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으로 골목상권 다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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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M으로 골목상권 다 죽어요!"
  • 이병기
  • 승인 2010.09.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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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첫 일시정지 권고 '미흡'… 이젠 국회서 해결해야 할 때


인천지역 상인·시민사회 단체는 지난 30일 연수구 옥련동에서
'편법 SSM 가맹점에 대한 일시정지 촉구와 9월 정기국회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인 보호'를 촉구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천에서 대형유통업체의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 수퍼마켓) 가맹점 출점에 대해 지자체의 일시정지 권고가 떨어졌다. SSM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법망을 피해가려던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장악이 전국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번 조치는 미흡하다"라고 지적한다. 엄밀히 말해 가맹점에 대한 일시정지 권고가 아닌, 가맹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측이 해명하지 않아 직영점인지 가맹점인지 판단할 수 없음을 이유로 직영점으로 간주해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직영점이든지 가맹점이든지 SSM에 대해서는 시·도지사가 사업조정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았기 때문에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면서 인천시의 조치에 힘을 싣고 있다.

결과적으로 편법 가맹점의 출점이 제한됐다는 측면에서 인천시의 일시정지 권고는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유통업체 SSM에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중소기업청의 일시정지 결정을 이끌어낸 인천이 SSM 입점 저지운동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분석된다.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대규모점포 사업자와 중소상인 간 쟁점이 된 SSM 가맹점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과 갈산점에 대해 사업 일시정지 권고를 지난 3일 삼성테스코(주)에 통보했다.

시는 "중소기업청의 지침상 가맹점은 사업조정대상이 아니므로 시에서 일시정지권고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면서 "시는 지난 7월 말 삼성테스코에 두 매장이 가맹사업으로 위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반박 자료가 도착하지 않았고, 가맹사업이 상생이 아닌 사업조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중소상인 보호차원에서 법령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될 때까지 사업의 일시정지 권고를 조치하게 됐다"면서 "대기업은 문제 해결 없이 가맹점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고, 중소상인들은 SSM 입점으로 경영악화의 심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관련법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가맹점 형태의 SSM을 규제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한나라당의 개정 반대로 표류중이다.

이에 인천지역 상인 대책위는 지난 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천시의 옥련동, 갈산동 가맹점 SSM에 대한 사업일시정지 권고를 환영한다"면서 "타 시·도에서도 좋은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상인 대책위는 "연수구 옥련동은 홈플러스 SSM 직영점에 대해 전국 최초로 사업조정신청을 냈고, 부평 갈산동은 최초의 중기청 사업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진 곳"이라면서 "1년이 지난 올 7월 홈플러스가 일시정지 권고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가맹점 출점을 감행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번 인천시의 결정은 서울,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편법 가맹점 형태로 기습출점을 강행하는 대형유통재벌들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며 "인천시는 앞으로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진일보된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상인들은 지난 5일 홈플러스측이 직영점에서 가맹점 형태의 SSM으로 변경을 위해 공사를 시작한 주안8동에 대해서도 사업조정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천의 SSM 입점 저지운동 시말(始末)

SSM 저지 운동은 대형유통업체가 SSM 출점을 전면적으로 벌이던 작년에 인천을 비롯해 청주와 안양에서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

SSM 입점 반대운동이 진행되면서 연수구 옥련동에서 전국 최초로 지역 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일시정지 권고'라는 좋지 않은 첫 사례로 남고 싶지 않았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자체 보류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후 SSM 입점이 예정된 갈산동에서 신청한 사업조정이 '일시정지 결정'이라는 '쾌거'를 이루면서 전국적으로 SSM에 대한 사업조정신청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이 증가하자 사업조정신청을 담당하던 중기청은 사업조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했다.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인천 사례 이후 상인들이 '사업조정'이라는 무기를 갖게 됐다"면서 "비록 '권고'이기는 하지만 SSM이 진출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인들은 '싸우면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했다.

골목상권 진출이 막힌 대형유통업체들은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직영점으로 운영하려던 SSM을 가맹점 형식으로 전환해 사업조정대상이란 법망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작년 총 9개의 사업조정 신청이 진행됐다. 이 중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7곳으로 가장 많고 롯데슈퍼와 킴스클럽마트가 각각 1곳에 입점을 계획하고 있다.

남동구 서창동 롯데슈퍼의 경우 2009년 10월9일 사업조정을 신청했으나 바로 다음 날인 10일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지기 전 개점을 강행했다. 또 석바위시장 입구에 붙어 있는 킴스클럽마트 역시 중앙회에 신청이 접수되고 하루가 지난 11월7일 문을 열었다.

이로써 인천에서 현재 사업조정이 진행중인 곳은 옥련동과 갈산동을 제외한 주안과 송현동, 남촌동, 부개동, 동춘동 등 5곳이며 모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진행하는 SSM 가맹점은 개인이 1억9800만원을 투자해 운영하면 연간 최저 수익금 약 5500만원을 보장하는 형태다.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일반적으로 SSM 가맹점에선 개점을 위해 80평 규모에 10억원 정도가 들어가고, 2년 정도 계약하게 된다"면서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자영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직영점으로 전환할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슈퍼나 GS슈퍼에 비해 대형마트의 후발주자인 홈플러스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국적으로 SSM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롯데나 GS가 신도시 위주로 개점하는 반면 홈플러스는 골목상권을 장악하려 하기 때문에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제일 많은 분쟁을 안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석은 지난 8월 초 대형마트 규제와 소상공인살리기 인천대책위에서 제시한 'SSM 사업조정 신청현황'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접수된 165건의 SSM 사업조정 신청현황을 살펴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7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롯데슈퍼가 28건, GS슈퍼가 25건을 기록했다.

또 현재까지 사업조정이 진행중인 70곳 중에서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38건으로 입점이 가장 많이 묶여 있었고 GS슈퍼가 13곳,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7곳으로 뒤를 이었다. 

상인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의 동시개정을 통해 동네상권과 전통시장 상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6일 상인들이 SSM 가맹점 입점 내부 공사를 위해 건물 앞까지 설치한
공사 칸막이 앞에서 편법 가맹점의 일시정지 권고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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