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마을에 도시숲을 만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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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마을에 도시숲을 만들면 어떨까요?
  • 강영희
  • 승인 2018.01.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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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을도, 행정도, 정치도 공부가 필요해! 대화가 필요해!


지난 토요일은 ‘대한’이었다. 예전 같으면 안 춥다가도 추워져 절기가 놀랍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이번엔 영상 6도에 이르는 날씨에 이젠 혹한은 좀 물러갔나 싶었다. 월요일까지 영상 3도-4도의 따뜻한 날씨 속에 따뜻한 겨울비가 내리더니 갑작스레 뚝 떨어진 날씨는 영하 16도(인천 기준), 체감온도 영하 23도에 이르는,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라 한다.

 

그런 날 아침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고, 콧물과 입김이 그대로 언다는 느낌이 든다. 코트 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기에 얼굴이 따갑다는 생각이 들긴 해도 깊은 숨에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는 오히려 상쾌했다. 그 추운 중에 어린이 공원에는 귀여운 아이들 대신 귀여운 참새 떼들이 날개를 반짝이며 ‘짹짹짹짹...’, 할머니가 뿌려주신 두어줌 쌀알을 주워 먹다가, 인기척이 있을 때마다 파드득 나무위로 날아올랐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상을 나누고 소통하는 주민모임

 

지난 1월 18일, 배다리위원회 워크숍이 있었다. 배다리를 떠나 나들이라도 좋고, 강화도 작은 펜션이라도 좋으니 좀 바깥으로 나가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올 한해 마을살이를 어찌할까 하는 고민을 긴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이야기 해볼까 했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다들 시간 내지가 어려워 배다리사랑방에서 진행하게 됐다.

 

소소한 마을살이에도 이웃들이 뭐하는지 외부 사람들보다 모르는 일이 종종 있으니 짧게라도 두어 주에 한 번이라도 만나자. 각자가 무슨 일을 하고 지내는지, 마을에는 무슨 일이 있는지, 문화공간들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이런 내용을 나누고자 만든 게 배다리위원회였다.

 

작년 2월, 갑작스런 ‘경작금지’ 현수막이 텃밭 한 가운데 떡하니 꽂혀지고, 배다리공원 이쪽저쪽에 꽂혀있는 통에 ‘다시 도로를 내려고 하나? 주민들하고의 약속은 어떻게 된 건가?’ 하는 걱정과 우려속에 주민들이 모였고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마을모임이었다.


'배다리는 OO이다!', '배다리에서 하고 싶은게 뭐예요?', '힘든 일은?', '즐거운 일은?' .. 함께 모여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다리 사람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공터에 도시숲을 만들고 싶어요', '주차장이 좀 적어지면 좋겠어', '텃밭 경작물을 팔아보는 건 어떨까?', '어르신들이 안쓰는 옛물건을 문 앞에 두고 파는 골목장터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일상을 흔들고, 주민의 신뢰를 잃어가는 지방행정

 

19세기말 개항 기부터 21세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고 있는 동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있는 인천의 원도심 중 하나인 동구 금창동은 나라가, 시에서, 구에서 뭘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있는 옛 어르신들이 많다.

 

하지만, 50미터 산업도로를 10여 년간 막아내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된 주민들이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그 옛 동네 한 가운데 나무와 꽃, 풀과 벌레들, 새들 그리고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는 ‘배다리 텃밭정원(주민들이 부르는 최근의 명칭)’은 여러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왔고, 무엇인가 도모해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모양이다.

 

내용도 모르는 외지인들은 이 넓은 땅을 왜 놀리냐며 뭐라도 만들기를 바라고, 행정에서는 이 지역의 역사문화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가운데 주민들은 텃밭을 만드네, 공원을 만드네, 도시숲을 만드네, 주차장을 만드네, 꽃밭을 만드네, 문화센타를 만드네 하며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광장이나 공터로 두고 그것들을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하자는 쪽으로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긴 하지만 그 방식에서 조금씩 의견이 다르고, 구청에서는 인위적인 방식으로라도 봄에는 무슨 꽃, 여름에는... 가을에는... 꽃을 심고 갈아엎는 과정을 되풀이 하며 주민들과 티격태격 중이다.

 

거기에 근대문화로 조성사업이라는 관광지 조성사업이 들어오면서 관광개발이 아닌 삶의 환경을 가꾸자는 주민들과 의견이 부딪히다가 주무관이 바뀌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논의하며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또 나뉘었고, 주민들 스스로 다른 주민들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야기해서 이를 모으고 정리해 행정과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마련된 것이 주민워크숍이다.


 

정치도, 행정도, 주민도, 마을살이도 공부가 필요해

 

이런 과정에서 행정과 주민이 함께 마을환경을 가꾸어가는 방향과 태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생겼다. 대립이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에 필요성, 그리고 작던 크던 어떤 지역을 소통하는 공동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주민과 행정의 협치에 필요성, 지역공동체를 가꾸는데 필요한 미처 알지 못했던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의 필요성까지 점차 확대 되었다.

 

사계절 자연스럽게 피고 지는 꽃과 풀과 나무의 조화로운 성장은 어떻게 적은 비용으로 효울적으로 조성할 수 있나, 그 이전에 이 공터의 땅과 흙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그 전에 이 공터를 둘러싼 주민들의 생각을 모으고 조화시키는 방법이, 또 그 이전에 주민들 스스로 이웃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대화법, 주민과 행정이 서로를 이해하기위한 대화법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비슷한 내용인데 말하는 방식이나 그동안의 태도, 경험으로 인한 오해와 억측이 이어지기도 해서 갈등이 빚어지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와 공부의 필요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민의 삶을 만드는 리더쉽, 이게 정치다!

 

게다가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행정의 태도가 기본적으로는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의 일자리나 돈벌이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는 사례가 계속 드러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주민들은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반복되어 왔다.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지자체 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지역과 주민의 건강한 삶을 돌보는 그야말로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개인이나 어느 무리의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는 초라한 수준의 정치, 정치를 위한 정치에 머무르다보니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여드는 공무원들도 그 재능을 허투루 낭비하게 되고, 주민들은 협잡꾼들의 말재간과 겉치레에 현혹되거나 외면하게 된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도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때마침 지난 20일 ‘KBS스페셜’에서는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리더쉽>이 방영됐는데 ‘이게 정치다!’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말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도 시민도 성장하고 그것이 행복한 마을, 도시, 나라를 만드는 가능성이 될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

 

그 와중에 길 하나 건너 송현터널을 개통한다는 말에 소소한 다툼은 다시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고 걱정이 되었다. 공원에 만든 생태놀이터를 주민 동의도 없이 갑작스레 철거하고, 여러 가지 교통문제를 야기하는 터널 개통공사를 하고,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다리는 도로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참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들을 쏟아낸다.

 

꽃밭이네, 생태공원이네, 3.1운동공원이네 하는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덜컥 10년 전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그 도로전쟁. 그 불씨를 다시 살려 주민들의 일상을 다시 흔드는 믿을 수 없는 행정의 태도 앞에 배다리 주민들은 지난 해 9월 13일 ‘중둥구 관통도로 전면폐기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이렇게 추운 오늘은 136일째 되는 날이다.


 

올해 치러질 6.13 지방선거와 마을살이를 걱정하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이니 얼마나 많은 갈등과 반목, 오해와 불편함이 있을까? 한 가정 안에서 조차 그러할 텐데 수 천 수 만의 갈등이 모여진 사회는 또 얼마나 시끄럽고 불편할까? 그래도 같이 살아야 하니까 그런 마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정치도 행정도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런데 ‘함께 이야기 하는 법 (= 대화)’ 조차 잘 모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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