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아십니까?
상태바
인천을 아십니까?
  • 안정환
  • 승인 2018.03.26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안정환 / 연세대 의공학부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에서 태어난 나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으며 경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3년을 제외하면 20여 년을 살고 있다. 당연히 고교때 친구들에게도, 대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나는 당연히 내 고향은 인천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했듯 나의 대답에 그들의 자연스런 질문이 이어진다. ‘인천에 유명한 게 뭐가 있어?’

이 물음에 나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먹거리나 2030거리, 구월동 로데오거리, 부평의 패션거리 등 이 몇 가지 자랑을 하고나면 말문이 막히곤 했다. 또 청소년들 사이에서 떠도는 인천에 대한 허무맹랑한 루머들을 유체이탈 화법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에 ‘인천의 문화유산’을 검색하니 대략 40개 정도의 문화재가 나온다. 산성, 사찰, 묘(墓), 고인돌 등은 대부분 강화에 위치해 있다. 물론 강화군도 인천의 한 지역이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그리고 내 답변을 기다리는 지인들도 강화와 인천을 어쩌면 분리되어 인식하고 있을 터였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데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고향을 사랑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타인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자랑거리는 꿰고 있어야 그나마 최소한의 예의이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인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다른 지방 젊은이들의 관심도 사로잡을, 더불어 인천의 역사를 말해주는 문화유적지 몇 곳 쯤도 덤으로 알아놔야하지 않을까.

당장 중구 인천역 근방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면을 만들었던 공화춘을 비롯, 거리 대부분이 중국 음식점으로 둘러 싸여 있고 중국 물품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젊은 세대들이 많은 인증샷을 남기는 곳이다. 그리고 옆으로 더 들어가면 월미도가 나오는데 바닷가를 끼고 테마파크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인천의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문화공연도 때때로 판이 벌어지니 산책하면서 눈요기로 보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남동구에도 즐길 장소는 많다. 인천대공원은 연인과 함께 정겹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가꾸어져 있다. 양 옆에 산을 끼고 자연 녹지로 구성되어 있고 산책로 중간에 먹거리도 있으니 데이트 분위기를 물씬 낼 수 있다. 저녁은 소래포구 어시장에 가서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채우면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 인천은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깊지만 오락거리 역시 풍부한 고장이다.

하지만 몇 곳의 볼거리 먹거리로만 끝난다면 다양한 인천을 말했다고 할 수 없다. 볼거리 먹거리야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도 그 지역 고유 음식들과 관광지로 잘 개발되어 있다. 인천은 비류를 시작으로 그 역사에 있어서도 많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일제의 잔재가 아직도 생생한 중구 개항장 건물 곳곳이나 1897년에 세워진 답동성당, 더 먼 역사로 향교, 도호부청사, 문학산성 등이 있다. 19세기 후반 외세의 침입에 연안의 군사방어시설을 강화하기 위하여 1879년(고종 16)에 축조된 논현포대 등 알고보면 역사적 고증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물론 강화도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보이는 것이 다 유물이고 발딛는 곳이 모두 유적지라는 역사의 고장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무지의 知’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자신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무지의 知라는 것인데,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하여 조사를 하면서 이 같은 진리가 조금이나마 깨우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인천을 알고 있던 ‘체’ 한 것이라고 조심스레 고백한다. 동시에 나는 묻고 싶다. 인천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인천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당장 책상에 앉아 인터넷에 인천을 검색해보자. 자신의 지식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과정이 내 고장을 알아가는 경험으로 충분히 그 보답을 줄 것으로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