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나의 멘토이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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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나의 멘토이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 김찬미
  • 승인 2018.03.18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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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3월이 왔다.
 
누군가에게는 봄이라는 느낌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기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촉촉이 내리는 봄비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교직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2월부터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교실 구석구석 각종 청소용품들을 동원하며 쓸고 닦는다. 아이들이 사용할 교실의 환경을 예쁘게 준비한다. 아이들이 사용할 신발장, 사물함 번호표도 깔끔하게 교체하며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져있는 라벨지 인쇄에서부터 아이들의 이름 외우기까지 많은 준비들을 한다. 그것뿐이랴 새로운 학년의 교육과정 구성과 수업을 위하여 교과서 분석도 해야 하고 2월 내내 출근해도 모자랄 만큼 할 일들이 많다. 지금까지는 학급에 대한 이야기였고 새롭게 맡은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이다.
 
몸이 힘든 것은 괜찮다. 하지만 2월 말이 되면 마음 안에 이상한(?) 부담감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내가 부족한 부분에서 잘못하여 실수가 나지 않을까. 많은 교사들이 함께 겪고 있는 증상들일 것이다. 2월 말이 되면 교사들이 악몽을 꾸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내가 맡은 업무에서 자꾸만 실수가 나오는 꿈, 교실에서 아이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아 혼자 너무 당황하는 꿈.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만큼 긴장이 많이 된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일주일을 지나고 어제는 학부모 총회를 했다. 학부모들과 만나서 1년간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게 될 것인지 알려주고 인사도 하는 자리이다. 그 동안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아침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밀린 일하고 밀린 일하고 마치 시험기간 같은 느낌으로 살며 학부모 총회를 끝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바로 내가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다. 우리 아버지는 경상북도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35년간 근무하다가 약 2013년까지 근무하시고 명예퇴직을 하셨다, 교사가 된 후로 나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주신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나’와 ‘오빠’를 키우기 위해 교직 생활을 잘 감당하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버지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셨다. 시골에 있는 상업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항상 근무하셨는데 아이들의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아시고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아이들’이라고 표현하셨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가 걱정되어 산속에 사는 아이를 찾아가느라 산을 헤맨 적도 있으시고 말 안 듣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는 말보다는 수업하다보면 참 아이들이 재치 있고 재밌다는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
가끔은 농담으로 “교사라는 직업이 참 좋은 것 같아.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과 멱살도 잡고, 멱살도 잡히고 뭔가 움직임이 있잖아.”라고 얘기하시는 말씀에 많이 웃기도 했다. 그 말 안에 느껴지는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참 좋았다.
 
아버지가 명예퇴직하시면서 받으신 시계를 나에게 주셨다. 시계 뒷면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내가 바쁘고 정신없다고 느꼈던 이 3월, 우리 아버지는 35번을 겪으셨구나.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순간들을 우리 자식들을 키우시기 위해 아버지는 버티셨구나라는 것을.
 
아버지의 시계를 팔목에 차고 학교로 간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교직생활에 어려움이 있어도 아이들을 향한 열정으로 오늘도 교단에 서는 많은 선배 선생님들을 보며 올 한 해도 아이들을 잘 사랑하고 섬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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