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천과 심곡천, '아직도' 도시개발과 하천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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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천과 심곡천, '아직도' 도시개발과 하천복원
  • 장정구
  • 승인 2018.10.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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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가정천과 심곡천


<청라지구와 루원시티의 가정천과 심곡천>


‘신흥부촌으로 환골탈태할까… 루원시티 분양 본격화’
2018년 10월 2일자 한 인터넷신문 뉴스 제목이다. 루원시티(Lu 1 City)는 인천 서구 가정동 옛 가정오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개발중인 뉴타운의 이름이다. 이곳은 200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었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멀쩡했던 동네가 한순간 유령도시가 되기도 했다. 도시개발구역 지정 10년이 지나 단지조성공사 착공식이 열렸고 지금은 인천지하철2호선 가정역 주변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루원(樓苑, 아름다운 누각이 있는 정원)은 가정(佳停, 아름다운 정자)동에서 유래되었다.

Leading Ubiquitous No.1 City, 미래도시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최첨단도시
Luxury and Upper Class City, 최고의 공간과 최고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명품도시
Lively and Useful City, 항상 깨어 있고 어디서든 편안한 인간중심도시


루원시티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루원(Lu 1)은 무슨 뜻일까? 인터넷검색을 하다보면 위와 같은 내용이 보인다. 아름답고 부유하고 최첨단 도시를 뜻한다. 청라국제도시의 관문으로 지하철과 고속도로가 지나고 제3연륙교가 건설되면 인천공항이 지척으로 개발 잠재력이 풍부해 새로운 부촌(富村)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도 함께 보인다. 그런 루원시티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인천시는 공원·녹지를 줄이고 상업·업무시설용지를 늘렸단다.
 
이곳 가정동에는 크게 두 개의 물줄기가 있었다. 심곡천의 지류인 가정천이다. 한남정맥 아나지고개의 하나아파트 뒤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와 동우아파트 옆 서곶로 고개에서 발원하는 물줄기, 이 물줄기들이 가정천이었다. 2006년 인천녹색연합의 복개하천조사 당시에는 하류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각각 2km와 1km가 넘는 구간이 복개되어 있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구간은 당시 노상주차장이 있는 도로들로 화합길, 백로길, 평화로 등으로 불렸다. 지금은 백로길 일부를 제외하고는 루원시티 건설공사로 어디가 물길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가정동 일대 재개발이 진행될 때 하천복원으로 한남정맥과 심곡천을 연결하여 도심 생태축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지금의 가정공동주택지구, 루원시티 공사만 한창이다. 루원‘호반’아파트 옆에 물길을 만들었으나 원래의 가정천과는 한참 멀다.


 
<좌= 가정지구 호반아파트와 호반아파트 물길. 그러나 가정천과는 거리가 멀다. 우= 심곡천에는 여전히 생활하수가 흘러들고 있다>

<서곶로 옆 가정천 상류.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다>

<가정지구는 지금도 공사중이다,>


심곡천은 국제성모병원과 인재개발원 뒤 한남정맥 천마산에서 발원한다. 심곡로 아래를 흐르다가 심곡로 서쪽 끝 광명아파트를 지나며 물줄기가 보이고 지방하천이 시작된다. 2014아시아드경기장 푸른들마당과 연희크리켓경기장 사이를 남서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흘러 봉수대로를 지난다. 봉수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1km 남짓 흐르다 가정천 물줄기를 만난다. 가정천를 만나 넓어진 심곡천은 서쪽으로 내달리다가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가다 갑문에 이르러 서쪽으로 꺾이며 비로소 바다를 만난다. 청라지구 갯벌이 매립되기 전 심곡천과 가정천은 별개의 물줄기였다. 지금의 심곡천 하류 대부분은 갯골이었다. 매립 과정에서 직선화되기도 하고 서쪽으로 흐르던 물길이 갑자기 남쪽으로 때로는 북쪽으로 만들어졌다.
 
지방하천이 시작되는 광명아파트 앞의 수질은 비교적 양호하다. 농업용수로 공급된 한강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천과 합수되는 지점에서부터는 수질이 심곡천의 우스개 별명처럼 ‘심각천’이다. 가정동 쪽에서 흘러나오는 생활하수가 여전히 심곡천으로 흘러들고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물흐름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2006년 대규모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하천 하류에 대규모 하수종말처리장 건설보다는 하천 중간중간 소규모 하수처리장 설치하여 생활하수를 바로 정화하여 바로 하천으로 흘러보낼 것을 제안했으나 여전히 하수관 연결만을 고집하고 있다.
 
재두루미, 황새, 검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잿빛개구리매, 큰고니, 가창오리, 칡부엉이, 올빼미, 소쩍새, 개구리매, 큰기러기, 쇠기러기, 흰기러기, 중대백로, 쇠백로, 개개비, 개개비사촌, 꼬마물떼새, 때까치, 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황조롱이, 꺅도요, 제비,,,,,,,, 2006년 하천조사보고서에 기록된 심곡천의 새들이다. 직접 두 발로 다니며 하천을 조사하고 기록한 이 보고서에 심곡천은 ‘공촌천과 함께 인천 도심지에서 살 곳을 잃어버린 야생동물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밝히고 있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인 큰주홍부전나비, 물장군, 금개구리, 맹꽁이가 살고 족제비, 너구리, 고라니의 발자국과 똥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심곡천 변 금개구리 서식지 훼손심각, 보호지역지정관리해야’
인천녹색연합은 2018년 지난 봄, 인천의 양서류서식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심곡천 하류 습지의 금개구리와 맹꽁이 대체서식지는 특히 훼손이 심각하고 보호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강제이주당한 멸종위기 양서류들의 대체서식지이다. 2007년부터 청라지구 개발로 540만평 청라에 흩어져 살던 수천마리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1만여평도 안되는 이곳 짜투리 땅으로 이주했다. 2014년에는 계양구 서운산업단지 개발사업으로 또 수백마리 금개구리가 강제이주를 왔다. 그런데 2015년 느닷없이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직선화구간 연결도로가 생겼고 서식지는 두 동강이 났다.
 
문점교(文占橋), 금개구리 서식지를 지나서 만나는 심곡천 다리의 이름이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청라에 문첨도(文沾島)가 있었다.
사파이어로, 크리스탈로, 에메랄드로, 루비로, 커넬로. 지금 청라는 국제도시이기를 원한다. 1984년까지 청라는, 심곡천은 인천의 시조(市鳥) 두루미의 도래지로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이었다.



<문점교. 청라에는 문점도가 있었다>


<2006년도 인천녹색연합이 조사발표한 인천복개하천조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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