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부실 대학이 만나는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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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와 부실 대학이 만나는 시점에서
  • 윤현위
  • 승인 2018.09.0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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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얼마 전 필자는 내년에 출간될 책을 위해 취재차 만수동에 있는 숭덕여고에 방문하였다.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숭덕여고의 학원장님에 따르면 올해 숭덕여고 전교생이 1000명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는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 와중에서도 인구 300만을 돌파한 인천에서 더군다나 학교마저 떠나갔던 중구나 동구도 아닌 남동구라는 점에서 역시 인구감소는 그렇게 멀지 않은 일 같아 보였다.

남동구의 오래된 동네인 만수동이 논현동같이 남동구의 성장을 이끄는 동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만수주공과 2008년도에 새롭게 재개발된 숭덕여고 뒤의 LH아파트단지를 생각한다면 이제 인천도 인구감소에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가 싶다.

얼마전에 교육부에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이 제한되는 부실대학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4년제 일반대학 10개, 전문대학 10개 모두 20개의 대학이었다. 앞으로 어쩌면 지방에 있는 대학부터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상당수 부실대학이 될지도 모르겠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있어야 그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기관이고 조직이다. 둘만 낳아 잘기르자,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국가에서 표어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홍보하던 시절을 살던 분들이 지금도 적지 않다.

학생이 너무 많아서 국민학교 저학년들은 오전오후반을 해야하던 시절이 있었고 필자는 주안역에 있던 학원이  한샘학원이었던 시절에는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전타임이 마감되는 강사의 출현을 바로 앞에서 보기도 했다.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우린 동네에 흔했던 아이들을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봐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점차 줄어드니 이제 대학에도 학생들이 줄어들 지경이다. 실제로 미래가 아닌 2021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이 현재 대학정원보다 더 적다. 이미 학생의 유치 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구겨진 지방 사립대의 교수님들에게는 이미 열린 지옥문의 강도가 어쩜 더 강해질지도 모를일이다.

부실대학 대부분은 지방에 있다. 그러나 자율개선에 포함되지 못한 대학들 중에는 수도권 언저리에 있는 사립대학이나 순천대와 같은 소규모 국립대들도 있다. 안심해야할 구조가 아니란 뜻이다. 자율개선대학들도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떳떳한 학교가 얼마나 되겠는가? 자율개선학교가 되기 위해서 기초학문과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학과들은 소리없이 사라졌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인구감소의 조짐이 감지되면서 지방도시들부터 빈집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어쩜 학교에도 빈강의실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서울의 모 중학교에서 2009~2011년 동안 방과후학교 교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다녔던 학교가 서울강남 한복판에 있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1학년부터 학생수가 줄어들어서 학교에서 고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온 복안이 교실에 동아리방을 유치해서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동아리방을 주었지만 결국 관리에 실패하고 교실들이 방치되곤 했었다.

대학은 크다. 정말 크다. 아마도 인천에서 인하대학교나 인천대학교만 가본 학생들은 나중에 지방에 있는 거점대학들을 가본다면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형제끼리 같은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단과대학이 다르다면 일부러면 모를까 지나가다 보기가 쉽지않다. 참고로 광주에 있는 전남대학교는 사범대학교 건물만 8동에 이른다.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면 아마도 행정쪽의 입장에서는 교원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실제 그렇게 작동되고 있고 그럼에도 교원의 줄이는 일은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린다.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진 사립대에서 재직 중인 연구인력들은 그럼 실업자가 되어야하나. 전임교원도 문제지만 아직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시간강사들과 연구원들은 아마도 먼저 나가야할 대상이다. 그보다 더 지금 다니는 학생들은 무슨 날벼락인가? 학업을 끝마쳐야 대졸자격을 얻어 취업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 상황에서 선생님 혹은 교수님이라고 불리고 지역에서 대접받는 당신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자금대출을 받아야하는데 20개 학교 학생들은 둘 다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분명 고통받는 학생들이 많을게다.

 

 

작금의 상황이 단순히 학령인구의 감소탓만 할 수 있는가? 인구감소는 자연재해인가? 대학을 평가한 교육부는 여기에서 잘못이 없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는 대학평가기준에서 취업률을 강조한 나머지 국가지원금을 명목으로 대학을 쥐락펴락해왔다. 대학을 이를 위해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따라가기 급급했다. 정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돈을 쓰지 않기 위해서 기를 쓴 측면도 분명 있다.

스펙 쌓는데 유리한 환경 때문에 방학이면 서울로 올라가고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교수님들은 무엇을 했는지,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혹시 과가 통폐합됐을 때, 무슨 과로 갈 것인지를 더 고민한 건 아닌지 이 역시 묻고 싶다. 현재 부실대학문제의 기원은 높은 자리에 있는 교육직공무원, 정년이 보장된 전임교원들의 무관심함, 대대로 지방토호였던 학교재단의 이기주의가 결합해서 나타난 결과로 인식해야한다.

한국 사학의 역사에 '그 이름이 길이 빛날' 김문기의 상지대학도 이번에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됐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됐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갔다. 작은 행정사항이나 예산집행할 때는 만약에 생길 사고에 대비해서 책임 소재를 명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면서 정작 큰 일에는 누가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충남을 기반으로 하는 모 학교는 더운 여름철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서 여름방학기간에 최소 행정운영 인력을 제외하고 모두 학교에 못오게 하기도 했다. 대학은 강의와 연구를 업으로하는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지금 대학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스스로 고민해야한다. 너무 늦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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