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감동, K-리그로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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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감동, K-리그로 이어가길
  • 김찬미
  • 승인 2018.07.02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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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2002년 월드컵, 중학생이었던 나는 여느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경기를 보며 기차역에서 즐겁게 축구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흥이 많았던 친구 한 명이 우리나라가 이기자 생수를 주변에 뿌려서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뿌려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 이후로는 월드컵이 시작해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한 마디로 나는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래도 즐겁게 축구를 즐겼던 순간이 있다면 인천에 살게 되면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경기를 직접 관람한 순간들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모든 축구 경기를 보는 정도의 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능한 축구 경기 일자를 알게 되면 보러 가려고 했고 또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기를 볼 때는 참 재밌게 봤다. 2살, 4살 이런 아기들을 데리고 가서 아직은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나에겐 K-리그가 TV에서 보는 유럽축구, 월드컵보다 더 재밌었던 것 같다. 내 눈 앞에서 뛰는 선수들을 직접 본다는 것, 그리고 경기가 끝난 순간 그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동적이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 평가전부터 신이나 있던 남편에게 지금 평가전인지 진짜 월드컵이 열리는 건지 물어보는 나는 여전히 축알못이었다. 하지만 남편과 월드컵 세 경기는 꼭 같이 보자고 약속했기에 러시아 월드컵 축구는 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보기 시작하니 마음 속에 두근거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2002년 월드컵을 보고 집중하던 그 때의 감정들이 생각났다. 정말 경기 내내 얼마나 떨리던지, 도저히 가만히 볼 수가 없어 베개를 꼭 끌어안으며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경기 독일전을 보며 나는 정말 우리나라 선수들의 정신력, 그리고 끈기를 보았다. 누군가는 16강에 들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것보다 이 경기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두 경기가 지고 있었던 상황에 내가 선수였다면 솔직히 자포자기의 마음이 들 것 같은데... 그리고 이전 경기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보다 비난을 받았던 선수들에게 점점 부담감이 왔을 것 같았는데... 그들의 모습은 이전의 두 경기는 잊고 새로 시작한 모습이었다. 전, 후반전이 끝나고 나서 넣은 두 골보다 더 의미있었던 것은 전, 후반전을 독일을 상대로 0:0으로 잘 싸워주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정말 멋졌다. 그들의 투지, 스포츠정신, 저력, 뭐라고 해야 할까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그 모습 자체가 나에게는 더욱 축구를 사랑하게 해준 것 경기였고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자랑스러웠다.
 
독일 전 경기가 끝나고 나서 너무 감동이 되어 잠을 못 이룬 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꼭 이것에 관해 수업을 하고 싶었다. 수업 주제는 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의 ‘최선을 다하는 삶’이 었고, 수업 자료는 바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삶, 다른 이들에게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그 모습이 우리 한국인의 저력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의 사진을 뽑아 아이들이 몸을 그리고 선수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쉬는 시간도 잊고 열심히 편지를 써주었다.

아이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쓴 편지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도전과 끈기있는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
“ 16강에 못 들어가서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감사해요. 스포츠 정신을 배웠어요”
“ 우리나라가 져도, 이겨도 항상 응원할게요”
“ 우리를 위해 뛰어주셔서 감사해요. 언제나 응원할게요.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한 아이의 글을 읽으면서는 어른스러운 말이 너무 기특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기든 지든 상관없습니다. 단지 우리 선수들이 노력하기만 한다면 전 바랄 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월드컵을 끝나고 최선을 다해 싸우고 돌아온 우리 선수들에게 계란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속상하기도 했고 또, 우리 반 친구들이 생각도 났다.
우리 반 친구들이 그 어른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해본다.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계란을 던지고 비난하는 것보다 K-리그를 먼저 살리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축.알.못이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를 보러 갔을 때 그 곳이 아직 많이 썰렁하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기를 보며 이미 알고 있었다.
 
축구는 참 멋진 스포츠다. 체육을 가르치는 초등교사로서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는 참 멋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해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질서, 규칙, 끈기, 협동, 배려 등. 아이들이 더 많은 경기를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월드컵 때만 반짝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인천 시민들이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러 왔으면 좋겠다. 인천유나이티드가 더 발전하고 K-리그가 살아나고 또 제 2의 문선민 같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월드컵이 끝난 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K-리그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제 더욱 열심히 인천 유나이티드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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