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반성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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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 반성과 책임
  • 장정구
  • 승인 2017.10.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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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굴포천 귤현보>

 

2조7천억원!

2백7십만명이 1백만원씩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경인아라뱃길 건설에 2조7천억원이 들어갔다. 유지관리 비용까지 하면 3조원이 넘는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을 위해 300만 인천시민이 100만원씩 세금을 더 낸 셈이다.

 

0.08퍼센트!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경인아라뱃길의 물동량 목표 달성치이다. 경인아라뱃길의 개통 5년차 물동량 목표가 853만7천톤이었으나 실제로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한 물동량은 7천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홍수조절용 굴포천방수로를 경인운하로 추진할 때 환경단체들은 기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해야 함을 주장했다. 18킬로미터에 불과한 거리를 누가 배로 화물을 나르겠냐며 환경문제 뿐 아니라 비용과 시간, 즉 경제성면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누차 강조했었다. 그런 경인아라뱃길이 목표를 0.08퍼센트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을 이용하지 않는 인천터미널(경인항)에서 하역 또는 선적한 물동량까지 포함하여 목표달성률이 ‘0.8퍼센트’라 이야기한다.

 

49,000!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되는 지난 7월 아라천(경인아라뱃길)의 총대장균 개체수이다. 물환경보전법에 대장균의 물놀이 행위제한 권고기준이 있는데 500(개체수/100ml)이다. 아라천은 기준을 무려 100배 초과한 것이다. 올해는 2월을 제외하고 모두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라뱃길은 2011년 아라천이라는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었다. 2012년 6월, 개통 1주년 맞이하여 환경단체들에서 수질조사를 진행했다. 조사항목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하천수질 기준으로 ‘나쁨’, ‘매우나쁨’이었다. 그런데 당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은 운하로 관리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며 기자들을 불러 시료채취 장면까지 연출했다. 인천시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결국 민관수질공동조사단을 구성했고 지금까지 수질관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10월 25일 현재 아라천 수질도 ‘매우나쁨’이다.

 

요트, 수상택시, 수상버스 등 언제부터인가 아라뱃길에 해양레저가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다. 그러나 해양레저 활성화도 역시 요원해 보인다. 대장균은 물론이고 갈색을 탁한 물빛, 수온이 상승하면 악취까지 발생한다. 아직 해양레저와 수상레저를 즐기기에는 부적합하다. 수질관리목표는 여전히 운하에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까지 좀 더 큰 유람선을 띄우자 한다. 그런다고 과연 아라뱃길이 활성화될까? 현재도 대부분의 요트가 마스트 높이로 인해 한강다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라뱃길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가 마치 여의도까지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아서인 것처럼 이제는 한강의 강바닥을 파내자고 한다.

 

아라뱃길의 시작은 굴포천 방수로였다. 아라뱃길의 첫 번째 기능은 홍수조절이다. 결국 굴포천 물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물류는 처음부터 아니었고 이미 증명되었다. 이제 해양레저의 가능성만이 남아있다. 결국 앞으로의 과제는 수질 개선이다. 그렇다면 아라뱃길로 유입되는 굴포천과 한강의 수질을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포터미널 근처 한강에는 신곡수중보가 있고 굴포천은 아라뱃길에서 귤현보와 U자형 잠관으로 인해 흐름이 정체된다. 하천 수질개선의 장애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보(洑)인 것이다. 아라뱃길과 굴포천, 한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귤현보와 신곡수중보 상시개방 나아가 철거도 고려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 환경단체들에서 무수히 지적했음에도 갑문으로 운하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대책 없이 경인운하 사업을 강행했다. 수질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발뺌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자 은근슬쩍 폭기장치를 설치하고 오염원 연구를 진행했다. 경인운하사업에 대해 아직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사과와 반성 등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 MB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이라 본인들도 어쩔 수 없었다며 비공식 자기고백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개발동맹은 아라뱃길 주변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린벨트해제, 공항시설보호구역해제 등의 군불을 때고 있다. 한편에서는 아라뱃길에 자전거가 많고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찾는다며 더 이상 아라뱃길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한다.

 

환경단체들이라고 길이 18킬로미터, 폭 80미터의 아라뱃길을 다시 흙으로 덮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필자도 미래를 지향하자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책임이 먼저다. 제발 앞으로는 상식이 통하고 수준이 있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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