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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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 김주희
  • 승인 2010.11.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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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사별 안상수 前시장…카자흐스탄 출장서 급거 귀국

취재:김주희 기자

10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 부인 정경임(57)씨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1일 새벽 영면했다.

지난달 30일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 출장을 갔다가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한 안 전 시장은 임종도 보지 못한 부인 영정 앞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안 전 시장은 "의사소통이 되고 감정 표현도 해줘서 나로서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갑자기 악화한 것 같다"면서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안 전 시장은 동양증권 재직 시절인 1982년 당시 수도권 한 대학에 강의를 나가던 정씨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함을 채 누리기도 전인 1984년 정씨가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에서 뇌졸중의 일종인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안 전 시장은 정씨가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회사와 병원을 수시로 오가며 병간호를 했다.

그런 남편의 지극정성 덕분에 정씨는 1년 만에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다시 강단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몸이 허약해진 탓에 아이는 포기해야 했다.

1999년 8월, 완쾌된 줄 알았던 정씨 병이 재발했다. 병원에서는 식물인간 판정을 내렸다.

이후 5년여 만에 정씨는 다시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거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지금까지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말은 제대로 못하지만 정씨는 텔레비전에서 안 전 시장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소녀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누군가 옆에서 "시장님 보니까 좋으냐"고 물으면 힘겹지만 꼬박꼬박 "응"이라고 말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그런 정씨 병세가 1개월 전쯤 나빠지기 시작해 중앙길병원에 재입원했고, 이날 새벽 투병으로 힘겨웠던 생을 마감했다.

안 전 시장은 "카자흐스탄에 가기 전에 눈을 보고 '잘 갔다 오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더니 눈으로 반응을 보였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며 "인생 전체에 대해 '좀 더 잘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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