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을 배다리를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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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을 배다리를 상상하다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6.16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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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통신 2 ]"책 읽는 사람들 모습이 멋있어서 책을 읽었어요~"

<인천in>이 6월부터 강영희 시민기자의 ‘배다리 통신’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헌책방 길로 유명한 배다리는 근·현대의 우리 민족의 자취들을 간직한 역사·문화의 길입니다. 또한 도로개설 등 공동체를 해체하는 개발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들로 ‘핫’한 공간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구도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배다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강영희 기자의 눈으로 ‘배다리’의 다양한 모습들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오랜만의 설렘,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제는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다가 꾸루룩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피곤한 출근길에서도 가슴 두근거렸다. 다시 ‘꿈’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꿈을 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이다. 좋아지려는 사람을 기다릴 때의 기분 좋은 긴장감? 설렘? 그런 것들이 밀려들고 있다.
 
어제(6.14) 저녁 '배다리 요일가게'에서는 ‘책방인문학_책과 서점’ 첫 강연이 있었다. 전 서울도서관 관장이자 곧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이 된다는 이용훈씨가 ‘도서관과 서점의 행복한 동행을 꿈꾼다.’는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펼쳤다.

 


사서이자 도서관문화비평가라는 멋진 직업도 있지만 옛 서울시청 건물을 도서관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난 5월 광화문 도시농부시장을 끝내고 ‘이와사키 치히로’ 展을 보기위해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간 기억이 있어 ‘그거!’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맑은 눈망울에 조곤조곤한 말씨로 “책과 서점이, 도서관이 살아남기 위한 키워드는 신뢰-믿음 입니다.”라는 말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질문을 할 줄 알아야 도서관이 필요해요
 

‘현 시대의 도서관과 서점의 위치’라는 PPT를 뒤에 두고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말하는 그는 "전시관 중앙에 의례 있던 대형 출판사 대신 작은 동네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도서관과 서점의 현황으로 이어갔다.
 
4-5만종의 출판물, 도서관 2만 여 곳, 4차 산업혁명, 가짜뉴스, 공유, 책의 물성, 출판의 새로운 경향, 지역성, 출판하는 도서관, 독서실태,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적-TV, 영화, 스포츠에 교과서, 시험, 시간부족 등, 아마존의 언리미티드, 구글북스, 디지털 도서관, 공공서점, 책의 미래,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한 도시 한 책, 독서국가의 탄생, 매력적인 책 읽기, 사적인 서점, 서점의 양극화, 도서정가제, 도서관이 되는 서점, 서점이 되는 도서관, 책문화공간의 장단점, 지역성을 담은 위키백과를 만드는 마을사람들과 도서관, ...
 


@ 갤러리에서 회의중인 주민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사라질 줄 알았던 종이책의 부활과 더불어 많아진 동네 책방과 작은 도서관 그리고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책을 읽기 위한 조건과 환경, 동네 작은 책방의 '3년 살아남기' 고민, 책이 없던 시절에 만든 교과서가 다양하고 풍부한 책읽기 경험을 막고 있는 현실, 스무살 이후 책을 거의 읽지 않거나 못하는 사회, 분별력과 해독력이 떨어지는 성인들, 독서가 필요한 이유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PC 검색이란 게 없는 시절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어떤 궁금증이 있을 때 백과사전을 많이 들춰봤다. 맞닥뜨린 호기심, 궁금증이 풀려도 그대로 덮지 않고 연관된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접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에게 도서관은 그 빨간 백과사전이었구나!’ 싶었다.

 

 

서로 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무지개다리 ‘바이프로스트’
 
나는 교과서를 제외하면 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책보다는 TV, 워크맨, 영화, 컴퓨터, 인터넷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던 이른바 '영상세대'라 불리던 x세대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책에 대한 뭔지 모를 선망이 있었다.
 
어디서든 누구든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은 왠지 멋지게 느껴졌고, 책으로 만나는 다양한 세계는 어떤 여행보다 흥미로웠다. 그 세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강의를 듣다보니 도서관이나 책방, 책방 주인이나 도서관 사서는 마치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무지개다리, 바이프로스트’와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런 내가 프랑스어로 이방인을 읽고 -프랑스어 알파벳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낯선 요즘 시도 읽고, 비문이 많은 글쓰기로 비평도 받고, 헌책들이 둘러싼 공간에서 배다리의 옛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작은 책장 한 뼘을 책방으로 열어보라는 제안도 받고, 글을 써보라는 주문도 받고, 이 도서관이며 출판사, 책, 책방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늘에서 책을 보는 마을 주민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진행된 어르신 인문학_ 배다리 건축에 이야기가 펼쳐졌다. 


신들이 만나는 책이 있는 공간
배다리 책 마을 도서관

 
배다리와 동구는 요즘 공간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도깨비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는 한미서점뿐 아니라 인천양조장을 동구에서 매입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 사람과 이야기가 다양하게 들고나는 요일가게, 배다리 책방학교를 꿈꾸는 조흥상회, 산업도로부지였던 생태공원의 텃밭과 조경, 이십세기약방을 리모델링한 초록한의원이며 옛 한옥을 다듬어 만든 고현재, 100년이 넘은 창영초등학교 건물, 나이 들어가는 책방거리와 책방에 대한 고민,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며 근대문화로 조성사업까지 ‘원도심’을 살리는 ‘공간의 재구성’에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 공간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 도서관이 ‘공동체 공간’이라고 한다면 개인이 쉽게 누릴 수 없는 것들-3D 프린터나 한권의 책을 바로 뽑아주는 인쇄기, 고급스런 탁자와 의자, 특별한 책 같은 것들이 있어 사람들이 찾아들고, 사서에 버금가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심사가 담긴 분야의 다양한 책 - 건축, 음악, 미술, 영화, 우주, 텃밭, 씨앗, 옷, 여행 등 –을 팔며 강좌도 하고 책도 골라준다면 어떨까? 맥주를 마시는 책방, 담배를 피며 책을 읽는 공간도 좋고, 아름다운 책갈피나 책커버를 판다든가, 다양한 글쓰기 강좌도 있고, 음악회를 하는 책방도 있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을사전-위키백과 같은-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그걸 출간하고, ...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출근을 했다.
 
대개는 매일 다니는 곳에 하늘을 보며 날씨를 가늠하고, 작은 변화들을 확인하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무심히 셔터를 누르는 출근길이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사진관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러저러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런 상상을 하며 글을 쓰는 내내 신이 났다. 오랜만에 다시 꿈을 꾸는 나를 발견했다.



@시인 인문학 시간, 90년대 이후의 다양한 시를 읽으며 경향과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시간, 일상의 축제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리 넓지도, 많지도 않은 배다리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듣고 배우고 이야기 할 수 있어 참 좋다. 이곳에 있는 시간이 많아도 그것을 다 누릴 수는 없지만 그럴 기회가 언제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런 기회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작은 마을 곳곳에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일상적으로 만난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마을이 학교가 되고, 교실이 되는 이야기다. 마을 어르신이 강사가 되고, 마을 풍경이 사진이 되고, 마을의 시간이 역사다. 마을의 삶이 세상과 다르지 않고, 그 마을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이라는 도서관'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일상의 축제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허락되길 바란다. 책이 읽히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시간과 여유라고 하는데 그것은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다. 시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이어진다.



주민들의 생활의 흔적이 쌓여 동네의 역사와 문화가 된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개코막걸리' 역시 배다리의 역사이며 문화로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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