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재래시장 활성화 "말로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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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재래시장 활성화 "말로만 하나?"
  • 이혜정
  • 승인 2010.09.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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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방안 절실…상품권도 강제배분 아닌 자율구매로 전환해야

인천 남구의 신기시장.

취재 : 이혜정 기자

"우리 같은 작은 점포 상인들은 정말 죽을 지경이에요. 대형마트 때문에도 힘든데, 물가도 너무 올라 피가 마릅니다."
 
인천 남동구 구월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정길(59)씨의 하소연이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예전과 같지 않다. 더구나 재래시장의 경기는 더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은 "별로"라는 게 상인들의 지적이다. 말만 무성했지, 정작 수많은 이들이 종사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멀기만 하다.

인천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백화점 등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몰리는 걸 어쩌지 못한다. 물론 소비자들은 주차시설과 각종 서비스 등 '편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치솟는 물가 …더 어려워진 재래시장

지난 14일 오후 남동구 모래내시장. 추석 대목을 맞아 잘 익은 오곡백과와 채소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선뜻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손길은 뜸하다. 배추는 한 포기에 5000원, 상추는 1kg에 2만원을 넘어서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 박모(46, 남동구 만수동)씨는 "아시다시피 채소의 경우 모든 게 비싸 사는 게 망설여진다"면서 "요즘 같아선 물가가 너무 올라 정말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이는 "나뿐만 아니고 시민 여러분 다 그럴 거"라며 한숨을 쉬었다.

올 추석 재래시장에서 제수용품 준비에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20만원 선. 지난해보다 3만~4만 원이 더 필요한 셈이어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모래내시장의 한 상인은 "양이 많이 줄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면서 "장사하기가 정말 힘들다"라고 하소연한다.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자 모래내시장과 중앙시장 등 인천의 전통시장들은 무료배달 서비스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경찰도 추석 때까지 시장 주변 주차를 허용하고, 인천시는 추석 전에 재래시장 상품권 20억원 어치를 판매해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경제정책과 담당은 "이번에 시에서 500여개 관내 기관과 단체에 재래시장 상품권 구매 협조공문을 보냈다"면서 "추석 전까지는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래시장 살리기 방안 절실 

인천시는 재래시장을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 상품권, 온누리 상품권 발행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은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인들은 한결같이 더 구체적인 방안모색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한 상인의 얘기에서 그런 절절함이 묻어난다.

"재래시장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추석이 다가와도 걱정이 많아요. 요즘 물가도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돈을 꺼내기를 꺼려하니 너무 힘들어요. 물론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으로 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아주 조금 늘긴 했지만, 설날이나 추석 아니고서야 실질적으로 상품권을 갖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민들이 재래시장 상품권을 갖고 우리 같은 작은 점포로 오는 것도 아니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으로 몰리고 있어 답답하네요. 재래시장이 물건 값은 싸도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정말 죽을 맛이에요."



재래시장 상품권 판매를 유도하려면

인천시는 소비자들의 고급화‧다양화‧주말쇼핑 보편화와 최근 대형마트와 SSM(Super Super Market)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의 상권을 활성화시키겠다며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명절 대목에나 '반짝'했지, 평상시에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들고 오는 소비자들이 별로 없다며 상인들은 시큰둥해 한다.

시의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25억원, 2007년 50억원, 2008년 50억원, 2009년 5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올해는 상반기 60억원, 추석 전후로 20억 어치를 내놓는다고 한다. 시작 연도부터 올 상반기까지 219억1천8백만원 중 미회수 금액은 27억9천700만원에 이른다.

이중 명절(설과 추석)과 평상시 재래시장 상품권 판매액 현황을 보자.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판매액은 219억1천800만원으로 명절(설과 추석)에만 82.1%(180억1천6백만원)에 달한다. 평상시에는 18%에 불과한 셈. 시가 재래시장 이용률을 높이려고 대목인 설과 추석을 전후로 공무원이 중심이 돼 유관기관 기업체, 시민단체 등의 협조를 얻어 판매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 재래시장 상인회 회장은 "침체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명절 때 한시적으로 그치는 게 문제"라며 "일반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품권 자체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유통될 것이고, 상인들 역시 상품권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집중판매 방식이 아닌 상시판매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인조직들이 자율판매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고받는 선물문화 정착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재래시장 상품권은 관내 농협 130개 지점에서 판매하며, 35개 재래시장과 15개 지하상가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구매문의:농협시청지점(032-426-2700), 사용문의:인천상인연합회(032-873-4900), (사)지하도상가연합회(032-522-9015)


재래시장 이용하면 차례 비용 20% 덜 쓴다
24개 추석 용품 비교…재래시장 16만6458원 vs 대형마트 20만9557원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재래시장이 평균 16만6,458원으로 평균 20만9,557원인 대형마트보다 4만3천원 가량(20.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는 8월31일부터 9월1일까지 전국 재래시장 36개와 인근 대형마트 36개를 대상으로 추석 차례용품 24개 품목 대한 가격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품목 24개 중 19개 품목에서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다.

재래시장에서 가격우위를 보이는 품목은 약과(49.1%), 유과(44.7%), 고사리(40.7%), 깐도라지(35.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품목별 재래시장 VS 대형마트 가격비교 (단위 : 원) 
 

지역별 조사결과를 보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차이가 다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래시장은 경기지역이 15만4,533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충남지역이 19만1,059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는 전남지역이 18만7,790원으로 가장 싸고, 대구지역이 22만5,135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가격비교 (단위 : 원) 
 
이번 가격비교 조사를 종합해보면,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 비해 편의성은 다소 떨어지나,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면 할수록 가계지출에 많은 보탬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국민들이 재래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현금으로 구매(3%할인)해 사용하면, 좀 더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면서 "추석 명절을 맞아 서민을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온누리 상품권을 적극 구매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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