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고 듣지 않는 시대"..... 작가 '김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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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하고 듣지 않는 시대"..... 작가 '김훈'을 만나다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9.02.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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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화요일'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2월 13일 수요일 저녁 7시, 중구청 근처에 있는 ‘문화살롱 화요일 카페’에서 작가 김훈과의 만남이 열렸다. <칼의 노래> 바로 그 ‘김훈’ 작가다.





카페 화요일에서는 2팀의 책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 함께 읽는 ‘2월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책모임에 함께하는 회원인 자담치킨 나명석 회장의 주선으로 김훈 작가와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내가 올해로 71세, 48년생 이예요.”

화요일 카페 신월계 대표의 소개로 자리를 잡은 작가는 1910년생 아버지와 1948년생 자신의 피할 수 없던 생의 시작을 환기하며 입을 열었다.

3살 때 6.25가 터졌고, 한강 철교가 끊어지고 1.4 후퇴 때 수원에서 부산까지, 영하 10도, 열차지붕에서 보낸 7박 8일, 죽음의 피난길 열차 이야기를 꺼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지고, 얼어 죽고, 터널천정에 부딪혀 죽어 가는데 그 열차의 객차에는 고관대작들이 피아노에 가구며 하다못해 요강까지 싣고 가더라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사실이었음을 알고 이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밥이 넘치는 세상은
모순과 억압, 차별-구조적 악과 불평등 위에 만들어졌다


흑백 TV와 작은 냉장고 하나에 작은 아파트 하나를 갖는 것이 전 국민의 소망이었던 작가의  청춘시절, 자신의 꿈도 ‘밥을 먹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그랬고 마침내 밥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지만 당신세대가 만든 그 밥은 모순과 억압, 차별 위에 있다고 했다.

작가 아버지가 그랬듯 작가 세대가 만들어낸 구조적 악과 불평등 –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역사적 과오, 그것을 감당하며 ‘고통의 연속선’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중학교 시절 1인당 GDP 80달러, 고교시절 1인당 GDP 100달러 필리핀의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3만 달러가 되는 시간은 무섭고, 슬프고, 참혹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요즘에 느껴요

일산에서 산지 20여년 되는 요즘에 와서야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했다. 항상 옆에 있었던, 늘 보던 것들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느낀다고 했다. 공을 차며 뛰고 있는 남학생들이 사슴처럼 아름답고, 하교길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퍼지는 것을 들으면 꽃이 피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참혹했던 청춘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놀이의 힘’이었으며, 글을 쓴다는 것은 청춘의 소망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단언했다. 작가라는 직업은 미리 설정한 목표가 아니었으며, 꾸역꾸역 살아갈 뿐이라고 말한다.


밥벌이, 노동의 힘으로 글을 쓴다

책(글) 쓰는 일이 즐겁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으며 다만 사람과 사건, 사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했으며 책으로 아는 것보다 풍요롭고, 책보다 소중한 것이 일상에 널려있다며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게으른 자들의 태도라고 말했다.
작가는 항해서적, 소방서적 같은 기술서적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며 아름답다고 여길 때 책의 효용성을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글에서) 여자를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여자를 모르기 때문에 끌고가기가 어렵다. 단편에서 여성용품-란제리며 립스틱 등-을 자세하게 다룬 적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한 묘사가 가능하냐? 여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는 홈쇼핑을 보며 메모한 정보를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명제는 증명할 수 없어도 그 자체로 이미 진리인, 당연한 이야기 말고 사건, 사고, 사람들 속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한다. 우리시대의 ’고통‘을 쓰고자 하며, 그것을 ’ 3편 정도 쓰고 나면 자연사하지 않을까? 3편을 쓰기도 어려울 듯 하지만... ‘

말만 하고 듣지 않는 시대, 사물을 본다는 것은 과녁 한 점을 보는 것이 아닌데, 말할 때도 그렇고 하는 것도 그렇고,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한다.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어떤 경우도 문제는 남아있다.
인간의 문제는 끝이 없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삶에서 그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작가는 메모를 보며 툭툭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관련 없는 이야기인 듯싶다가도 그런 것들을 통해 작가 김훈의 글 쓰는 방식이나 스타일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칼의 노래> 김훈’이라는 사실만 알았던 필자로서는 길지 않은 그의 메모들을 통해 언어(말)의 쓰임새와 그것이 주는 풍요로움, 지구의 표면에서 그 한 가운데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삶을 구성하는 퍼즐 몇 개를 맞춰 놓은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나눔이 끝나고 사인회가 이어졌다.


작가의 이야기가 끝난 후 개성있는 질문과 입체적인 답변이 작가와의 만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최근 페미니스트들이 작가의 글을 비판한 것에 대한 생각, ‘자전거 여행’ 속 창호와 다희는 결혼을 했는지, 칼의 노래는 김훈 작가의 난중일기가 아니었는지, 기자로서의 경험이 작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국문학의 대가로서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생각과 요즘 작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계없는 외부인들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산에 자리 잡은 이유부터, 종교관과 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 글을 왜 쓰는지.. ‘꽃은 피었다’를 ‘꽃이 피었다’로 고친 이유까지 물었고, 그 질문들에 대한 작가의 답과 그 말하기 방식이 정말 흥미롭고 멋졌다.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다.



@문화살롱 화요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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