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업무지시’의 메시지
상태바
‘3호 업무지시’의 메시지
  • 조경두
  • 승인 2017.06.07 0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칼럼] 조경두 /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천기후환경연구센터장

불과 한 달, 문재인 정부는 변변한 진용조차 갖추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해주었고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3호 업무지시’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을 6월 한 달 동안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6월 1일 0시부터 결행된 8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지 조치에 화답하듯, 일평균 20~50㎍/㎥ 수준을 오락가락하던 전국의 미세먼지(PM2.5) 농도는 6월 들어 10~20㎍/㎥ 수준으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변화는 상당 부분 우호적인 기상요인에 연유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세밀하고 꼼꼼한 모니터링을 통해 그 효과를 분석해봐야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새 정부의 과감한 지성(至誠)에 기상마저 감천(感天)하지 않았나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석탄화력 외의 또 다른 미세먼지 대책도 구체화되길 기대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가동기간이 무려 32~44년이나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는 임기 내에 모두 폐쇄될 예정이다. 그리고 30년 미만 석탄화력발전소 49기는 내년부터 전력 비수기(3~6월) 4개월 동안 교대로 가동을 중단될 것이다. 또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책과 함께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공정률이 10% 미만인 것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과연 과감한 공약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의구심도 많았지만, 한 발짝 한 발짝 진행 중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대통령의 업무지시 이후 한국전력과 5개 발전공기업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존 발전소의 환경설비를 전면 교체하거나 건설 중인 발전소의 환경투자를 증액하는 방안 등으로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를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이다.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9기에 대해 공정 진행율과 무관하게 금년 말 수립 예정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동하여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정부의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면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그동안 투입한 비용에 대한 손실보전의 문제까지 포함하여 후속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손실보전의 문제는 당장은 큰 비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어처구니없는 일탈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관련한 혹독한 국제협약은 조만간 드세어지고 우리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의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해서 건설한 석탄화력발전소는 제 수명만큼도 사용하지도 못한 채, 훨씬 더 많은 추가비용을 감당해야 하거나 폐쇄를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지금의 손실비용에 비해 훨씬 더 큰 사회적 매몰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고,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을수록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사회적 매몰이 되는 시기는 앞당겨지게 될 것이다. 결국 탄소시대의 거대한 유물들은 비싼 비용을 들여 해체하거나 제3의 목적으로 재활용해야 할 골치아픈 구조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시민들의 결집된 목소리로 영흥화력 7, 8호기 증설을 막아낸 성과가 얼마나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이었는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국내의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영흥화력 5, 6호기를 롤-모델로 삼아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투자를 경주할 때, 인천에서는 그동안의 성과에 머물러 있기보다 선도적인 자세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과 어르신 뿐 아니라 이 시대의 경제활동 주역인 청⋅장년들의 건강에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미칠 미세먼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추진과 함께, 영흥화력의 3~6호기에 비해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1, 2호기 뿐 아니라 주거밀집지역이 되어가고 있는 서구의 꽤 오래된 복합화력발전소들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지속가능한 녹색도시 인천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영흥화력발전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