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여전히 바다로 향하는 학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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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여전히 바다로 향하는 학익천
  • 장정구
  • 승인 2019.01.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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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학익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여보세요?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오염되었다는데 사실인가요?”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아이들에게 유해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천 문학산의 서남쪽과 서북쪽 기슭에는 학골과 옥골이라 마을이 있다. 학골은 미추홀구 학익동을, 옥골은 연수구 옥련동을 동네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그런 학골과 옥골에는 2000년 기름이 난다는 말이 돌았다. 우물물에는 기름이 둥둥 떠서 주민들은 기름을 후~ 불어내고 물을 마셔야 했다. 저녁이면 밭에 웅덩이를 파놓고 아침에 고인 기름을 모아서 연료로 썼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1970년대까지 문학산에는 최소 24개의 미군 유류저장고가 있었다. 인천앞바다에 유조선이 정박을 하면 파이프를 통해 문학산 위 유류저장고까지 기름이 펌핑하여 저장했다. 문학산에 저장했던 기름은 수인선과 경인선 철길을 따라 전국 미군기지에 공급했다. 저장고와 연결파이프에서 유출된 기름이 흘러내리면서 학골과 옥골의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었다. 2000년대 초 일부지역에 대한 오염정화작업이 진행되었지만 2012년 또다시 유류오염이 확인되면서 수인선 공사가 1년 넘게 중단되었다. 환경부가 직접 나서 문학산 전체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진행했고 아직도 오염정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염된 곳 중에는 초등학교 운동장도 포함되어 있는데 무려 10미터가 넘는 깊이까지 오염이 확인된다. 보통 땅을 파내서 오염토양을 정화하는데 땅을 10미터 깊이까지 파게 될 경우 지반과 구조물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직접적으로 인체노출 유해성이 없는 오염에 대해서 유해성관리라는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익천은 아직 '하천'이 아니다.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은 물론 소하천도 아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지도를 살펴보면 학익천이 확인된다.  미추홀구 용현동 신창미션힐아파트 앞에서부터 서쪽으로 용현갯골수로까지 약 800미터 물길이 나 있는데 이 물길이 학익천이다. 과거 갯벌이었던 곳을 매립하여 구불구불했던 갯골이 반듯한 하천이 되었다. 지방하천인 검단천, 공촌천, 심곡천 등도 과거에는 대부분 갯골이었는데 갯골 하천은 인천 하천의 중요한 특징이다.
남동구와 미추홀구를 동서로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인 매소홀로 학산사거리부터 신창미션힐아파트 앞까지 약 2km 구간은 2005년까지 하천이었다. 2006년 마지막으로 복개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의 왕복 6차선 도로가 되었다. 1950년대 위성사진을 보면 학익천의 물길은 학산사거리에서 학익사거리로 다시 동쪽으로 문학산 삼호현 고개로 이어져 있다. 문학산터널~문학지하차도~승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학익천과 승기천의 유역경계이다.

학익천은 방송국과 인연이 깊다. 기독교계 방송인 극동방송은 학익천이 내려다보이는 수인선 철길 옆 야트막한 언덕에서 1956년 방송을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OCI(주) 인천공장 사택으로 사용된 선교사들의 사택이 지금도 남아 있다. 미추홀경찰서에서 남서쪽으로 불과 100여m 떨어진 용현학익1블록 개발지구 인천뮤지엄파크 예정 정중앙이 그곳이다. 매소홀로와 독배로가 교차하는 곳에는 2001년 교통방송 인천본부로 개국한 TBN경인교통방송 사옥이 있다. 또한 1997년 인천방송(iTV)으로 개국하여 우여곡절 끝에 TV방송은 종료되고 라디오방송은 경인방송 iTV FM으로 이어졌다. 그 사옥 또한 학익천이 지척이다. 방송국들이 학익천 유역에 집중되어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 중국, 몽골, 북한 극동지방으로 전파를 보내던 곳, 제1,2,3경인고속도로, 제1,2외곽순환고속도로 우리나라 교통이 시작되는 곳, 인천의 진산인 문학산에서 황해로 나아가던 곳에 학익천이 있다. 갯벌이 매립되고 건물이 빼곡하게 올라 바다가 멀어졌지만 아직 물길이 남아 있다.



<극동방송 선교사 사택>


학익천의 남아있는 물길은 모두 용현학익1블록 도시개발부지 안에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공업지대였던 곳, 함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치를 바로 이해한다면 문학산에서 황해로의 물길 학익천은 작지만 근사하고 인천다운 물길로 되살아날 것이다.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매립된 폐석회 처리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토양오염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장마철이면 우는 맹꽁이, 갯골을 따라 찾아오는 바닷물, 새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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