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깃들어 더욱 아름다운 교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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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가 깃들어 더욱 아름다운 교동도
  • 박병상
  • 승인 2017.04.1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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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교동도>


저어새가 찾아왔다.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안의 작은 섬에 비좁게 둥지를 틀고 있다. 유수지 밖에 온갖 자동차들이 밤낮없이 질주하고 악취가 떠나지 않는 섬을 10년 가까이 잊지 않고 찾는 이유는 어떤 편안함일까? 송도신도시의 초고층아파트가 병풍처럼 길을 막고 인근 갯벌이 모조리 매립돼 먹잇감이 턱없이 모자라게 사라져도 저어새는 찾아온다. 아마 벌써부터 둥지재료를 모아두며 기다리는 인천 시민이 있기 때문이겠지. 좀 떨어진 시화와 화성에 논이 아직은 살아 있다. 전보다 부족하지만 먹잇감은 있다.

 

2014년 장애인 아시안게임의 상징동물로 천거된 저어새는 인천 앞바다의 무인도를 맴돌다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를 찾은 건 마지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게 인천의 자연환경은 열악한데 예전에 두루미가 드물지 않게 찾았다. 그래서 지금도 인천을 상징하는 두루미는 우리의 속담과 전설에 등장한다. 저어새보다 훨씬 큰 천연기념물 202호 두루미는 언젠가부터 갯벌과 논이 거의 사라진 인천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철새인 두루미와 저어새는 인천 이외 지역을 더 많이 찾는다. 두루미만큼 크고 인천을 근거지로 삼는 새는 이제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다.
 

농경지 인근 마을에 둥지를 치는 황새는 오랜 세월 우리나라의 텃새였지만 1994년 사라졌다. 농민의 보호를 받아왔지만 총을 든 밀렵꾼의 등장으로 급속히 자취를 감췄다. 1971년 마지막 한 쌍의 수컷이 밀렵꾼에 희생되고 남은 암컷이 창경원의 동물원에 수용돼 미수정란을 낳으며 버텼지만 1994년에 생을 마감한 건데, 한국황새생태연구원을 개설한 교원대학교에서 1996년부터 헌신적으로 복원을 연구해 2015년 이후 조금씩 텃새화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예산군을 중심으로 15마리를 방사했고 그 중 4마리가 사고로 죽었으나 새 생명도 4마리 탄생했다.
 

황새 한 쌍이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려면 여의도 절반의 농촌 지역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진단한다.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이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우리보다 먼저 황새를 방사한 일본에서 어린 황새 한 마리가 4년 전부터 김해시 봉하마을로 날아온 것은 전임 대통령이 그 지역을 유기농업 단지로 꾸몄기 때문인데 올해 외면했다. 개발 움직임이 일기 때문인데, 현재 예산군 예당저수지에서 전국으로 흩어진 황새는 유기농업 지역을 필사적으로 찾는다. 방사 전 농약을 피하는 훈련을 했는데 우리나라에 황새를 받을 만큼 여유 있는 농촌이 그만큼 드문 모양이다.

 
   한국황새생태연구원은 인천의 교동도를 주목한다. 황새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넓은 논이 건강할 뿐 아니라 북한의 연백평야와 가깝기 때문이다. 예산군에서 황새를 보호하려 노력하지만 해마다 예닐곱 마리 방사할 황새가 모두 머물 정도로 충분한 면적의 농경지는 확보할 수 없다. 교동도라면 수용이 가능할 수 있다. 교동에 터전을 마련한 황새가 강화도와 인근 옹진군의 도서로 퍼졌다 연백평야로 둥지를 넓힌다면 인천은 황새 정착 지역으로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할 뿐 아니라 남북을 잇는 황새를 매개로 통일의 교두보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1996년부터 러시아와 독일, 그리고 일본에서 황새와 유정란을 연차적으로 도입해 개체수를 150마리 이상으로 늘린 한국황새생태연구원은 체계적으로 방사를 준비했고 점차 방사할 개체를 늘리려고 계획한다. 성공적인 텃새화를 위한 노력인데, 앞으로 증식된 150여 마리 중 일부를 교동도로 옮기고 싶어 한다. 교동도의 연구시설에서 증식하면서 현장 적응훈련을 실시하고 준비를 마치면 방사할 예정인데, 연구가 순조롭다면 2020년을 방사 그 첫해로 기록될 수 있으리라 연구원은 예상한다. 남은 문제는 예산과 대상지가 아니다. 인천시와 강화군에서 황새를 받아들일 적극적인 자세와 주민들의 열린 마음이다.


   교동도에 황새 복원을 위한 생태원을 설립해 일대를 유기농 단지로 조성한다면 교동도는 생물다양성이 풍부 한 논습지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 명성을 떨칠 수 있다. 황새를 복원하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 시는 황새를 보기 위한 관광객이 운집하는 세계적 광광지가 되었다. 방문한 관광객은 황새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면서 지역의 특산품을 흔쾌히 구입한다. 황새를 건강하게 서식하게 유지하기 위한 농민들의 노고를 지원하는 마음의 발로다. 시중보다 고가로 책정된 유기농산물은 지역의 자부심이 포함된 선물이 된다는 것이다.

   청정한 쌀 주산지의 명성을 가진 교동도는 쌀 이외에 쑥과 순무를 비롯해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한다. 북한과 가까워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교동도에 황새가 깃든다면 2미터가 넘는 날개로 남북 긴장관계를 평화롭게 품을 게 틀림없다. 민통선이라 해도 관광객을 제한하는 건 아니지만 교동도의 황새가 연백평야로 퍼져나가며 오고간다면 남북교류도 그만큼 활발해지지 않겠나. 향후 교동도는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게 이끈 지역으로 세계적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황새는 멸종위기 1급으로 보호되는 국제 보호종이다. 따라서 황새가 텃새로 정착하는 교동도는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을 게 틀림없다. 그 시대를 대비해 인천시도 상징동물을 두루미에서 황새로 바꾸는 건 어떨까? 교동도와 강화도를 넘어 인천시민 모두 지금 남동산업단지 유수지를 찾는 저어새 이상으로 황새를 마음껏 반길 수 있다. 드디어 우리나라의 텃새가 된 황새를 사시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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