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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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Care
  • 유광식
  • 승인 2019.01.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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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유광식 / 사진작가

동구 화수동, 2018 ⓒ유광식

 
어렸을 적에 두 외할머니 중 한 분이 유독 고양이를 아끼셨다. 끼니를 챙기고 ‘나비야~ 나비야~’하며 자주 매만져주는 광경을 보았던 것이다. 쪼그마한 키에 막대기만한 생각을 하는 아이였기에 나는 늘 고양이를 왜 나비라고 하는지에만 골몰했다. 자연히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알게 되었겠지만 당시엔 답답했다. 보통 이상의 ‘사랑’ 없이는 존재를 존재답게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은 이후 알게 된 부분이다. 오죽했으면 내가 비행기를 ‘철새’라고 하겠는가. 서로가 가장 가깝도록 연관된 이름을 짓고 불러주는 것에서 존재의 특별함이 돋아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물건, 음식, 동식물, 공간 등에도 같은 맥락으로서 의미 즉 ‘케어’가 되는 것이다. 

최근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의 이중적 행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생사의 문제,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상황의 유지와 극복 등의 까만 벽지와 마주하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길을 무심하게 걷는 검은 고양이는 그 걸음에서 어떤 걱정도 비치지 않는다. 한라산 중산간 도로에는 혹시라도 뛰쳐나오는 노루, 고라니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많다. 둘 다 어느 쪽이 걱정할 문제인가? 인간이다.  

내 주변 지척에도 많은 반려동물이 산다. 그 '반려‘라는 속 깊은 음절이 무엇인지 모두가 알았더라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도구로서의 처분이 아니라 존재의 공생 말이다. 성질이 다른 여러 색들이 모이면 까만색이 되는데, 지붕 위를 거니는 고양이의 다채로운 지혜가 불현듯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가는 길을 표시해 둔 듯한 파이프관이지만 고양이는 절대 그 길대로 거닐지 않았다. 서울시의 요양보호서비스 이름이 ’좋은돌봄‘이다. 본인 시선의 공간에 물체나 동물, 그 무엇이 들어왔다면 책임을 끌어와야 한다. 이왕 할 거면 말이다. 까만 고양이는 외할머니가 사는 별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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