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주는 영혼의 안식, 초등생 교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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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영혼의 안식, 초등생 교육부터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8.12.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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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실력파 성악가 양지를 만나다

<12월2일 인천종합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선광문화재단의 송년음악회 무대에선 양지>


가정초교·동인천여중·부평여고를 졸업한 인천의 음악가. 한양대 음대 성악과를 수석(전체) 입학하고 수석(실기) 졸업한 영재. 이탈리아 바리 제2회 Mediterraneo 국제성악콩쿨(2010)에서 1위 없는 2위, 이탈리아 나폴리 제16회 Ritorna vincitor 국제성악콩쿨(2010)에서 1등을 차지하고, 2012년 11월 귀국독창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무대에 올라 KBS 교향악단이나 유수의 오페라단 초청솔리스트로 활약하며 8차례의 독창회를 가진 실력파 성악가. 소프라노 양지(41)다.
 
양 소프라노의 올 12월은 특별한 달이다. 이달에 그는 10여차례 공연을 가졌는데, 인천에서만 3차례나 무대에 올랐다. 선광문화재단 송년음악회(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일), 수능힐링 음악회(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12일), 작곡가 최영섭 초청음악회(엘림아트홀 12일)에서다.
 
그는 늘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받는 성악가다. 그러나 그가 지역의 진정한 클래식 인프라를 위한 교육사업에 뜻을 두고 남다른 열정과 헌신으로 매진하고 있는 성악가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시민들은 잘 모른다.
 
 
-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클래식 교육
 
성악가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요즘 대학(한양대, 재능대 등 겸임교수)에 있으면서 시간을 쪼개 초·중학교를 찾는다. ‘찾아가는 음악회’나 강의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음악 교육과 체험활동에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이라는 것이 갑자기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초등학생 때부터 관심을 두고 빠져들도록 해야하는 것인데, 누군가는 사명감을 갖고 꼭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선생님을 통해 보고, 듣고, 따라한 경험이 그래도 끝까지 기억과 향수로 남고, 나중에 음악회에 가더라도 어색하거나 거리낌이 없는 거죠. 아이들에게 1시간 동안 앉아 자기가 원하는 어떤 색깔을 골라보게 하는 겁니다.”
 
유독 우리는 음악회 티켓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에게 공연장 체험을 통해 문화콘텐츠의 가치를 익히고 티켓을 살 수 있도록, ‘이 정도는 써도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도 양 소프라노의 지론이다. 초·중학교에 찾아가 강의해야 강사료는 얼마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마다하지 않는다. 누군가 해야할 일인 것이다. 때로 어머니들이 아이가 공부해야 하는데 힘들게 음악회나 체험여행을 가야한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에 피곤해 하지 않고, 싫증내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혀야 한다고 믿는다.
 
“부모님들이 이런 교육에 지금은 섭섭해할 지 모르지만, 당장은 국영수 문제 푸는 것이 중요할 지라도, 배운 음악들이 사소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아이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아 정신적인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시는 거죠. 그런 아이들이 커서 30~40대에 영혼의 안식을 얻고 일상의 싸움과 불행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을 쌓을 수 있는 겁니다.”
 
더욱이 지금은 학교에서 음악은 선택과목이 되어버렸다. 음악수업이 아예 없는 학교도 있다는 것이다. 옛날처럼 학교에서 벌어졌던 합창대회 같은 것은 물론 생각할 수 없는 시절인 것이다.

 
 
<소프라노 양지>


- 한국 가곡의 ‘순환’과 소통을 위하여
 
양 소프라노는 이 일들을 위해 송도국제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YJ클래식쏘싸이어티’를 설립했다. 유학을 다녀온 젊은 선생 15명이 기악앙상블과 성악앙상블로 공연팀을 구성해 학생들에 다가서고 있다. 학교 방문은 양 소프라노 개인이 가기도 하고 ‘YJ클래식’ 공연팀이 가기도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연주를 들려주거나 곡의 탄생 배경, 악기의 특징을 설명하기도 하고, 공연장 체험도 시켜준다.
 
‘YJ클래식’는 교육사업 외에 특별히 한국 신작 가곡 발표회와 음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매해 한국의 작곡가들이 수천곡의 새로운 가곡을 내놓은데 듣는 사람도, 연주하는 사람도 없는 것이 안타깝다. 너무 외로운 작업에 누군가 힘을 보태지 않으면 안되는 일. 이것도 후원자에만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음악인끼리 소통해야 한다. 곡이 있어야 명창도 명연주도 있는 법. 신작 발표야 말로 음악인들의 ‘순환’을 위해 꼭 필요하고 또 음악인들끼리 상생할 수 있는 통로인 것이다. ‘YJ클래식’는 매년 신곡을 모아 음반을 출판하고 연 1~2회 신작가곡 발표회를 열고 있다. 2012년 귀국음악회 즈음부터 교류를 쌓아 가깝게 지내는 ‘그리운 금강산’의 최영섭 작곡가도 이 작업에 함께 하기도 한다.
양 소프라노는 한국가곡이야말로 일제 강점기에서 부터 민족의 얼을 지켜온 유산이자 예술·철학과 시문학이 융합된 민족예술의 ‘결정체’라고 설명한다.
 
양 소프라노는 그러나 신작가곡 발표회도, 학교 교육사업도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많이 불러 너무 아쉽다고 토로한다. 이 일로 그는 인천 아닌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표창(2015)도 받았다. ‘YJ클래식’이 인천에 있고, 인천에서 사업하려고 설립했는데.
 
 
- 인천 자원 계발해야
 
인천 이야기를 해보았다. 시민을 위한 문화사업이 필요한데, 우선 그 지역의 자원을 계발해야 한다는 데 과제가 모아진다. 그런데 자원은 있는데, 인천에서는 스스로 커야 할 수 밖에 없는 지역환경이 당장의 어려움이다. 무엇보다 대학에 음대가 없다. 음악인들이 지역에서 버틸 수 있는 언덕이 없는 것이다. 음악인들이 출강하고 제자를 양성하는 생산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의 기존 출연진들은 수십년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다. 외국처럼 오디션을 열어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 실력이 증명된 음악가만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니 연주자 연령은 점점 높아가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힘들다.
 
양 소프라노는 그래서 ‘지역 인재 챙기기’가 간절하다고 말한다. 더 이상 서울에 견주지 말고 자기 인프라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는 좀 더 지역사랑의 마음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신진, 젊은 음악가에 길을 열어줬으면 합니다. 물론 자격은 갖춰야 겠죠. 아무에게나 기회를 주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렇다고 아무에게도 기회를 안주면 안돼잖아요. 맞나 안 맞나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모두 떠나버리고 맙니다. 인천시나 문화재단에서도 힘든 일이겠지만 꾸준히 흐름이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이나 마산, 창원, 울산, 전주 같은 지역에서 봐온 건데요, 그곳 정서는 ‘우리도 사람이 있는데 왜 서울서 데려오냐’며 지역사람을 챙깁니다. 그리고 그게 엄청납니다. 이게 텃세라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자기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인천은 서울과 거리가 가깝다보니 더 힘들겠지만 본질은 같지 않을까요.”
 
그는 국제교류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음악가들도 충분히 유학도 하고 공부도 많이 해 글로벌화되었음을 자신한다. 송도에 인천아트센터도 최근 개관했는데, 인천의 시설 인프라도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굳이 외국에서 악기와 사람들까지 통째로 공연을 수입할 이유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유명하다는 외국 음악인을 초청하는 이유도 일부 후원사들이 그래야 사람이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는 그래서 지역 자원을 엮어낼 역량있는 지역 에이전시(공연기획자)들도 필요하다고 덪붙힌다.
 

 


- 겉치레 없는 인천 관객의 반응

 
양 소프라노는 올 12월에만 3차례 인천공연을 했다. 그간 인천 공연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도 그래서 인천에서 자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반긴다. 그런데 사실 주로 불려가는 곳은 주로 광화문(세종문화회관)이나 예당 등이다. 타 지방도 많다.
 
인천 공연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서울 공연에서와 다르다. 서울에는 ‘안다 박수’가 있다. 공연이 끝날 때를 경험으로 정확히 알고 먼저 박수를 치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관객들이 박수에 참여한다. 서울에서는 공연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그때그때 관객들이 눈치채고 대충 박수로 넘겨준다.
인천의 관객은 박수가 박하다. 날카로와서가 아니라 순진해서다. 느낌에 솔직하고 정확하다. 냉정하고 겉치레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훌륭한 공연에는 진짜 환호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에서는 정말 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진지하게 다가가게 한다는 것이 양 소프라노의 결론이다.
 
 
-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노래하는 것
 
‘YJ클래식’도 ‘실버산업’을 계획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이기도한 1950~60년대 태생 분들을 위해 그들의 기억에, 추억에 남아있는 가곡을 리바이벌하여 들려주는 사업이다.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영혼의 안식을 선사하고, 한국의 가곡을 비롯한 클래식 음악의 진가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단기적인 교육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2~3백명을 단위로 악기연주, 오페라, 가곡, 가요, 뮤지컬 등을 함께 공연하고, 그 중 관객이 좋아하는 음악에 투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 자리에서 여러 음악들을 감상토록 하면서 학생, 시민들의 관심을 끌을 수 있고 이들이 잘 몰랐던 장르의 음악도 함께 듣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양 소프라노는 ‘성악가로서 어떤 계획과 포부를 갖고 있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노래를 잘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목소리가 그 수명을 다할 것인데, 어떻게든 노력을 기울여 꾸준한 발성으로 오래 노래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다.
신작 가곡 녹음사업은 나이가 많이 들어도 계속할 생각이다. 그가 녹음하고 발표한 신작들이 학술적 가치로 인정받고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그는 늘 음악을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음악교육을 통해 전달한다. 음악이 먹고 살게 해줄 수는 있지만, 생계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를 생각하며 음악을 해야한다고 가르친다. 수단으로서의 음악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예술을 새삼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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