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변화가 지구 전체 변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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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변화가 지구 전체 변화 이끈다"
  • 이병기
  • 승인 2010.10.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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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서주원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 상임회장

취재: 이병기 기자

"지역의 변화가 지구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민-관-기업의 3자 협력기구인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는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려고 지난 6일부터 '2010 인천주민자치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마을 리더 발굴과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수요일마다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의제21은 인천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환경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고 만든 단체지만, 아직 일반 시민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인천의제21을 설명하려면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는 150여개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이라는 이념을 정하게 된다.

이를 실천하려고 국가 차원에서 의제21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방의제21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 3천여개 도시에서 의제21을 작성했다.

서주원 인천의제21 상임회장은 "의제21은 총 40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28장이 지역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담은 내용이었다"면서 "28장의 주요 내용은 여성, 청소년, 노동자, 원주민, 전문가 등 총 9개 그룹과 협력해 지역과 지구 환경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9개 그룹을 대표하는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기업의 3자가 모여 지역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고, 의제21이 생겨나게 됐다. 인천의제21의 경우 1998년부터 실천활동을 시작해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기구지만, 단순히 '환경'만 갖고 지역과 지구를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유엔환경개발회의가 끝나고 10년이 지난 뒤에 각국 정상들이 결정한 내용들이 얼만큼 시행됐는지,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울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다.

서주원 상임회장은 "내용을 점검해 보니 지구 환경문제라는 게 환경만 가지고서는 해결되지 않고, 빈곤이나 사회복지,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빈곤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환경문제도 다가갈 수 있는데, 빈곤은 놔두고 환경만 하려고 하면 그 사람들의 의식변화도 없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요하네스버그 회의 이후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문제와 결합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출발한 '의제21'도 사회문제를 통합해 실천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지역의 변화가 결국 지구를 바꾸는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공동체를 회복하고,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만이 인천시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개념이죠."

서주원 회장은 마을공동체 운동이 파편화하고, 개인화하는 현대사회를 바꾸는 데도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망'인데, 이런 것들이 깨져나가면서 정이 오가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경쟁만 남게 되지요.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바로 한국사회죠. 다른 사람을 딛고 올라가야만 한다는 생각만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남과 어떻게 협력해 공동체 사회를 이뤄나갈 것인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한편으로는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을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자꾸 파괴돼 가는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는 행동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새롭게 마을을 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인간과 인간이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았던 예전 마을이 서 회장이 그리는 '마을 공동체'다.

"공동체로 바꾼다는 데엔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요.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는 겁니다. 실질적인 주민자치죠. 마을이 그냥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쳐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회복되는 거죠."

인천의 경우 청학동 공동체를 비롯해 연수구 동춘동 소암마을, 장수동, 가좌2동 등 여러 곳에서 공동체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서 회장은 "마을만들기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본디 의미를 지닌 완성된 마을만들기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마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평했다.


인천의제21이 진행하는 인천주민자치대학은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동체 의식 회복 교육을 한다기보다,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운동을 하는 리더를 만들기 위한 강좌로서 의미를 둔다.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을 했던 이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회에 들어가는 겁니다. 행정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 수단일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남이나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줄 때까지 바라기보다 스스로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움직임 역시 필요한 거죠. 이런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게 마을만들기의 시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역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그는 "마을만들기가 정파적인 것도 아니고, 주민들이 행정에 참여하는 근본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행정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행정은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려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서 달갑지 않게 보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중요한 지역 사안임에도 시의 방향과 맞지 않아 의제로 설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이지만, 인천시에서 예산을 받다 보니 시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 문제의 경우 인천의 중요한 이슈잖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시,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가져가야 하죠. 하지만 각각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천의제21 아젠다로 올라와 있지 않아요. 검단-장수간 도로도 녹지축을 다 파괴하는데, 시에서는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민감하고 중요한 의제들이 아젠다로 정해지지 못한다는 점은 우리 활동에서 가장 큰 제약입니다."

다만 송영길 인천시장이 당선된 이후 소통을 강조하고 있어 이런 부분들이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불만만 제기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많은 고민과 공부를 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해결해 나가자고 알려야 합니다. 고민과 공부, 사람들을 동참시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정 있는 인천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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