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주로 주간선으로 복개된 본류, 발원지 마져 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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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로 주간선으로 복개된 본류, 발원지 마져 유실
  • 장정구
  • 승인 2018.11.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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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승기천


<남동유수지와 인공섬, 왼쪽은 저어새섬이고 오른쪽은 최근에 만든 것이다>


 
"여보세요? 나무꾼(필자의 별명)! 지금 송도 해안도로 남동유수지에 있는데 빨리 나와 봐요. 유수지 안 인공섬에 저어새가 앉아 있어요. 아무래도 둥지를 튼 것 같아요"
 
2009년 4월 23일 오전, 연수구에 사는 한 회원이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그렇게 2009년 4월 23일은 필자 개인적으로, 인천지역자연환경보전활동에서도, 한국조류학계에서도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지금은 저어새섬이라 불리는 남동유수지 안의 인공섬에서 전세계적인 멸종위기 새인 저어새가 둥지를 튼 것이 처음 확인된 날이다.

남동유수지에 저어새가 둥지를 튼 사건이 MBC뉴스데스크 등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인천시는 시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까지 개최했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송도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11공구 매립을 추진하던 인천시는 2009년 12월말 송도11공구 매립면적을 줄이고 남은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시민들은 매년 4월이면 송도의 마지막 남은 갯벌인 고잔갯벌과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 모니터링을 시작한다.

2009년 7월에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EAAFP) 사무국이 송도에 자리를 잡았다. EAAFP(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는 이동성 물새와 그 서식지를 보전하면서 그 서식지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계 보호를 위해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국제기구이다.



<구월배수펌프장. 승기사거리와 종합문화예술회관 사이 승기천 복개구간에 위치하고 있다. 폭우가 내리면 이 지역은 상습 침수구역이 된다>
 

승기천은 문학산과 승학산, 수봉산의 골짜기에서 시작하여 남동공단 유수지를 거쳐 황해로 유입하는 하천이다. 남동구와 연수구의 경계가 되는 지방하천 승기천은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부근(구월동 838-46)에서부터 남동공단 유수지까지 6.2㎞이다.

승기천은 크게 두 줄기로 복개되어 있다. 본류는 수봉산 남서쪽 줄기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로 농산물도매시장까지 약 3㎞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혀 있다. 본류의 복개구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58%는 용일사거리~신기사거리~승기사거리(일명 동양장사거리)에 이르는 인주로 주간선도로로 종합문화예술회관과 농산물도매시장을 제외한 전 구간이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지류 중 가장 긴 물줄기는 문학산과 승학산의 골짜기에서 발원하는데, 인천지하철 1호선 신연수역 부근까지 복개되어 있다.
승기천은 인천의 다른 지방하천들과 달리 발원지가 완전히 유실되었고 지방하천이 시작되는 농산물도매시장 부근에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시는 2003년 민관거버넌스기구인 하천살리기추진단을 구성해서 굴포천, 승기천, 장수천, 공촌천, 나진포천의 5대 하천 살리기사업을 진행했다. 승기천을 비롯한 이들 하천은 이미 10년 전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시청과 송도 사이에 위치한 승기천은 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있어 인천시가 특별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도시축전은 2009년 8월 7일, 송도에서 개막했다. ‘내일을 밝히다’는 제목으로 인천시가 주최한 도시축전은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시개발의 모델을 제시하고, 해외투자유치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갯벌을 매립한 송도에서 80일간 열렸다. 당시 자전거도로도 시청과 송도를 연결하는 구간에 우선 건설되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하천변을 정비하고 하수관로를 매설하는 등 하천살리기사업을 진행했지만 승기천은 진정한 자연하천, 생태하천이 아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수을 끌어와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한다. 악취를 차단하기 위한 커튼이 내려졌지만 처리수에서 나는 냄새는 여전하다. 시민편의시설로 하천변에 설치한 시설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되고 훼손되면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상류의 분수광장은 '위험, 접근금지' 노란띠가 둘러쳐져 있고 하류의 나무다리는 교체공사가 한창이다. 한 때 사람들로 붐볐을 하천살리기추진단 하천교육장 주변에는 풀만 무성하다. 승기천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은 말끔하게 풀이 베어져 있다. 남동공단이 있는 남동구와 자전거와 산책하는 사람들의 연수구, 기초자치단체가 하천을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다.


<연수구와 남동구, 승기천에 대한 관심이 다르다. 사진 왼쪽은 연수구이고 오른쪽은 남동구다. 연수구쪽은 '말끔하게' 풀이 베어져있다>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근처에 있는 하천환경교육장.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은 듯 풀이 무성하다>

 
아기 저어새가 떠난 남동유수지에는 황오리와 혹부리오리, 쇠오리가 찾아왔다. 오니층을 일부 준설했지만 남동유수지의 수질은 여전히 ‘언급곤란’ 수준이다. 사람들의 출입이 어려워 유수지는 여름에는 저어새, 재갈매기가 번식하고 겨울이면 오리들이 찾아오는데 최근 10년 동안 두 차례나 수천마리의 새들이 집단폐사했다.
 
'복개구간 복원은 당장은 무리라고 판단되며 복원을 검토하기 이전 발원지와 상류 물줄기 조사, 문헌검토 등이 필요하다' 2006년 인천녹색연합이 조사발간한 인천복개하천조사보고서에 기록된 승기천의 평가내용이다.
당시 인천녹색연합은 단국대학교 도시계획학과와 공동으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지금의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복개하천복원 타당성조사연구의 연구지표를 활용하여 인천지역의 복개하천을 전수조사했다.
최근 민선7기 인천시 집행부는 승기천의 복개구간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연형 하천사업 10년, 승기천은 지금도 공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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