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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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빙글빙글
  • 유광식
  • 승인 2018.11.02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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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광식 / 사진작가
석남동, 2018ⓒ유광식
 

늦가을이다. 다들 추운 겨울을 걱정하지만 겨울은 추운 게 당연하다고 느낀다. 너무 미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겨울을 앞두고 모기들이 간혹 화장실 안에서 흐느적흐느적 날갯짓을 하다 잡히곤 한다. 유독 이맘때 쯤의 모기들이 동면하려는지 빨간 혈액을 가득 품고서 힘은 빠져서 날다가 급기야 최후를 맞이한다. 안쓰럽기는 하지만 모기들도 빙글빙글하고 누구나 언제나 걱정하는 경제야말로 빙글빙글 거리는 세상이다. 

늘 경제가 이슈가 되고 경제가 뭇매를 맞는다.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의 이름이기도 한 처음처럼 경제정책이 재배치되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가 보다. 그러니깐 모기라도 잡는 멋진 도구로 변신해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소주병이 꽃병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적당한 그립감과 강도, 저렴한 가격, 손쉽게 취할 수 있고 의심을 거둬들이기엔 적격인 셈이었을 것이다. 선배들 얘기로는 과거 대학 동아리방 한 곳이 이 꽃병의 제조공장이었다던 전언이 있었다. 특히 지난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에 국정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이 나타났을 적에 ‘염병하네!’를 세 차례나 외쳤던 한 청소노동자분이 생각난다. 홧김에 던진 그 한마디가 과거 정권을 향해 던져진 꽃병과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병은 잘 사용하면 피를 빚어 맛있는 만둣국을 끓여 먹을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흉기로 둔갑할 수도 있다. 한 식당의 마루 밑에 모기향을 피우려 신문 경제지면 위에 대기하고 있는 병의 처지가 참으로 익살스러웠다. 그건 술병이 아닌 염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살이가 가끔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으며 힘을 내곤 한다. 내일도 처음처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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