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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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 한학범
  • 승인 2018.12.0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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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 한학범 / 인천교육연구소


흔히 교사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동료로서 겪었던 교사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교사마다 가진 교육적 매력과 가능성은 달랐다.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앞으로 미래교사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I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 이야기를 통해 교직 전문성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들은 요즘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학교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주문은 언제나 넘쳤다. 대체로 개혁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어왔다. 최근 ‘교육자치’라는 화두는 교사가 좀더 주체가 되도록 요청하는 일이다. 마을공동체, 학교민주주의, 교사학습공동체, 혁신지구 등의 이름은 좀 더 교사가 움직여보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더구나 학생자치를 통해 학생에게 민주적인 효능감이 주는 기쁨을 누려보도록 하기 위해 교사의 민주적 방식의 감수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언젠가 학교를 주제로 한 드라마에서 교사가 등장하여 넌지시 말한다. 교직 첫 10년은 열정을, 그 다음 10년은 기술을, 그리고 남은 10년은 사랑이라고. 여기서 ‘사랑’은 단순한 애틋함이나 배려를 가리키기도 하겠지만, 보다 무장된 사랑 차원, 즉 교사가 원숙기에 이르러 보이는 ‘성찰’로 보고 싶다. 교사의 교직생애 단계상 교육활동에 대해 충분히 되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현장 역량이 무르익은 상태를 말할 것이다.
 
보통 교직전문성을 말할 때, 교과전문성이나 교육과정 전문성, 그리고 수업전문성을 제시한다. ‘사랑’의 단계에 이른 교사가 보여주는 생애단계는 성찰적 차원에서 원숙함을 보여줄 시기에 해당할 것이다.
 
I 초등학교 A 교사는 학교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실과 교육의 이상 사이의 괴리에 민감했다. 정책의 구현과정은 현장과 괴리되어 교육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교실현장에 파급되는 경우가 있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실시되고 있는 지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이러한 간극이 생기는 지점에 생기를 불어넣을 방안을 찾고 싶었다. 통합적인 교육과정 운영에서 해결의 단서를 포착하였다. 좀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동안, 핵심역량과 교사교육과정 담론이 보급되었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기획하고 실천하는가에서 교사의 정체성을 찾았다. 핵심역량을 말하기 위해서는 교사역량이 자연스럽게 강조되었다.
 
그는 책읽기와 함께 현장보다는 이론적 교육과정논의 그룹에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정책이 현장으로 보급되면서 원래 가졌던 교육적 가치와 지향점은 윤색되어 버렸다. 그는 귤이 탱자가 될 수 있다는 현장적용에의 아이러니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융합적 교육과정 운영과 핵심역량 담론이 교육과정 정책으로 현장에 확장되었다. 그는 교육정책적 마인드에 관심이 옮아갔다. 가르치는 사람에서 정책을 고민하는 역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학교정책의 결과물은 교사의 손과 발에서 찾아진다. 교사가 얼마만큼 정책에 공감하는가 여부가 해당 정책으로 전개될 학교일상의 모습을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된다. 아마도 정책이 학생들 손등위에까지 다가갔다면, 정책의 지향점이 상식이 되고, 일상이 되는 분위기가 되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렇게 함께 지내는 일이 점차 학교문화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후에 학교문화가 되고 학교일상으로 작동될 것이다.

 

 
 
정책마다의 배경과 관련 세미나와 포럼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때는 교사가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읽을 만한 꺼리가 적었다. 언제부터인가 교사 손에 의해 쓰여진 현장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모두 교사학습공동체의 소산으로 보인다. 읽고 또 읽어야만 하는 교사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학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교사가 저자가 되는 교직전문성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교사 자신의 실천을 넘어 이론적 접근에 기반한 실천적 역량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교사 저자는 자신의 실천에 대해 강의하고 다시 영감을 받은 다른 교사에 의해 또다른 저서가 집필되고, 이어서 학습공동체에 선순환되어 공부하는 교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교사 저자마다 보여주는 실천을 접한 교사 독자가 자신의 교육현장과 연결되는 현장경험의 교집합을 찾는 일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 현장을 관통할 액기스는 없다. 교육정책이 지향하는 비전을 보장할 도깨비 방망이도 없다. A 교사는 정책과 현장사이에 생길 수 밖에 없는 간극을 이전보다 훨씬 수용하고 있는 입장이다. 대신에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좀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책이 표방하는 바와 실제 작동되는 현장 사이의 간극이 있는 것처럼 교직전문성의 역량을 금방 체득하고 발휘할 것이라고 믿거나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학생들에게도 역량을 발휘하고 능력을 보이라는 주문 역시 교사와 함께 찬찬히 살펴가며 기초체력을 키우는 가운데 차차 생겨날 것이다. 다른 생애단계의 교사보다 좀더 원숙하게 교육활동에 대한 성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사군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성찰성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습득할 수 있는 속성을 갖지 않는 현장지식을 필요로 한다. 동료교사와 함께 실천속에서 접해야 접근 가능할 것이다. 전문성이라는 이름보다는 교사가 학교 일상에서 늘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감응 정도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보이지 않고 순간순간 발휘되고 사라지지만, 언제든 필요할 때 위력을 발산하며 학교 일상을 유지시킨다.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 교육비젼을 염두에 두면서 전국적으로 각종 교육공약이 경쟁적으로 소개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교육공약의 실현될 곳이자 지향점은 교실현장과 지역사회이며, 교사와 학생의 일상 주변에서 묻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교육의 기본전제는 학생중심교육이라든지 더 나아가 ‘학생주도교육’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교사는 정책지향점과 현장에서 중의적으로 교차하며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처지이다. 정책의 지향점을 공감하는 교사 수만큼 네트워크화되어 상향적 방식으로 실천해낸만큼이 해당 정책의 실제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교육정책의 배경에는 미려하게 선택된 수사적 표현을 사용하기 쉽다.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매혹적인 지향점과 비젼은 모든 활동을 마치 교육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정책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학교급마다 학년마다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현장적 목표점이라는 밑그림을 필요로 한다. 현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성찰성이 필요하다.
 
어떤 수준에서 얼마만큼 성취했다고 판단할 기준점이 모호하다. 학생마다의 고유 성취수준을 정해 개별학생에게 어떻게 다가갔고 실현되었는지를 살피면 좋겠다. 언제나 그래야했지만, 미래교육 교사의 과업에는 학생마다의 개별코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을 학생의 손바닥에서 끈적하게 느껴지게 하려면, 교사가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성장시킬 때 가능하다. 교사생애발단단계에서 볼 때, A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측면이 장점이 될 수 있다. 학생마다의 다름을 이전 교직경험에 비추어 성찰할 수 있는 기대 역량이 높은 편이다. 이전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통해 지금의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적 접근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마을교육공동체 논의는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다가올 저출산 및 초고령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당위로서의 교육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전반을 포용하는 융합복합적 접근으로서 지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역의 장점을 살리려는 사회적 안전 그물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A 교사는 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읽을거리가 넘쳐난다고 하며, 읽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교사가 공부하고 논의하는 일은 사회포용적인 측면에서 학교는 물론 학교 밖, 그리고 지역을 살펴야 하는 교직전문성을 만들어가는 일에 해당한다. 교사의 성찰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학교밖으로부터의 과업수행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성찰성을 바탕으로 학교의 일이 무엇이 될 것이며, 학교밖의 어떤 지점과 연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협력적 과업이 부각되고 있다.
 
교육정책은 교실 곳곳에서 교사의 눈과 손에 의해 결정된다. A 교사는 내년에 교사생애발달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미시적인 정책연구로 탐색하고자 한다. 학교에는 교사생애단계가 다양한 교원이 있음에도 단계마다의 적절한 전문성을 살펴볼 렌즈가 없다. 예를 들어 가까이에 있는 행복학교나 행복나눔학교 구성원의 일상을 포착하는 일을 통해 학생을 좀더 이해하고자 한다. 생애단계마다 보이는 교직전문성을 특정 발달단계에 맞추거나 교과전문성에 한정하는 일을 벗어나 생애전반에 걸친 주기로 교직정체성을 살펴보려는 일을 지향한다. 교사발달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학생지도에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학습공동체가 아니어도 교사는 책을 가까이 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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