용품 역시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유시장경쟁에서 시 자체적으로 물가를 조절할 순 없지만 시장모니터링을 통해 물량을 최대한 풀어 가격을 안정시키는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려 멍이 든 과일을 떨이로 판매하고 있는 석바위시장 내 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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