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밭 통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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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밭 통가스
  • 유광식
  • 승인 2018.11.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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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유광식 / 사진작가
부평구 산곡동, 2018 ⓒ유광식


추위를 걱정할 즈음 미세먼지 폭탄을 맞았다. 대기가 점점 나쁘게 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지만 올해도 김장은 별 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우리는 월동준비차 김장을 하며 1년의 건강생활을 장담한다. 김장 배춧잎이 건강의 보증수표인 셈이다. 미세먼지와 각종 방사선 오염에 의해 우리 몸은 건강은커녕 불안만 느는 형국인데도 말이다.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라는 듯 통가스 형님은 작은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무 형제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예상컨대 주인 어르신은 김장을 위해 화분에 무씨를 뿌렸을 것이다. 거름을 주어가며 김매기도 하면서 보살핀 결과로 알차게 자란 무를 잘라 조만간 맛있는 깍두기나 동치미를 담글 생각에 산동네 어두운 밤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무청은 방범창에 걸어 찬바람에 말린 다음 한 겨울 시원한 시래깃국으로 몸을 데워줄 것이다. 그 기간 통가스 형님은 불침번을 자청하며 여러 침범을 막아 줄테니 너무나도 든든해 보인다.

김치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한국. 한 때는 김치가 없다고 정말 못살까 했는데 이젠 김치가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김장과 관련한 재료들의 성장을 걷다가 보게 되었을 적에는 나도 모르게 주문을 외게 된다. ‘무럭무럭~푸르게푸르게~’ 말이다.

예로부터 먹는 것에 관하여는 어른들의 불같은 호통이 많았다. 한 번은 할아버지 댁에서 밥알을 남긴 나에게 아버지는 밥 한 공기에는 어느 것인지는 모르나 밥알 한 톨에만 복이 들어 있다며 그럴 테면 남기지 않고 뚝딱 먹는 수 밖에 없다는 이치를 깨우쳐 주셨다. 당시 어찌나 화끈했던지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이젠 밥을 남기지 않고 먹는 습관이 들었다. 올 해 김장도 긴장이 된다. 미세먼지 걱정이기도 하고 얼마나 맛있는 김치로 숙성될까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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