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가려워하는 데를 긁어준다"
상태바
"이주민이 가려워하는 데를 긁어준다"
  • 이혜정
  • 승인 2010.11.01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는 뭘 하는 곳?] (사)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취재 : 이혜정 기자

우리와 다르게 생긴 이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인천 속 작은 나라'가 있다.

경인선 끝자락 동인천역을 따라 중구 배다리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피부색, 눈, 언어 등을 가진 외국인들이 쉽게 눈에 띈다.
 
(사)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는 인천정보산업고등학교 입구 옆에 있다. 이곳은 관광이 아닌, 일을 하고자 한국으로 온 외국인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곳이다.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는 중구 북성동 차이나타운 입구 한편에 위치하고 있던 '외국인종합상담소'가 지난 5월 사단법인으로 바뀐 뒤 10월 5일에 동구 배다리 근처로 이전했다.
 
그전에 외국인종합상담소는 2005년 문을 열어 한국으로 온 이주민들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겪는 전반적인 고충 문제를 해결하던 곳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노동문제(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출입국문제, 민형사문제, 인권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외국인종합상담소를 찾았다. 외국인종합상담소는 다문화 가정의 가정폭력, 배우자의 비자문제와 같은 생활문제 등을 상담‧지원하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이주민들이 질병‧재해를 당해 치료받을 수 있는 '행복 나눔터' 쉼터 등 다양한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서광석(50)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 소장은 "이주민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젠 이주민과 한국인들이 다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내국인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사회통합 서비스 지원 교육
 
지난 5월부터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로 바뀌면서 이전 외국인종합상담소에서 하던 모든 활동과 함께 사회통합 서비스도 지원한다.
 
사회통합 서비스 지원은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언어, 문화, 교육 등과 더불어 내국인들의 인식변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우선 이곳은 내국인들의 인식을 개선하려고 다문화 가정 결혼이민자, 배우자, 가족,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사회 이해 교육을 벌인다. 이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해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쓰기, 일자리 찾는 법, 한국 직장문화 교육, 다문화 통번역 사업단을 구성해 이주민 일자리 창출 활동을 돕기도 한다.
 
또 다문화 가정 결혼이주민들이 조기에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중구 새마을부녀회와 다문화 가족 멘토‧멘티 결연식을 갖고 1:1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코리아 운동'도 펼친다.
 
이 '해피코리아'는 결혼이주민들이 한국문화를 쉽고 빠르게 습득하고, 내국인은 타 문화를 이해하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더 나아가 다문화 가정 결혼이주민들이 또 다른 한국가정과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품앗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서광석 소장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문제발생을 해소하기보다는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일어나는 충돌을 줄이려고 예방차원에서 지원에 더욱 힘쓰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주민사회통합지원센터는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상담소장을 비롯해 3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또 센터를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베트남, 몽골, 중국,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아 출신 등의 외국인들이 번갈아 가며 센터에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힘들지만 보람 느낀다 

서광석 소장에겐 퇴근시간이 따로 없다. 하루에 10~20건씩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고 전국에서 일어나는 이주민 고충 해결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24시간 핸드폰을 쥐고 있는 서 소장은 "하루에 자는 시간이 보통 5시간 정도지만, 한국사회 소수자들과 소통하고 지원하는 일이 보람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일까?
 
지난 2008년 몽골출신의 여성이 방문했다. 그이는 1997년 8살과 7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결혼이주민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정착하려고 열심히 살았지만, 남편과 불화를 견디다 못해 2년 만에 이혼을 했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로 된 상태로 한국생활을 하게 됐다. 한국에서 10여년 동안 생활은 했지만, 등록증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08년 19살 된 첫째는 어쩔 수 없이 몽골로 돌아가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둘째 딸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몽골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10여 년간 한국정서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여기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불법체류자로 생활하면서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몽골에 돌아간 큰 딸은 몽골 언어, 문화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해 몽골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 소장은 한국에서 아이들이 합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몽골로 보낸 뒤, 끊임없는 탄원서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국 체류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지난 6월 한국에 들어와 현재 고등학교에 복학해 다니고 있다. 얼마 전 세 가족이 몽골의 전통인형을 갖고 센터를 찾아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사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던 베트남 외국인노동자(37) 자녀가 본국에서 심하게 머리를 다쳤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센터를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자녀는 한쪽 뇌가 크게 손상돼 머리가 움푹 파였고, 이로 인해 손을 전혀 쓸 수 없어 밥도 먹지 못하고, 걷는것조차 힘들어 했다. 서 소장은 그 자녀를 초청해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6개월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베트남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서 소장은 "비록 잠도 잘 못 자고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이주민들이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아주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번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서광석 소장은 지난 9월 14일 나주에서 발생한 몽골 여성 K(24)씨의 장례식을 치렀다. 같은 몽골 출신 B양이 혼인 후 남편과 시부모에게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 갈 곳 없는 친구를 보호하다가 B양의 남편 Y(36)씨가 앙심을 품고 흉기로 K씨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은 2007년 6월 베트남 여성 H(19)씨 살인에 이어 지난 5월 부산에서 T(20)씨 살인 등 연달아 발생됐다.
 
서광석 소장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결혼여성이주민들이 아직 우리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인해 성상품화하고 있는 면을 알 수 있었다"면서 "온 사회가 자성의 목소리로 떠들썩하지만,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들은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서 소장은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 일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라며 "내국인과 외국인이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돼애 한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