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의정비 인상 논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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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의정비 인상 논의에 대하여
  • 최문영
  • 승인 2018.10.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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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사무처장


인천시 군·구의회의장들이 의정비를 19% 대폭 인상할 것을 논의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물가는 상승했는데 의정비는 제자리걸음이다. 서울 등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이유다. 24일 연수구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는 연수구의회 2019~2022년 월정수당에 대한 의견으로 19% 인상안이 제출됐다.

기초의회 의정비는 지역 인구수와 공무원 보수 인상률, 재정자립도 등에 따라 다르다. 그동안 행정안전부의 지급기준액 산식을 적용했으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산식이 사라지고 의정비 책정의 자율성이 강화됐다.

현행 지방자치법 시행령 33조에 의하면 의원에게 지급하는 의정활동비와 여비,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지급기준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능력 등을 고려해 조례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중 월정수당 또한 주민 수와 재정력 지수 등을 반영한 계산방식에 따라 지급 기준액을 정하도록 되어 있고 10월말 개정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도 월정수당 결정기준으로 지역주민 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의정비는 시민단체와 법조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위원회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 열리며 그로부터 4년간 책정할 의정비를 심의한다. 올해는 2019~2022년 의정비 책정이 이뤄진다. 지역 기초단체들은 최근 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달 중 심의위원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의회는 물론, 광역의회 의정비 조정 논란은 이미 수차례 있어 왔다. 의정비 인상과 관련한 논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의원 본인들의 의정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의회는 의정비를 인상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를 꾸려 인상폭을 정하지만 인천시민 대다수는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의정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남동구 올해 의정비는 의원 1인당 연 3,928만원이고, 남동구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동구는 연 3,550만 원 선이다. 서울 기초의원의 연평균 의정비 4,300여만원에 비해 적고, 또 인구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역마다 다른 의정비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 의정비인상 주장의 주요 이유다.

1년간 의정 일수는 광역의회는 140일, 기초의회는 80일이다. 이 또한 인천YMCA 모니터링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한 회의에 평균 3회가 넘는다. 의정 일수마저도 일반 직장인처럼 완전히 매여서 일하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인천의 거의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재정수준은 열악한 상황이다. 서민들의 삶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실업율 증가에 가계대출 증가, 자영업의 붕괴, 기업의 폐쇄 또는 이전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러한 때에 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재정자립도를 높여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솔선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자신들의 보수를 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의 장을 펼친다는 것을 일반 서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싶다.

의정활동의 질적 평가도 높다고 볼 수 없다. 의원들의 가장 큰 책무라 할 수 있는 조례 제정, 공청회와 설명회, 행정감사 등 여러 가지 평가 잣대에 비추어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의정 활동은 발전된 모습이 없는데 또 다시 의정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의정비 인상이 의정 활동의 질적 향상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몇 개 기초의회는 의정비 인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인상폭을 이미 결정하고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다른 기초의회도 인상폭이 결정된 위원회 결과를 관망 주시하며 인상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각 군,구의회는 타 지역에 편승하여 묻어가는 식이 아니라 소신 있게 판단하여 인상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민은 지금 지켜보고 있다. 인천 시민을 대변하고 각 구민을 대표하는 광역, 기초의원의 역할을 의원 스스로가 청지기의 자세로 수행해 주길 바라고 있다. 젯밥에 관심을 두기보다 진정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헌신의 자세로 존경받는 의원이 되어 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연수구의회 본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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