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정의를 내린 이후 24년이 지났다. 현대의학은 비만에 대한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반대로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부터 탄수화물을 비만의 적으로 인식해 극도로 제한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맞춰 ‘탄수화물이 인류를 멸망시킨다’나 ‘탄수화물 중독증’ 등의 서적까지 나오면서 탄수화물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하고 있다.
 
탄수화물 억제는 이제 다이어트의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인체에서는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당분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호르몬이다. 탄수화물을 끊으면 인슐린이 나오지 않아 포도당이 지방으로 저장되지 않으며, 오히려 체내에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과 체지방이 에너지화되어 살이 빠진다는 것이 앳킨스 박사의 ‘황제 다이어트’다.
 
황제 다이어트가 탄수화물을 금지하는 것은 인슐린 분비를 억제시킴으로써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또 탄수화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인체는 지방산을 잘게 쪼개 에너지로 만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배고픔도 별로 느끼지 않으면서 살을 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든 다이어트에는 나름대로의 부작용이 있다. 특히 황제 다이어트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탄수화물을 끊으면 지방산이 에너지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케톤산이 만들어지게 된다. 케톤산은 혈액을 산성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케톤산이 만들어지게 된다. 케톤산은 혈액을 산성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혈액의 산성화가 지속되면 피가 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혈관까지 상하게 된다.
 
앳킨스 박사는 채소조차 먹지 못하게 했는데, 그 이유는 채소에도 다량의 식물성 탄수화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황제 다이어트의 맹점은 식물성 탄수화물을 입에 대는 순간 요요현상이 찾아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탄수화물이나 채소를 전혀 먹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황제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황제 다이어트를 창시한 앳킨스 박사 자신도 비만과 부종을 해결하지 못 하고 120Kg의 거구로 사망했다.
 
탄수화물이 무섭다고 해서 채소를 먹지 않는다면 혈액 내 수분,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이 부족해져 인체 대사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또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지나칠 경우 심혈관 질환이 유발된다. 이렇든 저렇든 결국 황제 다이어트는 위험한 방법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아온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며, 당분을 먹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체내 단백질은 세포 표면에 당쇄(당사슬, glycan)라 불리는 올리고당들로 당화된다. 생화할 분야에서 당쇄는 세포의 분화나 암화, 그밖에 세포 상호간의 정보 전달, 생체조절기구 분야에 있어 중요한 신호 물질임을 인정받고 있다.
 
탄수화물이 열량을 내는 것에는 한발 더 나아가 세포 대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당쇄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가 다섯 명이나 있을 만큼 이 분야는 차세대 생명고학 기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이어트를 위해 무작정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탄수화물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 그 이유는 탄수화물에도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탄수화물이란 화학합성물질이나 인공적인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부한 영양소가 함유된 것을 말한다. 반대로 나쁜 탄수화물은 인공적이거나 자연적인 식품을 재가공한 것들이다. 이런 음식들은 영양소는 대부분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고, 칼로리만 높은 음식들이다.
 
다음 시간에는 좋은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어떤 이로운 역할을 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상형철 병원장 >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수료
피드먼트대학원 심리학 박사과정 수료
병인학회 창립 정회원
임상통합의학 암학회 정회원
대한 발효해독학회 자문위원
서울, 수원, 제주 해인부부 한의원 대표원장 역임
현) 재단법인 '자연' 한국항노화연구소 이사장
현) 더필잎재활요양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