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퇴학 그 사이
상태바
담배와 퇴학 그 사이
  • 이건우
  • 승인 2018.02.18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이건우/서울시립대 1학년
 

 

 

설을 앞두고 안부 문자를 보내려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내리던 중 잊고 있었던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이 놈은 중학생 때 담배를 피웠다. 하굣길에 다른 학생들, 선생님들 눈을 피해 쭈그리고 앉아 한 대씩 피우곤 했다. 왜냐하면 흡연 적발 시 최소 교내봉사, 최대 출석정지라는 징계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담배=양아치’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나는 이 친구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피우지 말라는 담배를 피우는 것 빼고는 누굴 괴롭히지도 않았고, 쾌활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꽤나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만약 얘가 상습흡연이라는 이유로 출석정지를 당했었다면? 담배와 출석정지라는 징계의 사이가 부당할 정도로 가깝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의 사례 하나만을 갖고‘청소년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단단한 생각에 반기를 들 확신은 없다. 그러나 이 친구 이야기를 되돌아보면서 엄했던 흡연 징계 규정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절대 다수가 청소년인 초·중·고등학생의 흡연은 학교에서 징계 사유다. 인천 초·중·고등학교 통계가 없어 서울의 통계(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담배 때문에? : 학생인권의 관점에서 본 흡연과 학교 문제 토론회” 보도자료, 2016년 11월 29일)를 빌리자면, 서울 중·고등학교 가운데 99%의 학교가 학생 흡연을 징계할 수 있는 조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9%의 고등학교, 55%의 중학교가 각 급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고수준 징계에 해당하는 퇴학, 출석정지 처분을 흡연학생에게 내릴 수 있으며 43%로 과반을 조금 못 미치는 고등학교에서는 흡연이 N회 적발 시 무조건 퇴학시킬 수 있는 징계규정을 갖고 있다.

 

물론 초·중·고등학교에서 흡연에 대한 지도 또는 제한은 가능하며 또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한 금연 지도와 교육이 있어야 흡연율을 최대한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학생의 흡연할 권리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속한다하더라도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는바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4항, 제3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 청소년 흡연 제한의 결과로서 추구하는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보호의 공익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금연지도 관행이 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하형주, 「학생인권의 관점에서 본 흡연과 학교문제 토론문」, 『담배 때문에? : 학생인권의 관점에서 본 흡연과 학교 문제 토론회』 자료집, 2016, 7p.에서 재인용)”

 

그러나 흡연에 대한 지도가 정말 교육권을 제한·박탈하는 출석정지·퇴학 처분까지 내릴 수 있는 징계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깊게 재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며 학교는 학생에게 교육권을 보장해주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떠한 규칙이 누군가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이 규칙이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과잉 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그 작용에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있으며 이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정당한 기본권 제한이라 할 수 있다.

 

<EBS 화면 캡쳐>



위에서 인용한 국가인권위의 입장처럼 흡연 징계 규정은 금연 지도의 일환으로써 목적의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의 현행 규정이 다른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지는 의문스럽다.

 

먼저 수단의 적합성을 보자. 수단의 적합성은 수단이 목적 달성에 용이해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중징계가 오히려 학생 금연 지도를 어렵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한 교사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2015년 흡연에 대한 엄정 징계 방침은 실패했다. 아이들은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흡연 적발이 반복되어 출석정지의 중징계를 받아도 아이들은 학교에 안 나가도 되니 더 좋아한다. 흡연 건수가 줄지도 않았고 징계가 두려워 ‘정상’적인 학생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권혁이, 「흡연문제에 대한 교육적 접근은?」, 『담배 때문에? : 학생인권의 관점에서 본 흡연과 학교 문제 토론회』 자료집, 2016, 12p).”

 

흡연 징계 규정은 침해의 최소성의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갖는다. 침해의 최소성은 목적 달성을 위해 제한되는 기본권이 최소화되어야 함을 뜻한다. 금연 지도는 교육권을 침해하는 징계가 아닌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교육권을 침해 혹은 완전히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2016년 국정조사에서 밝힌 자료를 보면 2015년 서울에서만 299명의 학생이 흡연으로 인해 각 급 학교의 최고 징계 처분(출석정지, 강제전학, 퇴학처분)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법익의 균형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법익의 균형성은 해당 규제를 통하여 추구하는 법익과 이 규제로 침해되는 법익이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함을 뜻한다. 흡연 학생을 징계의 방식으로 지도해서 얻을 수 있는 법익은 학생들의 건강일 것이다. 건강이라는 법익 역시 중요하다. 학생의 건강권 역시 기본권이다. 그러나 교육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 또는 완전 박탈하면서 다른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발상이 과연 법익의 균형인지는 의심스럽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담배와 퇴학 이 사이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이 가까운 거리는 부당했다. 최소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출석정지, 강제전학, 퇴학 처분만큼은 사라져야 한다. 물론 사회가 청소년 흡연 문제를 꾸준히 관심을 갖고 교육당국이 다방면으로 금연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기본권, 특히 교육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청소년을 똑같은 동료 시민으로 생각한다면 청소년의 교육권을 쥐고 흔들며 금연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금연 교육을 통해 금연을 권유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 사회의 방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