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문화공간, 지키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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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문화공간, 지키고 싶었는데...”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12.01 15: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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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해 끝으로 문 닫기로 한 ‘콘서트하우스 현’ 조화현 대표


조화현 콘서트하우스 현 대표. ⓒ배영수



특정 문화예술 공간이 문을 닫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즘 같이 지역 경기가 좀처럼 살아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상황이 가장 클 것이다. 그 ‘경제적 상황’이라는 것도 수백 가지이겠으나, 결국은 ‘돈’과 관련된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것은 공통분모다. 올해 초 신포동의 한 인디 음악 중심의 공연클럽이 결국 문을 닫은 후에도, 인천의 크고 작은 문화중심 공간들이 문을 닫거나 체질을 '개선'해야했다.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겠다고 한 ‘콘서트하우스 현’의 소식은 그중에서도 아쉬움이 큰?지역 문화계 뉴스가 아닐까. 인디 음악이나 재즈 등을 기반으로 공연 등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곳들은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을 기반으로 해 클럽처럼 이끌어왔던 공간은 ‘인디 신의 총집합체’라는 홍대에서도 사례를 찾기가 힘든 경우였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in>은 ‘콘서트하우스 현’의 운영자이자 인천지역의 실내악단 ‘아이신포니에타’의 조화현 대표를 직접 만났다. 예상은 되었지만, 2014년 공간을 오픈한 뒤 단 한 달도 손익분기점을 넘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적잖은 후원자들이 있었던 곳이고, 운영 상황을 파악한 결과 운영의 방만함이 전혀 없었음에도 ‘인천에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이유로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자가 콘서트하우스 현을 찾았을 당시에는, 인천문화재단의 문화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클래식 강좌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배영수



- SNS상에서 갑자기 공간을 접겠다고 소식을 전해서, 이렇게 부리나케 만나러 왔다.

사실 공간 자체의 임대계약은 내년까지 돼 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내놓으려 했는데 소극장 지원사업을 이달까지 받게 됐다. 사실 그것도 출연자 개런티 정도면 끝나는 정도의 지원 비용이라 별 도움이 안 되고, 한두 명 업무 직원들 급여조차 줄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직원들을 ‘4대보험을 두는’ 것으로 두니까 주변에서 돈 좀 벌었느냐, 부자였구나 하는 얘기가 들렸고 이후 인천시를 비롯한 여러 기관단체의 지원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얘기가 들리니까 후원이 필요 없겠다고 판단이 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던 거다. 꼭 앓는 소리를 해야 어려운 줄 아나 싶은 마음이 드니 회의감도 컸다.


- 항상 행복하게 일을 해왔던 것으로 보였는데, 얘길 들어보니 잃은 것도 많아 보인다.

행복했던 건 맞다. 특히 클럽 차원으로 클래식 공연을 하는 장소가 서울서도 흔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 않나. 그 유니크한 지점 때문에 여전히 지키고 싶은 마음은 컸다. 물론 이곳이 재즈공연 하기 좋다는 반응을 얻어내면서 재미있는 지점도 있었지만.


- 공간을 열었던 것이 혹여?남들에겐 '부자'로 보였을까?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구문화회관 상주단체로 있다가 그곳에 ‘비밥’이 공연하겠다고 들어오면서 나가야 했던 것도 물론 그렇겠지만, 학생교육문화회관의 상주단체로도 있었다가 거기서도 떨어져 나가야 했다. 재단 사업도 줄어들면서 아무런 기금 없이 운영을 하게 되면서 근근이 연명하게 된 셈이다. 특히 우리는 연주단체이기도 해서 단원들에게 기본급도 줘야 하는데 기금이 없으면 인천에서는 운영이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 점은 아마 우리 말고도 인천 관내에서 단원들을 데리고 있는 타 문화단체들도 겪는 어려움일 거다.


- 그래도 한때 북콘서트 등을 진행하면서 좀 나아?보일 때도 있었지 않나.

다행히도 북콘서트 기획을 잘 한다는 소문이 나서 여러 지자체들이 북콘서트를 요청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2014년 세월호 참사나 2015년 메르스 등으로 적잖이 무산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그런 사유로 남은 기금들이 다시금 지원되기도 했지만 재차 기금이 줄어들고 끊어지는 시간은 금방 찾아왔다. 특히 올해 운영이 힘든 상황이다.



조화현 대표가 예술감독을 했던 올해 순천만 교향악축제(8.31~9.3). 인구 30만이 채 안 되는 순천에서 4일 동안 열린 이 축제엔 (주최 측 추산치 기준) 무려 5만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배영수


- 결국 인천에서 제대로 쓰임 받지 못하면서 올해와 내년엔 전남 순천서 열리는 교향악축제 예술감독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양가감정’ 같은 게 들기도 하더라.

그때가 9월 초였는데, 당시 <인천in>에서 순천까지 와서 취재를 했던 게 기억난다. 지역 언론사로서 쉽지 않았을 일일 텐데,?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외부에 나가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건 인천의 공직자나 기관 관계자들이 지역 출신 활동가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인천 출신이니 이름도 없는 사람이 아니냐, 그런 사람이 무슨 북콘서트 기획을 하냐”는 등의 소릴 듣기까지 했고... 사실 속상한 일이 많았다. 외부 유명인이 아니면 하찮게 취급하는 게 인천의 현실 같았다.


- 13일 인재개발원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내년에 공간을 부동산에 내놓게 될 텐데, 마음이 착잡할 것 같다.

그래도 문화공간으로서 뜻이 있는 분이 인수를 해주거나 협업 방식으로 운영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놓진 않고 있다.


- 3년여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이야기해?달라.

내가 북콘서트 하면서 음식과 주류를 같이 올리면서 작가와 관객 간 교감을 하는 형식을 많이 취해 왔다. 실제 자신의 산문집에 ‘민어예찬’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던 안도현 작가의 경우 직접 민어와 소성주를 준비해 관객과 함께 나누게 했었는데 그게 특히 기억이 많이 난다. ‘밥상 차리는 시인’으로 유명한 오인태 작가와도 비슷한 형식으로 갔었고.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거다. 국내 최고의 첼리스트 양성원씨의 경우 공연장 선택을 꽤 신중히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공연할 곳으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지역 차원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곳인 만큼 기꺼이 하겠다”면서 서울대 문익주 교수를 반주자로 함께 데려오기도 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씨의 경우 공연 외에도 아이들과 마스터 클래스를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런 지점들이 그래도 내게 큰 힘이 됐다.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인천서는 주로 초청 공연 위주로 활동을 할 것 같고, 올해 성황리에 마쳤던 순천만교향악축제를 내년엔 봄 시즌에 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일찍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인천에서 활동하는 것을 절망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차후를 모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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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거미 2017-12-01 21:32:32
참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문화를 수익이 남느냐 마느냐로 바라보는 관점이 참 ---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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