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일정한 길이의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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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일정한 길이의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것"
  • 이스트체
  • 승인 2019.01.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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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학 6장 - 비극, 카타르시스, 사상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지난주부터 합류한 김영애(생활소품작가),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헤르만헤서의 ‘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학 6장을 읽기를 시작합니다.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길이를 가지고 있는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요, 쾌적한 장식을 한 언어를 사용하고 각종의 장식은 각각 작품의 상이한 여러 부분에 삽입된다. 그리고 비극은 희곡적 형식을 취하고 서술적 형식을 취하지 않으며, 애련과 공포를 통하여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 39쪽.


체: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한 행동을 모방하며, 쾌적한 장식을 가진 언어를 사용하고 각종의 장식은 카타르시스를 행한다고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트: ‘진지'의 의미를 헬라어로는 'Spoudaios 스프다이오스’라고 하는데요, 도덕적인 탁월함, 도덕적 착함을 뛰어넘어 유능한 기능을 발휘하는 등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르: 아, 기능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이란 의미군요.

체: 이어서 '일정한 크기'란 하루안에 상연되는 길이라는 물리적 뜻도 있지만 정신의 크기로까지 확장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숭고함이나 고귀함, 위압감 등 정신의 크기까지 발전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트: ‘완결된’이란 원어로 'teleios 텔레이오스’, 즉  신에게 희생제물로 바치는 동물이 흠없이 온전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원래 모방하는 행위는 신에게 바치는 희생제물이였다고 합니다.

베: ‘쾌적한 장식’이라는 의미는 희곡 대본의 지문 또는 해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체: 이 문장에 ‘카타르시스 katharsis’란 유명한 단어가 나오네요. 카타르시스가 무엇일까요?
    아, 카타르시스하니까 생각나는 그림이 있네요. 행복한 눈물 happy tears.
    사람이 무엇인가에 감동받았을 때 눈물을 흘리잖아요.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행복한 눈물, 기쁨의 눈물. 이것이야말고 감정의 정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요?  



Happy tears(1964). Roy Lichtenstein, Roy Fox Lichtenstein.


스: 요즘 인기드라마인 ‘나쁜형사'를 보면 살인자들의 심리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살인하는 과정을 통해  살인자들이 인간의 죽음과 같은 불쾌감을 은밀한 쾌감으로 느끼고 있는 심리적 묘사 장면이 혹 카타르시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로마시대 콜레세움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간 결투 또한 보는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던 것 같습니다.

르: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가 기억나네요. 아~ 여기서 국민학교라고 하니 세대차이가 느껴지네요. 우리 모임 중에 초등학교를 다니신 분들도 있는데요. 제 기억에 선생님이 학생들을 체벌할 때 친구를 서로 때리게 했어요. 

스: 그런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인데요. 선생님이 체벌할 때 왜곡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건 아닐까요?

베: 아, 저도 뜬금없지만 체벌이 주는 고통을 확인하고 싶어서 맞아보기도 했어요...

체: 카타르시스의 여러 경험을 말씀하셨는데요. 윤리적 견해로는  카타르시스가 '감정의 정화’이고 의학적 견해로는 '감정의 배설'로 보는 견해가 있네요.

트: 배설에 대해서는 금기나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데 카타르시스가 배설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폭넓은 의미확장으로 볼 수 있겠네요.

'쾌적한 장식을 한 언어'는 율동과 해음과 가요를 포함하는 언어를 의미하고 '각종의 장식은 각각 작품의 상이한 여러 부분에 삽입된다’ 40쪽.

스: 희곡적 형식은 드라마적인 형식으로 조사는 운문의 작성을 의미하고 가요는 노래(합창)를 말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비극은 행동의 모방이고 행동은 행동자에 의하여 행해지고, 행동자는 필연적으로 성격과 사상에 있어 일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40쪽.

체: 모든 성공과 실패는 사상과 성격에 기인한다고 하였고, ‘행동의 모방’이 ‘플롯’이라고 하네요.  이미 행해진 사건과 사건의 결합이 ‘플롯’이고, 성격에 의해서 행위자를 일정한 성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써 있는데요. ‘격’과 ‘질’의 차이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베: 국어사전에서 ‘성격'은 개인이 행동을 통해 드러낸 고유한 것이고, ‘성질'은 사람이 지닌 본바탕이라고 하는데 분명한 차이를 알기는 힘든 것 같아요.

트: 사전마다 개념정의가 다 달라서 명확한 의미파악은 힘든 것 같아요.

체: 암튼 성격은 본바탕이고, 성질은 습관적인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 이정도로 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사상이란 그가 어떤 것을 증명하거나 혹은 보편적 진리를 진술하려고 할 때, 그의 언어에 나타나는 것이다”. 40쪽.


르: 사전에서는 ‘사상'이란  인식하는 힘, 능력, 행동자들이 무엇을 증명하거나 또는 보편적인 진리를 말할 때 그들의 언사를 나타나는 바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네요.

체: 이데올로기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극심한 이데올로기의 장이 되버린 우리 사회는 그래서 보수와 진보간에 대화, 타협이 힘든 것 같아요.
1989년 미국의 페미니즘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당신의 몸은 전쟁터이다’라는 작품은 여성의 낙태여부가 남성에 의해 결정짓는 것이 아닌 여성들의 권리임을 주장하기 위한 시위포스터인데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내 몸 안에서 사상의 갈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Untitled(Your body is a battleground), 1989, Barbara Kruger.


스: 아, 여기까지 읽어 내려가보니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상'보다 ‘성격'과 ‘성질'을 먼저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보편적 진리를 증명하고 언급할 때 개인의 본바탕과 습관적인 행동과 언사가 사상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거죠.

트: 그런데 성격, 성질은 행동과 연결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성격과 성질이 행동을 통해 하나의 사상을 이룬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얘기들이 행동을 중심으로 잘 진행되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트: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리하면 될 거 같습니다.
비극은 6가지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조사와 가요는 '모방의 수단'에 속하고 장경(장면)은 '모방의 양식'에 속하고 플롯, 성격, 사상은 '모방의 대상'에 속한다고 깔끔하게 정리를 해 주셨네요. 좀더 알기 쉽게 예를 들어 분류하자면 미메시스(모방)는 수단(리듬, 언어, 화성), 대상(성격, 감정, 행위), 양식(방법-서술체, 드라마)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체: 6장은 1장부터 5장의 내용을 잘 요약한 핵심장이라 다음 연재에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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