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변화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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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변화의 시간들
  • 강영희
  • 승인 2018.06.2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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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도로부지는 이제 멋진 녹지공원이 생기는거야?


@영화 <인랑>의 한 장면에서 'HOPE 희망한다'는 벽보와 '관통도로 전면폐기' 현수막이 함께 보인다. _영화스틸사진인용
 

김지운 감독,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이 출연하는 영화 <인랑>이 7월 개봉을 한다. 지난해 이 즈음에 배다리위원회에 와서 마을의 협조를 요청했고, 헌책방 거리를 혼돈의 2029년 미래도시(?)로 세팅하고 촬영을 했다. 을씨년스러운 도시의 풍경이 연출되어 다소 우려했었는데 CG가 많이 가미되어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모양새로 재탄생 한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는 영화세트장에 살아요_ 사진.청산별곡(나비날다 책방)

 

요즘은 ‘무법변호사’(드라마) 사무실이 들어섰고, ‘극한직업’(영화)의 ‘형제치킨’도 성업중(?)이었다. '수원 왕갈비'로 또 바뀌었다. 새삼 마을사진관보다 더 사진관 같았고, 배다리의 문구도매점 보다 더 문구점 같았던 ‘엽기적인 그녀 2’ 세트장이 생각난다.
 

 













 



 

 
@2015년 1월 창영초 인근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금곡동, 배다리 일대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복복선 공사도, 도로 공사도 예정되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배다리 풍경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아벨서점 건너편 2층에서 대웅독서실을 운영했던 분이 미술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시절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 그때도 가난한 마을이었지만 아이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살았던 동네라고...

 

2000년대 초 경인전철 복복선공사, 2005-7년, 금창동 일대의 재개발 계획과 산업도로 개통계획으로 이미 사람이 많이 떠나서 쓸쓸하고 텅빈 느낌의 마을길에 들어섰던 것이 배다리에 대한 첫 기억이다. 90년대에 몇 번 왔던 거 같은데 배다리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억에 없고 오래된 책 냄새와 책이 가득한 서가에 대한 부러움에 남아있다. 이렇게 하루의 절반 이상을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 될 줄 몰랐던 시절-배다리 풍경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십 수년, 영화여자실업고등학교(66년)는 영화여자상업고등학교(1991년)로, 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2001년)로 그리고 영화관광경영고등학교(2013년)로 바뀌었다.





 

배다리에 헌책방이 40십여 개가 넘어 청계천 헌책방 거리와 함께 전국 2대 헌책방 거리였다. 80년대 경제성장기에 들어서며 새 책을 사려는 경향이 생기고, 전철과 도로가 배다리를 둘러싸면서 접근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책방거리 책방들이 학교앞으로 이동하시 시작하면서 서서히 그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11개, 2007년 6개로 줄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오래된 책집’이 문을 닫은 자리에 ‘나비날다 책방(2009~)’이 들어와 명맥을 이었고, ‘삼성서림’도 2014년 이름은 그대로 쓰고 새 주인이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대창서림’도 임대를 내놓았는데 다행히 ‘책방’을 하는 새주인이 공간을 단장하고 있다. 대창서림 옆 ‘집현전’은 ‘사진공간배다리’를 운영하던 이상봉씨가 인수해 아직은 영화세트장으로 쓰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꾸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양조장 대문 옆 무료나눔 공간이었던 ‘돌고’가 있던 곳에 한옥의 틀을 살려 겨우내 상가를 만들었는데 드디어 어여쁜 꽃집이 무채색의 공간에 색을 칠하고 향기를 담는 새 단장을 하고 있다. 꽃집이 들어오니 그 주변에 진을 치던 여러 트럭들이 자리를 비워줘 잘 단장된 느낌이 절로 든다.




 

헌책방 거리 일대를 이곳저곳 파헤치며 진행되었던 전선 지중화 공사가 얼추 마무리 되어 도로포장도 마쳤고, 골목안쪽으로도 공사를 마무리했다. 도로부지 동쪽은 내년에 다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한다.


 
@기울어진 보은사 건물은 철거를 시작한다.

  
@삼성서림 충전을 위해 잠시 여행을 떠나셔서 6/18~ 29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 

 

개코막걸리는 어머님의 치유가 늦어지면서 결국 세를 내놓으셨고, 한 번 계약이 파기 되기는 했지만 곧이어 연극을 하던 분이 리모델링해서 막걸리집을 이어간다고 한다. 창고로 쓰겠다는 문의가 있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막걸리집 명맥이 이어진다니 다행이다.
 



@개코막걸리는 새 주인이 들어와 단장을 하고 다시 막걸리집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6월 13일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배다리위원회 단톡에 선거결과가 올라왔고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지방선거 예측조사에서 인천 동구가 접전지역으로 예견됐기 때문에 다들 걱정하고 애를 태웠던 모양이다.
 

이흥수 동구청장(임기 6월 30일까지)은 분뇨수거운반업체에 관내 생활폐기물 수거를 허가하고 아들 채용의 형식을 빌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 추징금 2천313만원을 구형받은 상황에도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년층 비율이 높은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접전지역으로 나타났는데 인천지역 투표율이 전국 최저인 55.3%로 전국 평균인 60.2%에 한참 못미치고 있는데 동구는 60.4%로 투표율이 높아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의미없는 도로의 폐기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새겨 듣고 이를 후보 정책에 반영하여 도로개통을 주장하는 이흥수 후보와의 지역 TV토론을 했던 허인환 후보를 응원하는 상황이었다.  허인환 후보는 ‘환경과 안전에 위협을 주는 중·동구 관통 산업도로의 폐기’를 주장했고, 최종결과 60.4%로 39.6%를 얻은 이흥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도로를 대신하는 계획을 생각해보라던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도 당선됐다.

엊그제는 도로폐기를 전제로 한 배다리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도로대신 주민과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 문화공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만면에 웃음띤 얼굴로 이야기를 나눈 오랜만의 자리였다.



 
@새로 고친 '중동구 관통도로 폐기' 농성장은 주민들이 만나 마을의 녹지공원, 녹지쉼터를 바라보는 쉼터가 되면 좋겠다.

작년 인천시 도로과에 갔을때 담당 과장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것이 되면 어떤 결정이 날 것이라고 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박남춘 시장과 허인환 구청장이 7월 1일 부로 정식 업무가 시작된다. 그 시작에 관통도로 전면폐기가 선언되면 바람이다.

오늘은 관통토로 전면폐기 주민행동 283일차, 주민들은 300일이 되는 날 아니 그 이전에 이 농성장 텐트를 걷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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