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전략과 '창조공간'
상태바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과 '창조공간'
  • 양준호
  • 승인 2010.09.26 21: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시평] 양준호 교수 / 인천대 경제학과 · 지속가능발전진흥원 원장
 

-버밍엄의 ‘창조도시론’과 ‘지속가능한 발전’-


문화의 전면적 등장

우리나라 지방자치체가 주로 대규모 건설토목 공사나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지역의 문화를 생산요소로 인식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부흥시킴과 동시에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측면 요소로 설정하는 지역의 문화정책이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복지국가'가 구축됨에 따라 문화정책도 적극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즉 '복지와 문화' 간에 존재하는 상호 강화 작용이라는 일반적 법칙을 유럽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단, 이와 같은 복지정책과 문화정책의 주체는 주로 '국가'였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복지국가'가 후퇴하는 현상이 역력해지면서, 문화정책의 주체가 '국가'에서 '지역'으로 서서히 바뀌게 되었다. 그 사회적 배경으로서는 생태운동, 여성운동, 소수민족 보호운동, 커뮤니티 운동과 같은 1970년대 이후 유럽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이른바 '신사회운동'의 대두를 거론할 수 있다. 즉, 이런 운동에 의해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기존의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실험적 연극집단, 록 음악, 독립영화 등이 등장하여 '문화'의 개념이 매우 크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 확대에 관한 시민들의 요청이 일상화되었다. 즉, 1970년대 이후 유럽에서는 '일시적 정책으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항상적 권리로서의 문화'가 승인되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특권계층의 전유물로 작용했던 예술문화가 이른바 '공공재'로 진화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 유럽에서는 장기불황, 실업문제, 나아가 이민 증대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도시정책 담당자 등이 도시경제 재활성화 정책을 '문화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고려하기 시작했다. 수준 높은 문화와 지역민들의 생활 편의를 담보해줄 수 있는 문화 등이 도시의 격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면서 국제적인 문화 이벤트가 도시의 국제화 전략의 핵심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또 동시에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한 각 지자체는 재정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해 문화산업과 문화 관련 지출에 '경영' 또는 '마케팅' 마인드를 도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문화 경영(Art Management)'이라는 개념이 정착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문화에 대한 보조금(subsidy for Culture)을 대체하고자 '문화투자(Cultural Investment)'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문화에 대한 투자로 장기불황을 극복한 전형적인 사례는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의 핵심어로 '유럽문화도시'를 설정했던 영국의 글래스고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1990년대 유럽에서는 산업구조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정보 및 콘텐츠 산업이 급성장하게 되면서 멀티미디어 아트 또는 디지털 아트 등과 같은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의 육성에 관한 기대가 급속히 높아졌다. 또 예술과 사회 간의 연관 역시 매우 다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직접적인 문화 운용 주체인 아티스트와 교육 및 의료 현장과의 교류 역시 매우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문화'의 전면적 등장 또는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은 유럽 전체의 공통적인 현상이며, 또 이 현상의 사회적 배경 역시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거의 동일한 것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거론하고자 하는 영국 버밍엄에서는 유럽의 여타 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무대예술을 지원하는 '창조공간'이 지역사회 활성화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버밍엄의 '특별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버밍엄의 도시재생 전략과 '창조공간'

적극적인 문화정책에 초점을 맞춘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을 통해 지역의 경제를 살려내고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로서 볼로냐와 버밍엄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볼로냐의 경우는 이전부터 연극과 공연 등의 예술문화가 발전되어 있었으며, 또 이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도 매우 탄탄하여 문화도시로서의 기초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볼로냐와는 참으로 대조적인 도시가 바로 버밍엄이다. 버밍엄은 볼로냐의 역사적 경로의존성과는 전혀 다르게 '매연에 찌든' 중공업도시의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버밍엄이었기에, 이 도시가 중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펼친 문화정책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산업혁명기 이후 '세계의 쇠 공장'으로 불리며 금속제품, 자동차, 전기제품을 만드는 공장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버밍엄은 1970년대에 들어와 국제 시장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공장 폐쇄와 회사 부도 등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또 산업구조의 고도화에도 실패하면서, 결국 그 후 오랜 기간에 걸친 도시 쇠퇴 현상이 계속되었다. 즉, 산업혁명 이후 주목받던 공업도시에 남은 것은 캐캐한 매연과 축 처져버린 공장들, 그리고 암울한 도시 분위기뿐이었다. 버밍엄의 산업활동이 피크에 달했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시기에는 도심부에 도서관, 미술관, 공원, 예술학교 등이 만들어져 레파토리 극장과 오케스트라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적 일찍 그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때만 해도 '잘 나가던' 도시였다.

그런데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버밍엄은 도시 교외에 다세대 집합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또 도로와 주차장을 정비하고자 했던 '건설토목' 중심의 도시개발정책을 거세게 추진하였다. 이 때문에 버밍엄 중심지의 현저한 공동화와 쇠퇴가 초래되었고, 결국 기성 시가지의 정주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해버리는 이른바 '이너 시티(inner city)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지속되었던 불황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여 실업자가 급격하게 늘고, 시민들의 생활수준이 저하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정부 관료들에 의해 주도되어 온 도시개발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바로 이 때문에 시정부가 시행하고 있던 건설 토목 공사 중심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1988년에 제안된 '사람 중심의 도심 재생 전략'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타이틀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결국 버밍엄의 도시 개발 또는 도시 활성화 방식의 패러다임이 '사람을 중시하고' '내부로부터 성장 모티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기에 이르렀다.


버밍험의 문화주도형 도시재생.

중심부 시가지로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고, 미술관과 컨벤션 홀을 적극적으로 정비하였다. 동시에 산업 유산으로 볼 수 있는 운하의 보존과 복원을 통해 보트를 활용한  운하 유람을 개시하는 등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던 방식의 각종 도심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버밍엄의 진정한 도심재생이 이 같은 중심부 시가지의 물리적인 개조 또는 증축뿐만 아니라, 각 지구가 예부터 갖고 있던 고유한 분위기와 활기를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젠 영국 자본주의의 황금기 때 크게 공헌했던 공장들이 즐비해 있는 버밍엄의 공장지대에 위치한 카스타드 공장(the Custard Factory)에서조차 진정한 도시재생을 통한 밝은 분위기와 창조적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예부터 카스타드를 만들어 온 이 공장의 외벽이나 주변 지역을 살펴보면, 지금도 버밍엄의 중공업 전성시대를 연상시켜 줄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이 공장부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문화와 사람을 고려한 새 단장이 이루어져 있다. 이는 1992년 이후에 버밍엄의 SPACE(the Space Organization, SPACE는 the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Artistic and Creative Enterprise의 약자)로 불리는 민간단체가 약 2,000만 파운드를 들여 카스타드 공장지대의 재개발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SPACE는 앞서 거론한 '이너 시티(inner city) 문제'에 직면한 지역의 재생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인데, 소규모 예술단체와 개인 예술가들에게 스튜디오 등의 작업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SPACE는 위에서 거론한 카스타드 공장부지 내 일부 공간을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같은 SPACE의 문화를 중심으로 한 재개발 사업 덕분에 암울한 공장부지 내에 한 달 만에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작업공간에서 예술가들 간, 그리고 예술가와 일반 시민 간 교류가 이루어졌다. 바로 이런 교류에 의해 창조적인 공간(Creative Space)이 태어나게 되었는데, 이 카스타드 공장이야말로 창조적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약 400명에 달하는 예술가들이 250개 정도의 스튜디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임대료는 1주일에 18파운드(약 3만3천원)로 버밍엄 평균 임대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카스타드 공장 내에는 스튜디오 이외에도 극장, 아트 갤러리, 오케스트라 리허설 룸, 댄스 홀, 레스토랑, 커피숍, 상점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 이 일대 다른 공장부지 내에도 더 많은 스튜디오와 예술 계통의 대학생을 위한 아파트, 재즈 클럽, 영화관 등의 시설을 정비할 예정이다. 카스타드 공장의 재개발은 2001년에 완성되었는데, 그 당시 약 1,000명의 예술가들을 위해 무려 7만6,200평방미터에 이르는 작업 공간을 제공하였다. 결국 '창조적 공간'을 매개로 사람이 모이고 또 사람이 모임으로써 암울했던 중공업 지역에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공헌하게 되었던 것이다.

카스타드 공장과 같은 '예술과 미디어의 거리(Arts & Media Quarter)'는 현재 영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SPACE의 재개발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카스타드 공장이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곳은 청년들이 놀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교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둘째, '예술과 미디어의 거리'에서는 청년들이 다양한 예술을 체득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장래에는 전문 예술가로서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즉, 문화를 매개로 하여 재개발된 이곳은 시민에 의한 자유로운 '직업훈련'의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SPACE는 카스타드 공장부지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전시회, 아트 쇼, 연주회, 연극 공연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여 예상되는 구매자들에게 이들의 작품이나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SPACE는 카스타드 공장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정보제공과 비즈니스 어드바이스와 같은 컨설팅 역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1989년부터 1990년까지의 2년 동안 버밍엄 시의회는 새로운 예술-문화정책을 내놓았다. 이전에 시의 예술과 문화 정책에 관여하던 시의회의 형식적인 각 위원회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목표로 한 더 새로운 예술-문화-경제 소위원회(Arts, Culture, Economy Sub-Committee, 이하 ACE)가 1989년에 설립되어 1990년 3월에 ACE는 시의회의 '예술-문화 전략(Arts and Cultural Strategy, 이하 ACS)'을 승인하였다. ACS의 내용 중에는 예술과 문화산업의 진흥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를 재개발한다는 목적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또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버밍엄 시민의 삶의 질 향상, 청년에 대한 예술 관련 교육 및 연수, 도시환경 및 이미지의 개선, 도시 커뮤니티의 재생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ACS 근저에 깔린 발상은 바로 신규 소규모 예술단체와 개인 청년 예술가들에게 지방자치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이 높은 문화산업 및 관련 사업을 진흥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발상은 벤처 비즈니스 육성책과 거의 통일한 맥락으로, 시의회가 문화적인 인큐베이터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이 경우, 예술과 문화 산업의 진흥에 투입되는 시의 재원은 보조금 또는 조성금의 형태가 아니라 투자로서 지급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버밍엄이 문화와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도시재생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큰 교환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투자대상으로 위치를 설정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같은 버밍엄의 '문화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는 높지만, 이 투자가 성공하게 되면 높은 리턴(수익)을 얻을 수 있다. 버밍엄 시의회가 일부 유명한 예술단체(Birmingham Contemporary Music Group, City of Birmingham Touring Opera, Ex Cathedra and Black Voice)를 위해 촉매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나아가 1992년에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1990년의 예술 및 문화 산업의 수익은 시정부가 예술 및 문화 산업의 진흥을 위해 투입한 금액의 약 6배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버밍엄의 예술과 문화 산업 진흥을 위한 여러 시책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특징을 갖고 있으며, 또 이 같은 특징들이 시의회 문화정책의 성공 열쇠로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버밍엄 시의회와 민간기업, 그리고 비영리단체 간 '멀티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버밍엄 시의회가 연극, 클래식 음악, 오페라, 발레 등의 고전적인 예술뿐만 아니라 영화, 록 뮤직, 댄스, 디자인, 패션, 현대연극, 출판과 같은 젊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예술과 문화 산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문화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던 관계로, 청년들을 위한 예술작품 서비스 생산을 점차 민간단체나 제3섹터에 위임하게 되었다. 상품화할 수 있는 예술작품 서비스, 또는 엔터테인먼트, 유연성, 클릭 리스폰스(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에서 판매까지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삭감하여 판매가격을 내려 소비자에게 환원하고자 하는 사고방식),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 등과 같은 특성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민간과 비영리단체에 위임하는 경향이 현저해졌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버밍엄시의 이미지 개선 캠페인(마케팅과 홍보를 중심으로 하는)을 BMP(Birmingham Marketing Partnership)라는 민간 기업에 위탁을 한 것과 또 중심부 시가지의 재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Land Design Research와 Ove Arup, MVA와 같은 민간 컨설팅 회사에 전적으로 맡긴 것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예술작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매우 높게 끌어올리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92년에 버밍엄시는 '아트 2000'으로 불리는 영국 중앙정부의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영국의 음악도시'로 지정되었던 관계로, 다양한 음악 이벤트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버밍엄시 외부의 뮤지션이나 밴드를 불러 오는 것이 아니라 버밍엄시 내부의 아티스트들에게 연주를 의뢰했다. 나아가 버밍엄에 살고 있는 비 유럽계 소수민족(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 계 이민자들이 버밍엄 인구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음)에게 음악과 댄스, 그리고 퍼포먼스를 의뢰했다. 이 음악 이벤트에 관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벤트에서 연주된 음악 수준이 매우 높다고 평가한 사람이 이벤트를 감상한 사람 중 무려 90%에 달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버밍엄에 소재하고 있는 왕립 버밍엄 발레단(the Birmingham Royal Ballet)과 교향악단(the Symphony Orchestra)은  버밍엄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예술 평론가들에게도 매우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버밍엄시는 예술과 문화 이벤트에 대한 매우 높은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음악도시'라는 이유로 열린 여러 이벤트 중 그 절반이 무료였으며, 그 외의 절반은 10파운드 이하의 매우 저렴한 입장료를 받아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 또 '아트 페스티발 1998'이 열렸던 당시에는 주말 이틀 간 200개 이상의 이벤트가 실시되었는데, 더 많은 주민과 관광객들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이벤트의 입장료를 무료로 하였다.

문화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심 개발을 위한 투자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버밍엄의 도시문화정책은 연극이나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위한 '창조공간'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시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문화산업과 고용을 창출하여 진정한 도시 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버밍엄은 문화 예술을 '지원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지역경제와 도시재생을 위한 '투자'로 생각함으로써 도시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금은 매우 큰 교환가치를 실은 투자의 결실이 거두어지고 있는 중이다. 버밍엄의 사례는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또 재정위기에 처해 있으며, 나아가 오랜 공업도시로 인한 도시의 암울함을 거두어내기 위해 도시재생이 절실한 인천에도 많은 것들을 던져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경제수도'를 지향하여 관련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지역을 개발하고자 하는 전략은 이전 인천시장의 '두바이모델'이나 '명품도시론'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지역개발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 버밍엄이 지향하고 있는 '창조도시론'은 분명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주곤 2010-10-19 21:58:28
모처럼 접하는 좋은 글이군요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