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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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며..."
  • 심형진
  • 승인 2017.07.2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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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심형진 / 인천광역시협동조합협의회 회장



“이상(理想)이 일상(日常)이 되도록 상상(想像)하며 함께 걸어가면 길이 된다!”


지난 7월 15일 남동구 소래포구역 근처에서 새로운 협동조합의 탄생을 알리는 창립총회가 있었다. ‘협동조합 마중물 문화광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조합은 서점과 갤러리, 세미나실, 카페, 공연장, 강의실 등을 갖춘 문화복합공간 ‘마중물 문화광장 샘’(이하 마샘)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창립선언서에서 마샘은 “토론하는 시민들이 모여 학습하고 소통하고 상상하는 광장의 매개자가 될 것”이며, “이상이 일상이 되는 상상”을 하는 “시민과 함께 풍요로운 공동체의 길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필자가 이 조합을 주목하는 이유는 둘인데 첫 째, 설립과정이며, 둘 째 지향하는 목적이다.
첫 째, 설립과정을 살펴보면 이 조합은 사단법인 마중물연구소가 주창해온 “이상이 일상이 되게 상상하라”는 모토에 따라 4년여의 내부 토론과 준비 과정을 거쳤다. 4년 이상의 기간은 함께 꿈꾸면 이상이 일상이 될 수 있는 상상력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가면 늦지만 멀리 갈 수 있다”는 협동의 장점을 보여주는 과정이며 협동조합 7원칙 중 하나인 ‘조합원의 민주적 관리’를 설립 이전에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었다. 이것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초기에 정부의 지원을 노리고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협동조합들이 이슬처럼 스러져간 모습과 대비된다. 사전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설립 후의 시행착오는 적어지고, 지속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둘 째, 오랜 토론과 참여로 만들어 낸 조합의 방향이다. 사실 이 부분이 더욱 눈길을 끈다. 조합 설립의 목적이 단순한 이익의 창출이 아닌 “퀴클롭스 괴물을 물리친 오디세우스와 그 병사들처럼....... 시민들의 지혜와 실천을 모아 사회적 위험을 물리치고,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는 당당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근거가 되기를 열망한다.”고 창립선언서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협동조합이 가져야만 하는 사회를 개선하는 결사체로서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있다. 협동조합 가치 중에 평등과 공평이 있는데 이는 앞으로 벌어질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동물의 힘을 이용하는 생산 단계에서 기계의 힘을 이용하는 생산단계로 변환을 한 1차 산업혁명의 결과만큼 대단한 변화가 이루어질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소수로의 부의 집중과 그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심한 경우 인공지능과 IoT, 빅 데이터를 장악한 호모 데우스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인 현 인간종이 로봇 등 기계종으로 대체되면서 1차 산업혁명 시기의 말이 처한 운명 -기계로 대체 되면서 단지 경주용 말이나 육가공용 등으로 전락하면서 그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에 처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우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사회가 공평하고 평등하지 않다면 이러한 상황이 올 가능성은 더욱 높다. 그래서 <협동조합 마중물 문화광장>의 선언이 더욱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우열이 아니라 차이가, 소유가 아니라 소통이, 경쟁이 아니라 연대가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광장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이러한 마중물 선언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적 토대를 이끌고 갈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정신이다. 다름이 차별이 되는 사회, 소유가 존재를 규정하는 사회, 경쟁만이 살 길이라며 모두를 소진시키는 사회, 소통이 아닌 지시와 명령의 사회는 구시대의 해악이다. 개발도상국가의 후진적 사회가 물적으로 선진국을 쫒아갈 때에 필요했을지도 모르는 폐습일 뿐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에게 걸 맞는 정신과 사회체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단지 IoT나 빅 데이터, 인공지능 각각의 발전에 어떻게 동참할 것인가 하는 미시적 대책마련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를 어떻게 개념화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상상력이 필요할 때이다. 최진석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상상력은 철학적 시선의 높이에서, 전략적으로 사고할 때 비로소 나온다.”고 하였다. 협동조합이 갖고 있는 가치들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그리고 연대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상상하는 밑거름으로서 철학적 시선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를 상상할 때 전략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다. 사회적 경제의 기간인 협동조합은 기본법 협동조합 5년차에 더해 개별법 협동조합의 운영경험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로서의 협동조합을 새롭게 하여, 앞으로 올 사회의 상상력으로 작동할 수 있게 노력하여야 한다.
 

상상력을 통해 이상이 일상이 되어 나타난 <협동조합 마중물 문화광장>이 누군가의 이상이 되고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새로운 이상의 끊임없는 순환이 이루어지길, 그래서 ‘호모 데우스에 의한 호모 사피엔스의 절멸’ 같은 상상이 사라지기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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