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지 갈아 끼우는, 도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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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 갈아 끼우는, 도화동
  • 유광식
  • 승인 2017.11.2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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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유광식 / 사진작가
▲ 유광식_철거된 옛)선인체육관 및 쑥골마을_2012

인천에는 과거 사학재단이었던 선인학원이 있었다. 학원이 엄청난 부지를 이용해 많은 학교를 거느리며(?)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동네가 바로 도화동이다. 도화동은 면적의 절반은 학원부지이고, 그 외의 면적에는 공장과 궁핍한 삶을 살던 서민들의 주택이 올망졸망 위치한 곳이다. 1990년대 초, 시·공립화 과정을 거쳐 지금은 그때의 왜곡이 정상화되었다지만, 나는 지금도 그 곳을 마음 편히 돌아다니지 않는다. 한번은 제물포역에서 분식집 골목을 따라 걷다가 골목에 무리지은 학생들을 보고 멈칫했던 적이 있다. 싸늘한 어느 오후 녘, 학교에 있을법한 시간임에도 2~30명의 남자 아이들이 골목사거리에 참새들 마냥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데, 날씨만큼이나 조금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워낙에 학교밀집지역인지라 짱짱한 아이들의 발산이 없진 않겠으나, 주거밀집공간에 얹힌 다소 험악한 분위기가 편히 비칠 리가 없다. 이젠 인천대도 옮겨가고 박문여고도 옮겨가긴 했어도 여전히 많은 남녀학생의 출퇴근 장소인지라, 도화동 제물포역과 버스정류장은 북적이고 있다. 한편 이곳을 돌돌 돌다보면 허기가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장기를 때울 겸 쉴 식당들을 알아두었는데, 종종은 아니어도 가끔 이용하게 된다. 우동집, 중화요리집, 냉면집, 치킨집, 분식집 등 오랜 생활의 터인 만큼이나 맛이 깊게 배인 노포들이 지금도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유광식_수봉산 아래 도화1동 마을의 어느 골목_2016


▲ 유광식_제물포역 북광장 인근 음식골목(분식이 줄고 힘 쓰기 좋은 고기 종류가 많아졌다.)_2017

제물포역에서 철로변을 따라 걷는다. 오고가는 전철소리에 어찌 살까도 싶지만 생의 의지는 끈질긴가 보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아무리 질퍽하고 더워도 집을 짓고 마을을 구성하고 살아가니 말이다. 신기할 따름이다. 다행스러운 마음도 든다. 이곳에는 작년 남구의 마을박물관 2호로 개관한 쑥골박물관이 있다. 잠시 휴관중이지만 마을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운영이 재개될 상황이라고 한다. 미시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요즘이다. 마을의 역사를 캐다 보면 개인사 또한 자연스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향토적 자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인천대학교가 이전하고 본관건물이 타 대학으로 바뀌었지만, 교육이라는 산실에서만큼은 대농토가 도화동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에서 지금의 기록을 잘해 나가야 한다.

▲ 유광식_캠퍼스 꼭대기에서 북쪽으로 내려다 본 풍경. 위로부터 한남정맥-가좌동-수출공단 공장지역-과거 염전터의 도화3동 주택지역-주차장?_2013

도화사거리에서 장고개라 불리는 곳으로 오르다보면 쑥골마을이 있고, 양편에는 도화시장이 자리한다. 이곳엔 과거 지인들의 작업실이 많이 있었다. (발 한 번 디딘 경험이 마지막이 된 경우가 많다.) 한 곳은 사라졌고 한 곳은 물품창고로 전락, 몇몇 상인들의 상점만이 시장으로서의 맥을 잇고 있다. 시장 주변으로는 대단위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고 말이다. 쑥골마을은 쑥대밭이 된지 오래고, 염전의 흔적을 따라 공장들이 즐비해 있다. 6공단 사거리의 ‘공장식사 됩니다.’라는 문구가 왠지 ‘당신의 삶을 지켜줍니다.’라며 의심스럽게 재촉하는 것 같다.


▲ 유광식_도화오?거리(숙골로 폐쇄로 사거리가 되었다.) 근처에 나붙은 각종 현수막_2016


▲ 유광식_도화사거리(맞은 편 맘모스아파트?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_2017

지난 2013년 8월 3일, 선인체육관이 폭파해체되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땅이 열리고 로보트태권V가 나와서 우리를 지켜준다는 이야기 말이다. 옛 선화여상(인천비즈니스고)에는 V자가 있기도 했다. 인천에서라면 어디서 나올지 의견이 분분했겠지만 건축의 모양새가 돔구조였던 선인체육관이 유력시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체육관이 해체되고 땅을 파보니, 거기서 나온 것은 태권V가 아니라 아파트였다. 한편, 해체소식에 대한 관심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높았던 반면, 주변의 쑥골과 철로변 주택들은 허름한 모습 그대로 침묵의 시간에 헛배만 부른 형국이었다. 볕 좋은 구릉지에 자리한 학교들에 비해 주택들은 볕 좁은 자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북쪽의 도화3동 지역이 그랬고, 염전의 영향인지 평평하지만 척박한 삶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들만 보고 있자면 살고자 웃고자 하는 진한 표정 또한 나타난다. 곳곳에서 나누는 어르신들의 평상회담, 선술집의 막걸리 붓는 광경, 야채가게 아저씨의 쇳소리, 학생들의 깔깔깔 소리 등이 도~시를 이루는 음표들이 아니었나 싶다.


▲ 유광식_많은 이들의 관람 속에 폭파해체된 구)선인체육관(2013년 8월 3일 오후 7시경)_2013

인천교 삼거리에서 갸우뚱 돌아보며 오래된 골목을 불나방처럼 찾아 들어가는 나를 보면서 무얼 원하고 원망해야 하는지, 그 심정을 도화동 찬바람에 실어 보내곤 했었다. 오래된 골목이나 주택 못지않게 유심히 보는 것은 바로 건물의 이름들이다. 빌라나 저층 아파트들은 무지개, 황금, 샤니, 장미, 태양, 백조와 같이 대부분 희망적인 이름을 갖고 있었다. 요즘의 아파트 이름에는 무조건 영어이름의 한글표기를 하는 것이 대세인 상황과 대비를 이룬다. 요즘의 세련된(?) 이름 탓에 귀 먹고 눈 어두운 우리의 부모님이야말로 집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는 부모님에 이어 나의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이 밀려온다. 도화3동 새마을금고 앞에는 지금도 오토바이 날치기를 조심하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박한 꿈 또한 날치기 당했을지를 가늠하며 과거적 상황을 그리게 된다. (입 꼬리를 씰룩 해본다.)

▲ 유광식_인천교 삼거리(없어진 체육관보다 더한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햇볕을 가리게 되었다.)_2017


▲ 유광식_인천교 삼거리 부근 도화3동 내 넓은 상가 거리_2017

도화지구 내에는 여러 공기업 사옥과 옛 선인체육관 터에 착공한 아파트가 곧 완공될 전망이다. 완공이 되면 대규모 인구유입이 예상되고, 이로 인한 도화동 일대의 변화는 새로이 적혀야 할 것 같다.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새겨진 장소들을 보면 도화동이 얼룩진 근현대사의 비문 같다는 느낌도 든다. 시대의 변화는 도화동에 새 동력을 유입하고 있다. 그 동력의 유입이 무언가를 영입하면서도, 소박한 삶의 서사를 밀쳐내지는 않을지 유심히 살필 일이다. 숱한 세월이 만들어낸 이야기들과 사건사고들, 조각조각 쓰러진 개인사들이 신규 유입되는 변화의 장막에 쓰러지지 않고, 고개 숙인 벼이삭처럼 시간의 결실이 맺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공사가 다망한 그 공간이 앞으로 어떤 특별함으로 힘을 내어야 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힘내라 도화동!

▲ 유광식_이제는 사라진 쑥골마을의 어느 공장담벼락 벽화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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