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경기장 위성사진.
취재: 이혜정 기자
"문학경기장 안에 있는 찜질방을 이용하러 왔다가 인근 공원에서 운동도 하고 그래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만난 이상수(49)씨는 웃으면 경기장을 가리켰다. 문학경기장 밖에는 소나무, 잣나무, 명자나무 등 약 33만 그루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은 경기장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운동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에 더 가깝다.
이렇게 많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별 다른 걱정이 없다. 문학경기장에서는 빗물과 유출 지하수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 하루 필요량 130t을 충분히 충당한다.
60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2개의 물탱크.
빗물이용시설, 저탄소 녹생성장으로 가는 길
지난 2001년 9월 개정된 환경부 수도법 시행령 15조에 의하면 지붕 면적 2400㎡ 이상, 관람석 1400석 이상인 운동장‧체육관에는 빗물이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인천시는 2002년 1월 문학경기장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고 잔디와 나무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주경기장 지붕아래 검은 우수관으로 빗물을 모아
흰 우수관을 통해 물탱크로 보낸다.
현재 문학경기장 내 빗물과 유출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은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야구경기장의 잔디 2만7천471㎡. 하루 평균 130t, 월 평균 3천790t의 물이 필요하다. 관리사업소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이틀에 한 번 20분 가량 잔디에 물을 주고 있다.
이곳에 사용되는 물은 빗물과 인근 문학산에서 내려오는 유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빗물은 주경기장 지붕 1만7천500㎡에 내린 빗물을 받아 아래 설치된 검정 우수관을 통해 지하1층 물탱크에 저장된다. 이때 우수관을 통해 들어오는 나뭇잎, 흙, 모래 등과 같은 이물질은 필터를 통해 정수된다.
현재 문학경기장에는 300t 규모의 물탱크 2대가 설치돼 600t의 빗물을 모을 수 있다.
시 담당자는 "전 세계적으로 물안보에 대한 고민이 많은 걸 해결하기 위해 빗물과 지하수를 이용해 환경을 복원하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자연환경을 재활용하는 것은 저탄소·녹색성장을 이끄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낮은 강수량, 유출지하수 적극 이용
그러나 전체적으로 빗물 이용수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2005년까지 4년간 사용한 빗물의 양은 3만4천323㎡ 수준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30t으로 환산을 하면 연 264일 수준이다. 인천의 경우 빗물 이용수가 낮은 것은 강수량이 평균 1170.1mm로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2007년부터 빗물과 유출지하수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2002~2005년에 절감한 상수도 요금 1천400여만원을 3천320만여원으로 상수도 요금을 절감했다.
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빗물만 이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지만, 문학경기장에서 흘러나오는 유출지하수가 하루 평균 3000t 가량 발생해 물절약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곳은 문학경기장를 짓기 훨씬 이전부터 문학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저장해 두는 우물이 있었다"면서 "이 우물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물의 양이 많아 잘 활용해 보자는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하수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땅에 다시 흡수되기 때문에 빗물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겨울철에는 경기장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물탱크에 모인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경기장 내 찜질방과 연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하 1층 물탱크에서 물을 끌어올려 주경기장에 물을 뿌리고 있는 스프링클러.
경기장 내 잔디에 물을 뿌리기 위해 펌프질을 하는 부스타 펌프.
빗물을 조경수로 사용하기 위해 이물질을 정화하는 필터기.
물탱크에 담긴 물의 양을 측정하는 조경수위조절판넬(외부).
물탱크에 담긴 물의 양을 측정하는 조경수위조절판넬(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