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홀로+함께 서기 <서로봄공동체>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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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홀로+함께 서기 <서로봄공동체>18개월!!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8.12.1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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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봄공동체- 응현, 동주, 성민, 동표' 보고대회 16일까지 배다리 책방에서



2년 전 늦은 가을, 혹은 초겨울에 '이제 곧 스무 살이 될 아이들'의 자립을 고민하는 어머니들이 성인이 될 발달장애 자녀의 삶을 고민하며 배다리에 들은 적이 있었다. 이제 졸업하게 될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다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같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종종 배다리를 다녀갔었는데 교통도 좋고, 자연을 접하기에도 좋은 것 같아 배다리에 공간이 있나 둘러보러 왔다고 했다. 좀 넉넉한 크기를 원하셨고, 1층을 원했는데 도로 옆 건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비쌌다. 그렇게 시작된 공동체 자립터를 찾아 이곳저곳 발품을 파시더니 다음해 봄, 만석동에 공간을 구했다며 ‘서로 봄 공동체’ 이름이 씌어진 비누를 가지고 친구가 왔다.
 
배다리에 자리 잡고 싶었는데 좀 아쉽다고, 대신 만석동은 다양한 관공시설이 가까이 있어 사회적응 훈련을 하기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저녁에 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하루 보내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간간히 친구를 통해 소식을 들읍며 지냈는데 벌써 1년 6개월이라니 ..
 
정미정 서로봄 공동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건 배다리 책방 모갈1호(구 대창서림)에서 전시회를 준비한다는 소식과 함께 인터뷰가 가능하겠냐는 장덕윤 대표의 제안이었다. ‘모갈1호’에서 하반기에 진행한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프로그램을 발달장애인 자립공동체 - <서로 봄 공동체>와 진행했는데 그 이야기를 인천in에 담았으면 한다며 연락을 주셨다.
 


 

강-“요즘엔 아이들이 공간에서 며칠 지내요?”
정-“3일이요.. ”
강-“어? 많이 빠른데요?”
정-“네, 저희들도 놀랐어요!”
강-“관리는 되고 있나요? 아이들 스스로 공간은 운영하고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정-“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쳤지요 역할도 분담시키고, 연습도 하고 ... 설마 제대로 할까 걱정도 많았는데 .. 하더라구요.”

강-“정말 빠르네요. 공간 관리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정-“물론 엄마들이 1주에 한 번 돌아가며 체크하기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스스로 잘 해내고 있어요!”
강-“가장 큰 변화는 어떤 거예요? 대표님이 느끼시기에?”
정-“밥은 누가 하고 상차림은 누가 하고 치우는 건 누가하고 설거지와 정리는 누가하고 .. 그런 것부터 가르쳐 놓았더니 책임감도 생긴 거 같고, 자기들끼리 뭔가 할 수 있는 것에 보람과 자부심도 느끼는 것 같고,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던 부모들을 떠나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지내면서 자유로움과 편안하도 느끼는 것 같고, ...”
강-“이런 장애청년들의 자립공동체는 잘 못들어 봤는데 .. 다른 곳은 어떤 곳이 있나요?
정-“저도 아이를 키우며 관심 있게 알아보고 찾아봤지만 없는 것으로 알아요. 거의 처음일걸요? 제가 아는 한에서는 ..”
 

그들이 태어나 자라며 만나는 모든 공간과 시간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 비장애인과 달리 매번 ㄱ, ㄴ, ㄷ, ..부터 수십 수백 수천 번은 해야 할 말들을 반복하며 지내온 부모들의 고충이 어디까지일지 아무리 헤아려보아도 필자는 상상할 수 없다.

필자의 친구도, 그 친구와 함께 만나는 발달장애인 엄마들도 씩씩하게 웃는 얼굴 아래로는 언제나 포기할 수 없는 힘겨움이 느껴졌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는 매번 아슬아슬한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걱정스럽고 안타깝고 속상했다. 그들의 몫인 것만은 아닐텐데 이 사회는 왜 함께 감당하지 않을까? 감당하지 못할까?
 

강 -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정 -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요. 무조것 도우려고 하거나 무조건 혐오나 거부의 태도죠. 
강 - 약간의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학창시절에 종종 가까이 있어서 거부감이라던가 그런건 없는데 장애의 종류와 특성이 워낙 다양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 - 발달장애인 아이들은 외형적으로 비장애인들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배려와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미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애인, 비장애인의 문제라기 보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기본적인 태도를 비장애인들이 대부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것, 모르는 것을 대하는 태도- 장애인 이웃들과 함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려면 더 많이 더 자주 함께 부딪히고 만나야 한다.

학교때부터 특수학급이니 하며 분리하고 나누면서 서로를 배우고 이해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나와 살아야 한다. 거기에 대한 다양한 문제는 우리가 낯선 이웃들과 사람들과 만날 때의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면서,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기본적인 편의 시설)에 이웃들의 배려와 이해(계산이 빠르지 못하다든가 낯선 상황에서 소리를 지른다든가 하는 상황에서)가 있다면 장애청년들이 자립하면서 사는 것도 가능한 것이 아닐지, 못하더라도 실패하더라도 해봐야 하는게 아닐지 그래서 이 도전-서로봄 원정대-을 시작했다고 한다.  

학령이 지나서도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소통하며 스스로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비장애인 청년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보고대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정미정 대표. _ 사진제공_모갈1호 장덕윤 대표

@<끼토와 매니저> 공연 _ 사진제공 모갈1호 장덕윤대표


2018년 12월 1일 토요일 오후 3시 배다리 책방-모갈1호((구)대창서림) 2층에서 발달장애공동체-서로봄공동체(대표 정미정), 서로봄원정대 1주년 보고대회를 가졌다.

서로봄공동체는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모아 부모님들이 만든 공동체다. 이들은 현재 만석동에 빌라를 얻어 공동체에 함께 생활함으로써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정미정 서로봄공동체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하여 중증발달장애인분들의 자립지원도 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봄공동체는 공동체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 훈련과 함께 장애로 인한 가족의 붕괴 등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현안에 대해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흡한 제도의 개선과 인식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못 하나만 잘 박아도 집이 반듯해 진다는 말이 있다. 작은 노력들이 모여 장애를 가진 이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이 된다.

서점 모갈1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12월1일부터 16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다. 지난 1년 동안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서로봄원정대’라는 이름으로 사진과 글을 통해 전시하고, 자립을 위한 천연비누만들기 사업으로 현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서로봄 정미정 대표가 <서로봄공동체>에 대한 소개와 함게 지역사회와 이웃들에 대한 바람을 담아 온 글 - 전문을 담습니다. 




서로 봄 공동체는
발달장애를 가진 4명의 성인들이 가족의 보호를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상생활 기술을 습득하고,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있으며, 더불어 지역주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공간입니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회와 소통하는 일반적인 수단이 없어도 당사자가 원하면 그들도 삶의 주최가 되어 스스로 삶을 만들고 가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자립이라고 인정하는 잣대를 이제는 벗어나, 장애당사자가 갖고 있는 개개인의 수행능력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모여져 하나가 된다면 이것 또한 자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돌보다”라는 뜻으로 서로 봄을 만들게 되었고 동구 만석동에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봄 청년들이 일상생활을 연습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사역할 분담을 통해 일상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적응훈련을 통하여 이웃 주민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마트와, 반찬가게, 은행, 목욕탕등의 지역시설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무엇보다도 가족의 희생을 필요로 했구요.
 
물론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인 그룹홈이나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홈이라는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택이 있지만 인천시에 그룹홈은 43개소, 체험홈은 9개소로 한 주택당 3~4명(일인1실)정도씩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장애가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룹홈은 직업을 갖고 있거나 직업관련의 훈련을 받고 있어야만 입소가 가능하고, 체험홈은 생활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자립을 원할 때 지역사회로 나가기위한 체험주택이어서 2년이란 이용기간의 제한이 있으며 2년후 완전독립이 되지 않으면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따라서 수많은 장애인분들은 가족의 돌봄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돌볼 가족이 없으면 생활시설로 다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우리 중중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치매노인 국가책임제처럼, 발달장애인도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언제까지나 자식 곁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자식의',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가족의 마지막 발버둥으로 뜻이 맞는 부모님들끼리 모여 국가가, 사회가 만들어 논 복지체계의 부족한 것을 채워 보자라는 취지로 발달장애인 생활공동체 “서로 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성인 장애인 정책은 온전히 가족이 돌보거나, 돌볼 가족이 없으면 시설로 가야하는 이분법적인 정책이었고.. 장애인의 탈시설 운동 및 자립을 고민하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 않았습니다. 특히 중증의 발달장애인의 지원체계는 발달장애인법이 만들어진지 불과 3년 남짓하며 아직까지 복지체계는 미흡하고 열악한 실정입니다.
 
발달장애인로 인한 남다른 말투와 행동 때문에 그들은 사회와 분리되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사회의 낮선 존재로, 불편함을 주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 가장 속상합니다
그들도 생각이, 얼굴이, 성격이.. 조금 다른 내 이웃인데..
 
저는 이번 사진 전시회를 통하여 중증발달장애인이라도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고, 살아갈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하지만 사회의 지원망이 형성된다면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집에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제는 지원 고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 부모들은 부모사후를 항상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탈 시설 정책을 펼치며 생활시설에 계신 분들이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재가 장애인의 자립 지원정책은 너무나 미흡합니다.부양의무제 때문에 부모가 책임지지 않으면, 결국은 다시 행정편의상 장애인만 모아놓은 생활시설로 가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행정이 아닌, 시설장애인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 재가 장애인은 시설에 가지 않도록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만 자립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올 7월부터 장애인 지원자립주택이란 시스템을 도입하여 장애당사지의 욕구에 부합하는 장애인주거모델을 개발하여 시범사업 중입니다.
 
인천도 “서로 봄”이 재가 장애인 당사자의 새로운 주거형태인 만큼 이 같은 사례들을 발굴하여, 다양한 지원주거 모델이 개발되었으면 좋겠고, 재가 장애인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자립지원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오리라고.. 저는 또 꿈을 꾸어봅니다.


2018년 12월 6일 서로 봄 공동체 대표 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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