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과 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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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과 지방분권
  • 김송원
  • 승인 2018.09.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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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김송원 /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박남춘 인천시장이 ‘인천시민’을 대표하는 ‘인천의’ 시장으로 우뚝 설 지를 가름 하는 중대기로에 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 소재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한 ‘이해찬式 승부수’란 분석이 회자되면서 수도권의 정치권은 한순간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관내 공공기관을 비수도권 지역으로 내줘야할 명분 찾기가 만만찮아서다. 특히 수도권의 시·도지사는 시민 설득의 현장에 서있어 더 그렇다. 게다가 인천은 해양·항만·수산 관련 공공기관의 부산 쏠림현상으로 홀대 의식이 팽배한 상황인데 부산 정치권의 관련 기관 추가 이전 움직임이 노골화되면, 쌓인 감정이 폭발할 소지가 크다. 박 시장의 이후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쟁의 불씨  

 

이 대표는 4일 국회 연설에서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 중앙사무를 획기적으로 지방으로 이양하겠다.”며 “수도권의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모두 배려한 것 같은 그의 발언은 곧바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수도권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던진 공공기관 유치 사냥에 경쟁적으로 나선 거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2007년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사업’을 시작해 153개의 공공기관을 10개 혁신도시로 분산 이전할 때와 흡사하다. 당시 국무총리로서 밑그림을 그린 이 대표는 지역 표를 얻는데 톡톡히 역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수도권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안타까운 건 균형발전을 명분삼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란 폭탄 발언을 한 것에 비하면 지방분권을 명분으로 꺼낸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거다. 적폐 청산을 위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루겠다던 포부와 대국민 약속이 무색하다. 중앙집권적 관료주의 행정을 타파하고 제대로 된 자치분권을 실현하려면 지방정부에 이양할 보따리부터 풍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에 일괄적으로 이양할 ‘팥소’가 빈약한데 그 찐빵 맛이 있겠는지 묻는 거다. 당장 중소벤처기업청과 고용노동청, 해양수산청, 환경청 등 지역경제와 직결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양이 여전히 답보상태다. 중앙관료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국회 처리가 무산된 대통령 개헌안도 지방정부의 입법권과 재정권을 보장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 박 시장, 부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개념 자체가 다른 정치적인 언어다. 정치 구력이 높은 이 대표의 승부수가 하락하고 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만회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지방분권과 적폐청산을 바랬던 시민들에겐 외면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부산으로 가보자. 그들은 금융 분야의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벤처투자, 해양 분야의 한국해양조사협회,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영상 분야의 한국영상자료원, 기타로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등의 이전이 유력하다고 본다. 우선 금융 분야 기관이 이전되면, 올해 7월 부산에서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있어 부산은 해양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거다. 나머지 해양 분야 기관마저 이전하면 부산은 명실상부하게 ‘해양수도’로서 우뚝 선다. 이게 정부와 여당이 바라는 균형발전인가. 부산 외에 항만도시가 없다는 사고가 현 정부의 ‘균형발전’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이길 포기하겠다. 인천시민만의 편협한 생각일까.

 

박 시장은 이 대표의 폭탄 발언과 관련, 행정부시장을 통해 “인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라는 면피성 간접 인터뷰로 가름했다. 선거시기에도 부산과 경쟁하거나 중앙정부와 갈등하는 정책 공약을 채택하는데 미온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작금의 난국을 회피하면 송도에 일찌감치 둥지를 튼 극지연구소가 부산의 제2극지연구소에 그 지위를 빼앗기고, ‘제2쇄빙연구선’의 모항도 부산으로 지정될 수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양보할 것도 없는 게 인천의 현실이다. 결국 박 시장의 결단만이 남은 거다. ‘인천시장’임을 자임하고 현 정국의 전면에 서야 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수도권 규제 맞바꾸기와 같은 얄팍한 뒷거래로 현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 결국 세계도시와 경쟁하기에 앞서 부산의 벽부터 넘는 게 박 시장의 최우선적인 정치적 과제다. 지방분권의 전사로 나설 때다.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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