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의 본연은 '소통'과 '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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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의 본연은 '소통'과 '지원'이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0.12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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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직접사업 '욕심'으로 논란 키운 ‘개항장 예술축제’



 

올해 문화예술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개항장 예술축제’가 12일 오후부터 시작됐다. 축제기획이 가능한 민간 예술가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직접사업으로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소통 부재 논란을 키워 왔고, 급기야 지역 문화계 '80인 성명'으로 최진용 대표이사 등의 사퇴 요구까지 나오며 얼룩지고 있다.
 
개항장 예술축제는 지난해 한 문화기획사가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했던 ‘사운드 바운드’의 축제평가서 등, 지난해 재단이 중구 일대에서 지원사업 등으로 진행했던 행사들의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시의회에 3억 원의 예산을 편성받아 치러지고 있다.
 
당시에도 재단은 자신들이 스스로 축제기획을 하려는 욕심으로 당초 ‘사운드 바운드’에 편성됐던 예산 전액을 전용해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쓰려다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올해 ‘사운드 바운드’를 아예 없애버리고 무용과 클래식 등의 콘텐츠를 추가해 직접사업으로 축제를 꾸렸다. 지역 문화계에서 이에대한 지적이 나오자 인천문화재단은 “축제 조직위를 만들었다”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곧 여기에 참여한 인사들과 재단 내부에서조차 전체적인 큰 그림에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배제됐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그 조직위 회의도 단 두 번뿐이었다는 얘기가 기자의 귀까지 들려왔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난 2004년 12월 가동된 인천문화재단의 설립 목적은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와 시민들이 쾌적하고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스스로 누릴 수 있도록 한다”고 적시돼 있고, 재단의 주요활동과 업무는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대한 지원사업, 문화예술관련 연구·출판 등 문화사업 수행”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같은 설립목적 및 업무활동의 적시 사항은 인천문화재단의 ‘1차적 의무’가 지역에서 자생하려는 문화적인 움직임이 있을 경우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인천 출신의 예술인, 문화기획자들 중에서는 이미 ‘축제’나 ‘행사’의 DNA에 익숙한 이들이 적지 않다. 더 나아가 이들 가운데서는 실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민간 영역의 예술가들 및 기획자들이 인천에서 적지 않다. 다만 이른바 ‘문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인천지역에서 얼마 못가 서울 등으로 이주해 인천을 완전히 떠나는 현상이 잦았고, 이에 당시의 인천시가 그것만큼은 막고자 했던 게 바로 인천문화재단의 설립 배경이었다.

적시된 설립 목적 및 주요 업무활동에 따르면, 문화재단에서 직접사업을 하고자 할 경우 그 우선순위가 ‘축제의 직접사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민간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하기는 힘든 분야인 연구나 교육, 그리고 문화관련 정기간행물의 출간 등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 
 
약간의 지원만 받으면 축제를 기획하고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인물들이 얼마든 있는 상황에서 인천문화재단이 굳이 욕심을 부려가며 축제의 영역까지 직접사업으로 할 필요도 없고, 더 나아가서는 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지역에서 ‘문화기획’이 가능한 인력들의 일을 인천문화재단이 막는 결과로 이어지는 데다, 이는 지역의 문화기획자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열망과도 배치된다.
 
인천 출신의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지역 문화재단의 존재감은 새롭게 무엇을 만들어 실적을 쌓는 것도 있지만,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이들과 원만한 소통을 통한 작업으로 최상의 결과를 이끄는 방법도 있다”면서 “지금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건 아니건 지역 문화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분들이 인천에 많은데 그 분들 모두 더 보람이 있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인천문화재단의 소통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좋은 소통만 해도 좋은 '문화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더 보람도 있을 텐데, 재단 고위직의 욕심으로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16년 하반기 최진용 대표이사가 부임할 당시 기자들을 모아놓고 “소통을 앞세우며 급격한 변화는 지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기억한다. 2년여가 지난 현재, 그는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위배하고 있지 않은가. 3일간의 축제를 위해 ‘상시 본부’를 따로 세웠지만 정작 소통의 점수는 다까먹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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