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원, 인천 골키퍼의 새로운 주전 경쟁 예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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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원, 인천 골키퍼의 새로운 주전 경쟁 예고할까?.
  • 김인수
  • 승인 2010.11.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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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가 홈경기마다 발행하는 잡지인 “더 유나이티드” 2010년 5월 26일자 김현회 기자 칼럼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지금은 인천을 떠난 페트코비치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나는 골키퍼를 선택할 때 가장 행복하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현회 기자는 칼럼에서 인천은 주전급 골키퍼를 3명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페트코비치 감독의 즐거운 비명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사실 그랬다. 인천의 전체적인 선수진은 얇았지만, 골키퍼만큼은 두터웠다. 김이섭, 성경모, 송유걸이라는 골키퍼 3명의 주전경쟁은 너무나도 치열했다. 매 경기 누가 선발로 나올지 궁금할 정도였다.

2009년 시즌 시작 전 신범철 GK코치는 인천의 골키퍼들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이섭의 장점을 나이가 있음에도 젊은 층에 밀리지 않는 강하고 빠른 몸이라고 했고, 송유걸 선수는 골키퍼가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신체를, 성경모는 좋은 판단력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금은 군 복무 중인 임인성 선수는 짧은 거리에서 보여주는 순간적인 움직임을 장점으로 뽑았다. 인천의 골키퍼들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내세워 치열한 자리다툼을 계속했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오면서 골키퍼 주전경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성경모 선수의 노출도가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시즌 초에는 송유걸이 인천의 주전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브멤버에는 김이섭 골키퍼가 자리했다. 처음에는 이 두 명이 근소한 차이로 주전을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성경모의 이름은 보이질 않았다. 올 시즌 선발 1번과 교체멤버로 4번 나왔을 뿐이었다.

성경모 선수가 선발로 치고 나오지 못하는 사이에 새로운 선수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올 시즌 인천에 입단한 윤기원이다. 윤기원은 임인성 선수가 군입대를 하고서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착실히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기 시작했다.

윤기원의 입지 굳히기는 바로 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바로 인천의 휴식기 전지훈련 명단에 윤기원이라는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인천은 월드컵 휴식기에 속초로 전지훈련을 떠났었다. 이 전지훈련 명당에서 골키퍼에게 배정된 자릿수는 3자리였다. 만약 작년이었다면 이 3자리는 김이섭, 송유걸, 성경모에게 배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명단에는 성경모가 빠지고 윤기원이 배정된 것이었다. 윤기원의 성장속도를 반증하는 사건이었다.

어떻게 보면 윤기원의 전지훈련 참가는 단순히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전지훈련이 끝나고 윤기원의 이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전지훈련 참가는 빠른 성장보다는 선수의 자신감 고양만을 위한 조치로 보였다.

10월 16일 전남 원정에서 인천 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윤기원의 이름이 교체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천의 골키퍼 명단은 김이섭과 송유걸이 독점하고 있었다. 둘이서 선발과 교체를 번갈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윤기원의 이름은 교체 멤버에 당당히 올리고 있었다. 단 한 번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다. 그 다음 경기인 경남 전, 울산 전, 강원 전에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리그 마지막 경기인 제주전에서 윤기원은 선발을 따냈다. 물론 마지막 경기인 만큼 더 이상 승점경쟁보다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그가 선발을 얻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실력이 없었다면 후반기에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던 송유걸이 선발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선발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선수들은 프로 데뷔 전에서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지나친 긴장감도 선수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보통 2군과 1군의 경기에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에 허둥대다 실수하는 신인들이 많다. 하지만 윤기원의 프로 데뷔 전은 성공적이었다. 전반에만 실점위기 2개를 막아냈다.

특히 전반 26분 산토스가 골에어리어 안에서 찬 공을 막아낸 것이었다. 물론 못 막을 코스는 아니었다. 골의 이동경로 역시 골키퍼의 정면이었으니 막지 못하면 안되는 슈팅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수비가 무너진 상황에서 곧바로 상대방 공격수의 각도를 막는 모습은 아주 좋았다.

이외에도 안정적인 방어를 수차례 해내며 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반전에 수비수 안재준이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빠졌던 인천이라 윤기원의 빛은 더 발했다.

물론 윤기원이 데뷔전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수비수의 도움과 상대 공격수의 미세한 실수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올해 입단한 신인이 데뷔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친 것 만으로도 칭찬을 받을 만 하다.

이제 남은 것은 윤기원이 김이섭, 송유걸과 함께 새로운 골키퍼 주전경쟁 구도를 만들지 여부다. 혹시 내년에 허정무 감독도 “난 골키퍼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라는 말을 할지 모른다. 그 동안 인천의 짠물수비를 돌릴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인 두터운 골키퍼진이 2010년에도 가동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김인수 UTD 기자(zkslqkf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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