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할까
상태바
SNS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할까
  • 김찬미
  • 승인 2017.12.04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Social Network Service의 줄임말인 SNS는 인터넷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다른 사람이 댓글을 달게 되기도 하고 인터넷 까페처럼 온라인으로 서로간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SNS는 요즘 많은 청년들이 활발하게 의사소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 SNS를 참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었다.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에는 싸이월드라는 SNS를 통해 일기를 쓰기도 하고 일촌을 만들어 친구들의 싸이월드의 놀러가기도 했다. 가끔은 일기를 쓰다가 감성 가득 담겨 있는 배경음악을 들으며(내가 내 도토리로 구매했었던 음악들...) 글도 더 잘 써지고 나만의 세상이 생긴 기분에 참 좋았다. 그 뒤로 SNS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여러 SNS에 가입하여 오늘은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재밌는 동영상도 보곤 했다. 연락은 끊겼지만 간간히 지인들의 모습을 살피며 반가운 마음에 ‘좋아요’를 누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어느 순간 그렇게 즐겁던 SNS를 통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어딘가에 여행 갔다 오고 난 사진을 올리면 어느샌가 나도 그 곳에 가고 싶어진다. 아니 가고 싶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나도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 시작한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왜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 라고 내 스스로를 자책하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때로는 철없이 남편에게 친구는 이런 것을 했는데 라며 부러운 말투로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그에 대한 해답을 나름 한병철님의 『피로사회』 라는 책을 읽고 답을 찾게 되었다. 피로사회라는 책의 주된 내용은 예전에는 제국주의, 전체주의 같은 사회구조상 사람들이 타인을 차별하고 괴롭게 만들었지만 요즘은 이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가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에 따라 요즘의 SNS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 포장된 내 모습, 전시된 내 모습이라는 구절에 정말 무릎을 치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친했던 친구와 멀어졌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친구와 내가 똑같은 재수시절을 보냈는데 그 때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토요일 오후 한강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고 친구가 ‘저 친구는 놀러다니며 재수하는구나 난 힘들게 공부하는데...’ 라는 생각으로 나에게 마음이 멀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 나는 정말 작은 노량진 고시원에서 4개월 동안 집에 한 번도 못가고 힘들게 공부했었는데... (SNS에는 물론 그런 사진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 때 내가 SNS올린 그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생각나면서 SNS의 기능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진짜 내가 아닌 포장된 내 모습의 기능을 하고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내가 상처받기도 하는 SNS의 역기능이 만연하다고 느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SNS를 보며 우울감이 느낀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며 예쁘고 아기도 잘 키우고, 때로는 일도 잘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고 열등감을 느낀다. 이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다. 열등감으로 우울해진 엄마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또한 엄마들이 휴대폰으로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충분한 상호작용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아이들이 보육기관에 맡겨지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는 주 양육자인 엄마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년시절 활발하게 일을 하다가 갑자기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된 엄마, 남편은 밤 늦게서야 집에 오고 하루 종일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 엄마들의 마음은 너무나도 지쳐있다. (내가 경험해 봤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된다.) 예전처럼 대가족 제도도 아닌 온전히 혼자 봐야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아이는 한순간도 엄마랑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서 외출조차 어렵다. 몸은 점점 지쳐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감옥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엄마들은 집에서 독박육아를 하며 외로움을 SNS로 달래게 된다. SNS로 소통하며 진짜 어른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아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아이에게 반응 없이 SNS를 하며 휴대폰만 만지작거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용기 내어 SNS를 정리하기로 했다. 나와 내 아이와 우리 가족을 위해 집에 오면 신발장에 휴대폰을 넣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건강해질 때까지 SNS를 보며 내 자신을 채찍질 하지 않을 때까지는 중단할 예정이다. 전시되어지는 자아를 구경하지 말고 그냥 온전히 나를 조금 더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내가 다시 SNS를 시작했던 마음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블로그를 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은 교사인 내가 만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7년 째 매년 우리 반 아이들의 이야기, 재밌었던 수업, 그리고 교사로서 감사했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했다. 그리고 나의 두 딸들에 대한 기록도 한 달마다 남기려고 노력한다. 그 때의 마음을 돌아본다. SNS는 분명 나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도구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비교’가 아닌 ‘기록’으로 SNS를 사용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를 보며 나를 채찍질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한 번 SNS를 돌아본다. 나는 이렇게 마음 편안히 정리했더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엄마들은 정말 많이 외롭고 육체적으로 너무나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런 엄마들이 SNS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육아하면서 지지받고 도움 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남겨보며 이 글을 마쳐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