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각로 텃밭에 주민들 모여 국화 심은 개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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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각로 텃밭에 주민들 모여 국화 심은 개천절
  • 강영희
  • 승인 2018.10.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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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가을맞이 음악회, 별난마켓, 시낭송회도 이어져



배다리 책방 거리는 여전히 공사중이다. 

헌책방 삼거리에 전신주를 묻고, 찻길만 있던 기존의 길에 사람길을 더했다. 좁은 골목길에는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황토색 아스팔트를 깔았다. 그러면서 인천양조장 건물(집과 공장)이 새 주인을 맞아 한옥을 멋지게 살려내자 이웃에 있던 집도 새롭게 고치고 있는데 어떻게 고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6-70년대 다양한 책집이 있었다는 거리 풍경도 궁금했는데 그 이전의 한옥이 드러난 공사현장을 보니 도시의 역사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이 공사는 송영길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3년부터 시작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일환인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하나다. 유정복 시장으로 바뀌면서 관련 예산집행이 대부분 삭감되어 관련 사업이 모두 중단되었다가 2017년부터 다시 진행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마저도 동구청으로 이어진 ‘금곡로’ 공사는 대창문구사와 문화사우나가 있는 곳까지, ‘우각로’ 공사는 도로 부지가 시작되는 ‘개코막걸리’ 앞까지만 진행될 예정이다.

 



대창서림은 새 주인을 맞아 단장을 해서 ‘모갈1호’라고 새로 이름을 짓고 운영중이고, 집현전은 영화활영공간으로 빌려주었다가 최근 단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아벨서점과 한미서점, 삼성서림은 책방거리의 중심이 되어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흥상회 달이네는 ‘요일가게’를 중심으로 ‘마을로 가는 교실’을 진행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을 안과 밖을 이어주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비날다 책방’은 ‘배다리 안내소’ 역할을 하면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들을 갖추고, ‘고양이’, ‘페미니즘’, ‘바느질’, ‘문구’ 등 주제와 관련한 색다른 신간을 갖추고 있다. 참고로 고양이 주인장 ‘반달이’가 있다.
스페이스 빔에서 진행하고 있는 ‘골목공작소’는 마을 주민들의 주문을 받아 소소하게 필요한 목공작업물을 만들어 나누는 작업을 진행했고, 여전히 마을의 유일한 일반음식점 ‘개코막걸리’는 새로운 메뉴로 지난 5월 문을 열고 운영하고 있는데 월요일은 쉬는 날이니 참고해야한다.

 

@2017년 10월 7일_텃밭정원에서 '만국시장 별난마켓' 과 함께 열린 '제 1회 인천 독립출판동네책방' 모습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중·동구 관통산업도로 부지는 마을텃밭, 텃밭정원, 생태공원, 도로부지 등의 이름으로 12번째 여름을 지났다. 그 여름, 토요가게 ‘커피_락樂’이 풀밭 위의 카페를 열기도 했고, 단막극 축제인 ‘15분 연극제’가 진행되기도 했다.

10월 6일 토요일 저녁 6시에는 '삼성서림' 가족들이 만드는 세번째 작은 음악회가 스페이스 빔 1층 우각홀 열리고, 10월 13일에는 ‘만국시장 별난마켓’과 함께 ‘쇠뿔마을 동네마켓’이 함께 열릴 예정이고, 10월 27일 배다리 시낭송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창영초교와 철로변 일대는 지난 봄 ‘주민이 만드는 애인동네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도시재생사업의 기초를 다지는 ‘희망지 사업’ 대상지로 결정되었고, 6.13 지방선거와 그 결과로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주민이 만드는 더불어 마을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다.
 
책방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주거지 중심인 창영초교 일대는 기존에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짓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2015년 9월 재개발이 해제된 후 옛 집을 고치고 이사를 왔다는 주민들이 종종 있기는 했었는데 올해부터 부쩍 그 모습이 많이 보인다.
 
송림초교 뉴스테이 지역 주민들이 인천시 갈등조정위와의 협의를 통해 영구임대주택을 보장받고 11월까지 집을 비우기로 하면서 가까운 지역인 금곡동 배다리로 이사를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세로 새로운 주민들이 유입되고 있는 모양새다.
 
살고 있는 집을 고치지도 못하게 하고, 일부러 세를 주지 않고 빈 집을 폐가로 만들어 주변 집들이 살기 어렵게 만들어 떠나도록 하는 식의 재개발이 아니면 고치고, 다듬고, 새로 지으며 자연스레 재생이 되는 것을 이 작은 마을을 통해 보게 된다.



@2007년 9월 13일 그날의 그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수십 년을 이어온 재개발이 도시민에게 가져온 상처는 깊다.
 
금융권과 토목업자, 건축업자, 부동산업자들의 배만 불린 결과 이젠 ‘밥’이 아니라 ‘집’ 때문에 아이도 낳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을뿐더러, 삶을 포기하거나 거의 모든 수입을 집에 쑤셔 넣느라 삶을 돌보기 어려운 이들의 넘쳐난다. 고시원 한 칸, 독방 아닌 독방에서 숨을 거두는 이들도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 불리는 가계 부채의 대부분은 ‘집’ 그놈의 ‘집’ 때문이다.
그러는 중에 미성년자가 가진 집이 2만 4천여 채 가깝고, 심지어 십 수 채의 집을 가지고 임대업을 하는 어린이가 있다는 뉴스를 들은 게 어젯밤이다.
 
스스로 삶을, 가족을, 이웃을, 마을을 가꾸고 살아가는 일에 쏟을 힘이 남아 있을까? ‘공동체’니 ‘마을만들기’니 하는 말이 어떤 이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 개천절에 텃밭정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모여 텃밭과 우각로 사이에 국화를 심었다. 가을 꽃길을 만들자는 계획이 있었는데 개천절 쉬는 이웃들과 함께 주민들을 불러 모아 땅을 파고 꽃을 심고 물을 줬다. 새로 이사 온 어떤 주민은 그 모습에 ‘웬 오지랖 ..’ 이라며 비웃기도 했다지만 함께 꽃을 심은 주민들은 골목공작소에서 만들어준 평상에 앉아 김밥과 음료를 나누며 웃었다. 10월 3일,  저녁 노을이 유난히 빛나는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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