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러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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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러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
  • 이김건우
  • 승인 2018.12.24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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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김건우 / 서울시립대 2학년


대학 입학부터 “아 통학하기 힘들다!”라는 말을 숨 쉬 듯해왔다. 그러던 내게 통학보다 더 큰 시련이 닥쳤다. 바로 통근이었다. 이번 학기에는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었다. 정말 이불이 날 놓아주지 않는 날에는 학교를 안 가곤 했는데 이젠 그런 날에도 출근을 해야 했다. 며칠 인천에서 출근하다가 못 해 먹겠어서 서울 사는 친구 집에 잠깐 신세를 졌다. 그러던 중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해보니 다시 통학러가 될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선거제도 개혁은 지역구 현안보다는 다른 의제에 관심이 많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국회에 닿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왜 그런지 찬찬히 뜯어보자. 현행 선거제도에서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든, 비례대표로 당선되었든 지역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의석이 총 47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이후에 다시 비례대표로 공천받기는 힘들다. 따라서 재선을 위해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역시 차기 선거에서 출마할 지역구를 미리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누가 가장 신경 쓰일까? 낮에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낮에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에게 메시지를 발신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항의방문이다. 지역구 사무실 항의 방문도 낮에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 기자들도 큰 이슈가 아니라면 낮에 취재한다. 그러니 기사 하나가 나가려고 해도 낮에 집회를 해야 나가기 쉽다.

낮에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은 주로 지역 토호세력, 지역조직이다. 이들은 소수지만 그냥 소수가 아니다. 조직된 소수정예다. 이들은 지역에서 메시지를 만들기 유리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또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확실한 표가 된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이들이 자신에게 확실한 편이 될 수도, 확실한 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선 국회의원일수록 의정활동보다는 지역구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집값, 땅값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역 토호세력들, 평범한 사람들은 있는지도 모르는 지역조직들은 통학러, 통근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밤에 지역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역구가 어떤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역구에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출근시간에 버스가 자주 오는지, 집 앞에 편의점이 있는지 정도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 해결은 국회가 아니라 지자체의 몫이다. 또 2년마다 쫓기듯 이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지역구 현안보다는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 더 간절하다. 이렇듯 지역구 현안에만 관심 갖는 국회의원은 통학러, 통근러 그리고 한 곳에 정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밤에 지역구에 있는 사람들은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정체성이 지역주민이라는 정체성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지역중심 선거제도에서는 이런 정체성을 갖고 투표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저마다 지역구에 무엇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오기 때문이다. 소수자라면 더욱 그렇다. 지역구에서 소수일 수 밖에 없는 장애인, 성소수자가 원하는 국회의원은 당선되기 힘들다. 통학·통근하기도 힘든데, 2년마다 이사하는 것도 서러운데 자신의 목소리가 국회에 닿지도 않고 사라진다니. 이 얼마나 끔직하고 무시무시한 일일까.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답은 이미 줄기차게 요구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 그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이 정당투표에서 30%를 득표했다면 300석 중 90석을 배분받는다. 만약 50개 지역구에서 A정당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90석 중 50석은 지역구 후보, 40석은 비례대표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youtu.be/3TRVlo5Fqe0 )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정당득표율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의 지역구 중심 선거가 정책 중심 선거로 바뀔 수 있다. 지역구에서 몇 명이 당선되는지 보다 각 정당이 몇 퍼센트 표를 받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면 국회의원도 바뀐다. 평범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 지역 토호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활동에 집중할 것이다. 예산안 심사철마다 논란이 되는 ‘쪽지 예산’은 줄어들 것이다. 또 지역에는 기반이 없지만 소수자를 대변할 국회의원 역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 일꾼이 사라지지 않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지역구의 국회의원보다 앞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나랏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사람이다. 각 지자체장과 자치의회 의원들이 지역 일꾼이 되면 된다.

여야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해 빠른 시일 내 협의하기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 곳에 정주하지 못 하는 사람들, 집에서는 잠만 잘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마음껏 투표할 수 있도록 꼭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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