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도시를 낯설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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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도시를 낯설게 하는 힘이 된다
  • 이권형
  • 승인 2018.01.1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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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권형 / 음악가


 

작년부터 직장을 잡고 본격적인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한동안의 셰어하우스 생활 끝에 드디어 서울에 월세방을 구했다. 새집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고 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정신없이 지나온 한해를 갈무리하며 통영과 수원을 방문했다. 그곳 역시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 아름다운 정취, 맛있는 음식,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이렇게 한 번씩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팍팍한 서울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 정착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리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을 안다.

 

 7살 때 인천으로 이주해 학창시절을 인천에서 보냈다. 별다른 계기 없이는 인천을 벗어날 일이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과 독립해 인천을 벗어나 산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동선 외에는 특별히 벗어날 일이 없었다. 그때까지 내가 인천에 산다는 것은 그저 주어진 굴레에 가까웠다.

 

 대학을 진학하고 학교가 있는 경기도 안성에서 1년 반 동안 자취 생활을 했다. 당시 나는 학업은 뒷전으로 하고 음악 작업에 더 열중했다. 결국 대학을 그만두고 다시 인천에 머물면서 음악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인천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스스로의 뜻으로 인천에 살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지역을 작업 기반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동네에서 몇 번이고 같은 길을 헤맸다.  그렇게 마주한 인천이 처음엔 낯설고 새로웠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관계에 적응하고, 익숙한 길과 공간이 나타났다. 점점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과, 익숙한 건축물과, 그 도시의 숨겨져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알아갔다. 그러나 좋은 것만 보고 살 수는 없다. 매일 보던 사람들이 싫어지기도 하고, 매일 먹는 음식이 지겨워지고, 이야기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도시에 머물러 살다 보면 처음에는 새롭고 낯설다가도 나중에는 그 도시의 구체적인 면면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것이 보기에 좋든 싫든 간에 말이다. 인천을 음악 작업의 기반으로 여기면서 익숙한 풍경들이 새롭게 보였던 것처럼 음악은 언제나 나에게 도시를 끊임없이 낯설게 만들어주는 힘이었다. 낯섦을 통해 도시를 살아가는 자신의 시선이 생기는 것이다. 도시를 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어느 도시에서의 삶이든 꿈꿔볼 만 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서울 생활이 권태롭게 느껴질 때마다 시를 써보기로 했다. 시를 통해서 팍팍한 도시가 조금 더 새롭게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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