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탐스 슈즈'와 착한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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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 '탐스 슈즈'와 착한 소비자
  • 김정화
  • 승인 2010.11.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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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김정화 / 가천의과학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작가들> 편집주간


'탐스 슈즈' 홈페이지
 

 얼마 전 생일에 ‘탐스 슈즈(TOMS Shoes)’를 선물 받았다. 탐스 슈즈는 전부터 신어보고 싶었던 신발이었는데 온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지런히 포장된 갈색 상자를 열었더니 평범한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얼핏 보면 학창시절 신던 실내화와 비슷했다. 상자 위에는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33)가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사진 아래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할 수 있다”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4년 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미국인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나눠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신발을 받고서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그도 빈민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선’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신발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뜻을 가진 신발회사 탐스슈즈를 차렸다. 

 일대일 기부공식(One for One)이라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은 의미 있는 ‘착한 소비’에 목말랐던 소비자들을 열광케 하며 전 세계로 퍼졌다. 신발 기부는 남미와 아프리카에 이어 올해 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으로 기부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얼마 전 탐스슈즈는 백만 번째 신발 기부를 자축했다고 한다. 백만 번째 기부를 했다는 것은 백만 켤레가 팔려나갔다는 뜻이다.

 


 탐스 슈즈의 디자인은 매우 평범한 듯 보이지만 유럽에서 수백 년간 신어온 아르헨티나 민속화인 알파르가타(alpargata)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어 보편적 아름다움이 있다.(뒤꿈치에 상표는 아르헨티나 국기 모양이다) 원래 알파르가타는 짚을 엮어 밑창을 만들고 그 위에 천을 대어 꿰맨 만든 신발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탐스 신발의 밑창도 재질은 고무지만 모양은 짚을 엮은 디자인이다. 평평한 고무바닥과 가죽안창과 편안한 착용감에 ‘착한 소비’라는 인식까지 더해서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되었다. 

 인간에게 신발 문화는 거슬러 올라가면 문화인류학적인 측면도 있으며,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킬힐은 유행을 넘어 신분상승 욕망을 드러내는 독특한 트렌드가 되었다. 지구상의 인구 가운데 신발 없이 지내는 인구수가 40퍼센트라고 한다. 남미나 아프리카 빈민들에게 신발은 기초 생필품이며 생존의 문제이다. 저개발국가의 주요 전염병은 주로 흙 속의 기생충에 의해 감염되는데 발에 상처가 나면 감염 위험이 그만큼 커져서 일부 토양에서는 발이 거대하게 기형화되는 상피병(일명 ‘코끼리 발’이라는 질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탐스 슈즈 창업자)

 오늘날 기업에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상품의 기능만이 아니다. 그 뒤에 숨어있는 스토리이다. 소비자 자신의 구매활동이 어떻게 사회와 연결되는가도 중요한 초점이 됐다. 이전에는 근사하게 잘 만든 광고가 그 역할을 했다. 요즘은 구매자들이 자발적으로 ‘신발 한 켤레 구매했을 뿐인데 가난한 나라 어린이를 돕게 됐다’는 경험담을 퍼뜨리는 전파자가 된다. 그리하여 스토리텔링 전략을 기업에 구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업들이 광범위한 시장을 대상으로 대형 광고를 하는 것은 곧 전근대적인 방식이 될 말도 머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과거보다 더 착하고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젊은 소비자들은 구매가 파워를 만든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된 것 같다. 자신 자신이 구매하는 물건이 자신의 윤리의식과 세계관과 감성을 동시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구매하는 상품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훨씬 두드러진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착한 기업의 제품에 대한 소비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벌써부터 탐스를 벤치마킹한 회사들이 벌써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홈페이지 한 개를 수주할 때마다 비영리단체에 무료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웹디자인 회사가 있는가 하면, 집을 한 채 지어 팔 때마다 아프리카에 한 채 지어주는 캐나다의 부동산 회사도 있다고 한다. ‘일대일’이 아니더라도, 단 몇 %를 나누겠다는 약속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에게 좋은 일이 한국에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구촌에 살고 있는 세계 시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정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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