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돌고 도는 숭의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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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돌고 도는 숭의로터리
  • 유동현
  • 승인 2018.12.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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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숭의로터리 어민상


낡은 고교 앨범은 추억 저장소이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를 한 그대가 있고 분식집 문턱을 함께 넘나들던 그리운 친구들도 있다. 3년간의 발자국을 남긴 모교 운동장과 교실의 모습도 아련하다. 빛바랜 사진첩에는 ‘인천’도 있다. 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교문을 나서 사진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던 그대들 덕분에 그때의 인천을 ‘추억’할 수 있다.
 
 
 
숭의로터리는 인천의 대표적인 로터리다. 그 로터리를 돌면 숭의깡시장, ‘109번지’ 전도관 동네, 옐로우하우스 등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한때 숭의로터리를 돌아야 도심에서 교외로,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갈 수 있었다.
도시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오늘날도 숭의로터리는 하염없이 자동차를 원심력으로 돌리고 또 돌린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풍경이 함께 돌고 돈다.



1967년도 인성여고 앨범. 주변에 ‘로타리’라는 상호가 보인다.

1967년도 인천고 앨범
 

예전의 숭의로터리는 다른 지역에서 인천으로 들어올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었다. 그러다보니 로터리는 조형물이나 아치를 세워 인천의 상징이나 지역 행사를 알리는데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6,70년 대 독특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숭의로터리는 인기 ‘포토존’이었다. 학생들은 로터리 가운데 세운 조각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속 조각상의 이름은 ‘어민상(漁民象)’이었다. 항구도시 인천의 상징으로 1965년 시비 200만원을 들여 숭의로터리에 세웠다. 78년 인천에서 열린 59회 전국체전을 대비해 이곳에 새롭게 3단 짜리 대형 분수대를 설치하면서 어민상을 철거했다.



1969년도 인천공고 앨범.

1972년도 중앙여상 앨범. 근처에 학교가 있어 3년 동안 일상으로 봐왔던 동상이다.

 
각 학교 졸업앨범을 살펴보다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78년 숭의로터리에서 철거된 어민상과 거의 흡사한 동상이 이미 자유공원 한 구석에도 세워졌던 것을 알게 되었다. 두 지점의 동상을 비교해 보니 아버지 어부의 위치만 조금 달랐다. 같은 작가(미상)의 작품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원의 어민상도 80년대에 철거되었다. 현재의 시각으로 봐도 인천 시내에서 이만한 청동상을 볼 수 없다. 철거 후 두 ‘작품’의 행방이 묘연하다.

 

1975년도 송도고 앨범. 로터리 동상과 거의 흡사한 공원 동상.

1975년도 인천여고 앨범.
 

유동현 /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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