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시대, 1기 연수구 신도시의 생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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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시대, 1기 연수구 신도시의 생존 방법
  • 이범훈
  • 승인 2018.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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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범훈 /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고향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향의 봄’이란 동요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필자의 고향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필자의 고향은 산골이기보다는 도시였으며, 복숭아꽃이나 살구꽃 대신 다양한 브랜드의 아파트가 있었고, 울긋불긋 꽃 대궐보다는 여러 색깔과 형태를 가진 자동차들이 지하주차장에 즐비한 동네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놀던 때가 그립고 정든 곳인 것은 매한가지다. 그렇다면 필자의 고향은 어디일까?

 

정답은 인천시 연수구이다. 물론 연수구의 범위가 구 송도유원지 일대, 연수지구, 송도국제도시로 각각 경계를 이루고 있기에 정확히 구분하자면 연수동, 동춘동 일대의 택지개발지구가 고향인 셈이다. 도시계획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 시절 진행된 주택난 해결을 위해 시도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대 신도시 건설과 함께 진행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대표되기 시작하였다.

 

연수지구의 특징은 5대 신도시와 비슷하다. 교통에 있어서 자동차가 중심이며, 공원이나 녹지는 양적으로 충분하나 평면적인 구성이고 일부 필수적인 공공시설을 조성하였다. 또한, 다양한 용도 중 주거 기능만이 위주이기에 주로 출근은 서울로 하고 퇴근 후 잠만 자러오는 베드 타운(Bed Town)이 되었다. 이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고 성장한 도시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신도시의 경우, 태생부터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고자 외곽으로 확장된 사업을 지향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한편, 1990년대 지어져 오늘날까지 물리적인 성장을 경험한 연수지구는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신도시로 이사 온 부모들은 중년을 넘어서 노년을 맞이하고,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아들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또 다른 도시들로 떠났다. 도시를 인생에 비유하자면, 연수지구는 유행에 민감한 청년이기 보다는 중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후한 꽃중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도시재생 시대의 생존방법과도 밀접하다.

 

첫째, 승기천이다. 이는 연수구를 대표하는 자연환경 요소이며, 관리를 위해 둘레길 조성, 생태하천 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생태 환경을 고려하기 보다는 진입계단 정비, 안내판 보수, 쉼터 조성 등 토목 사업이 우선이다. 물론 이용자 관점에서 접근과 안전, 심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자연성 회복이 가장 우선이다. 자연형 하천호안, 소생물 서식처 복원, 자연에너지 활용 등이 그 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승기천의 자연하천 기능의 복원이 가능해지고 신도시의 이미지도 지금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둘째, 공원·녹지이다. 이는 1기 신도시의 주요한 특징이자 정주환경의 완결성을 추구하기 위해 설계 당시부터 계획된 시설이다. 특히 연수지구의 경우,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체육공원, 문화공원 등 주거지와 유기적 결합을 도모하는 분산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다만 분산형의 경우, 접근성은 유리하나 생태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호연결성이 낮아 불리하다. 이에 기존의 공원녹지와 함께 다양한 소공원 등을 조성하고 이들을 연계하여 그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내 오픈스페이스(Open Space)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생활자산이다. 현재 연수구청 홈페이지에서는 신석기 시대, 비류 백제, 인천도호부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고 있지만 오늘날 연수구민의 공감도와는 꽤 거리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연수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는 역사를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대 유산을 발굴하기보다는 공유의 기억을 담고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생활자산으로 선정하여 홍보하여야 한다. 즉, 전설이나 설화보다는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나 중학교, 자녀의 졸업식 때 찾아간 맛집, 주말마다 찾아간 목욕탕이나 이발소 등이며, 이러한 자산을 지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기억을 확인하고 다양한 경험과 교육이 될 것이다.

 

결국 신도시가 꽃중년이 되기 위한 비결이자 생존방법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즉, 연수지구를 대상으로 보완하기보다는 보존, 복원, 관리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도시재생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제 도시는 쇠퇴, 소멸까지도 맞이하게 되었고 연수지구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 과정을 학창 시절에 경험한 청년들은 각자의 이유들로 다른 도시로 떠났지만 서둘러 연수지구로 돌아와 고향 선배, 어르신들과 함께 어우러져 자신만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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