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이 원도심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필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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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내항이 원도심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필수 조건
  • 이범훈
  • 승인 2018.12.1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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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범훈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 외래교수, 공학박사

1959년 인천항의 모습(인천항만공사 홈페이지)


최근 인천 내항에 대한 도시재생이 화두이다. 특히 1,8부두나 창고를 대상으로 다양한 계획과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행정, 전문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과 주장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이들의 이슈들을 고려하여 내항 재생의 필수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인천 내항의 시간적 범위이다. 서울 한양도성이 조선 천도 이후 수도를 상징하는 근거라면 인천 내항에는 대한제국의 국제 정세의 인식 변화와 개국 의지, 그리고 근대화의 노력과 시련이 담겨 있다. 19세기 들어 시작된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 열강 간의 대립과 경쟁, 조일수호조규로 인한 부산에 이은 개항, 화도진에서 체결된 서양과의 수호조약 등 내항의 탄생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를 계기로 인천도호부 서쪽의 한적한 어촌 마을인 제물포는 선진 문물의 창구, 외교의 중심항구 역할을 담당하였고,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근대 도시로 전환한 것이다. 결국, 19세기 후반을 기준으로 인천 내항에 숨겨있는 근대 역사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

둘째, 인천 내항의 공간적 범위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과 그 일부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을 “한양도성 역사도심”으로 지칭하여 도시재생 기준 및 지원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인천 내항 또한 주변에 역사지구를 가지고 있다. 개항 이후 일본, 청국, 미국, 유럽인 등 외국인들이 들어와 건물을 짓고 거주한 장소이며, 당시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치외법권 특수지역이었다. 더욱이 외국인 거류지와 그들의 활동 그리고 한국인의 거주지들이 서로 각자의 기능을 하며 만들어진 인천 구시가지의 기본 골격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유공원, 월미도, 외국인 묘지, 경인철도, 답동성당, 인천우체국, 화도진, 짜장면, 차이나타운 등으로 오늘날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천 내항의 재생 계획에는 항만구역 뿐만 아니라 개항장 일대에 대한 이해와 연계, 더 나아가 맥락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인천 내항의 내용적 범위이다. 광화문광장,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문화의 거리, 청계천복원사업, 서울광장 등은 서울시를 대표하는 사람·보행 중심의 문화이다. 인천 내항 또한 워터프런트, 수변보행로, 공원, 상징 광장 등의 계획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다만 건축, 도시, 조경, 경관적 요소에 앞서 항만과 관련 시설들에 대한 유지 및 관리, 이들과 연계한 활용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사실 인천 항만만 보더라도 100여년의 역사적 가치가 충분히 담겨 있다. 개항 이후 제물포 포구시설부터 두 개의 갑문을 통해 수심을 조절하는 동양 최초의 이중갑문식 선거로의 발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인 백범 김구 선생이 강제 노역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인천 항만 주변부에는 수출입 품목의 관세를 부과하는 해관, 물류를 담당하던 운송회사, 인력을 수급한 인력회사, 작은 배로 여객과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던 회조점(뱃짐을 다루는 가게) 등 사무소와 창고 건물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사실 필자는 인천 내항이 세계 최고의 워터프런트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거나 고급지고 비싼 장소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작으면서 아름답고 평범한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인천 시민들과 즐거운 기억과 실패의 아픔을 함께하고 성실하고 건강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해주며, 마치 오래된 친구와 같은 장소가 되어줬으면 한다. 물론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소망인지도 모르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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