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에 여전히 내몰리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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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에 여전히 내몰리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 이창열 기자
  • 승인 2019.02.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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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넷 ‘바로’ 활동가
 


인천에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등학교를 포함한 직업계고는 28개가 있고, 재학생은 2만여명에 이른다.

인문계고등학교의 목표가 대학 진학이라면, 이들 직업계고의 지상목표는 취업이다. 직업계고의 평가도 결국 학생들의 취업률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직업계고는 끊임없이 취업률 경쟁을 한다. 교사들이 취업률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제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가 최근 현행 현장실습제도의 개선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망한 제주도 고(故) 이민호군 사건을 계기로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대폭 축소하고, ‘학습형 현장실습’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기존에는 학생들이 졸업 1년 전인 3월부터 실습을 시작하고, 6개월 동안 현장실습에 참여한 뒤 이르면 8월부터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강화된 안전사고 점검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현장실습 참여를 기피하면서 여파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도 곤두박질쳤다. 

인천의 청소년 노동인권 단체인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넷 바로’(바로)는 지난 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교육부가 밝힌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제도 개선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는 “교육부 현장실습 ‘보완방안’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현장실습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학생 안전과 교육을 포기한 현장실습 개악안 추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바로’는 교육부의 보완방안을 ‘개악’이라고 했고, ‘반대한다’고 했다. ‘바로’의 이로사(사진) 활동가를 만나 이유를 물었다. 이로사 바로 활동가를 미추홀구청 인권센터에서 만났다.

이로사 활동가는 미추홀구 인권센터에서 근무하는 2년 계약직 공무원이기도 하다. 청소년인권네트워크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살려 지난 해 3월부터 인권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다음은 이로사 활동가와 일문일답

- 교육부의 현장실습 개선안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부는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과 강화된 안전점검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현장실습에 참여를 기피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학교-산업체가 원하는 시기에 현장실습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선정기준을 완화하고, 선도기업을 현장실습 전에 선정하지 않고 현장실습 운영 중에 심사·인정하겠다고 했다. 또, 취업 기간이 짧은 것도 기업이 참여 기피 사유라면서 사실상 6개월 조기 취업이 가능한 실습학기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사고 날까 부담스러운 기업까지 조기 취업 시키자는 얘기다. 안전사고가 부담돼 산업체 참여가 위축됐다면, 이는 그동안 위험한 기업에도 억지로 현장실습을 나갔다는 방증이다. 또 취업기간이 짧아 기업이 참여를 기피한다는 얘기는, 현장실습이 사실상 값싼 노동력으로 조기취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교육부 개선안은 안전과 교육을 포기했다.”

- 그러면 현장실습을 어떻게 운영하자는 것인가?
“실습은 실습답게 학습은 학습답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은 현장실습은 학습이 아니라 취업이다. 실습답게 길지 않은 기간을 두고 배우고 학습과정을 지도하는 체계가 분명하려면 산업체에 학생을 맞기는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독일같은 곳은 산업현장의 노동조건이 학습하는 학생이 나가도 안전할 만큼 좋으니까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환경에서는 저임금의 부리기 쉬운 노동력이 된다”

- 인천시교육청은 현장실습 기업점검 지원단도 꾸리면서 선도기업 선정에 신경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시교육청의 현장실습컨설팅단이 선도기업 선정과 실태점검 역할을 하는 10명 모두 단위학교의 선도기업을 선정하는 취업담당 부장교사로 구성돼 있다. 현장실습기업점검단의 경우도 현장실습 실태 점검 지원과 학습중심 현장실습 추진관련 의견 수렴 역할을 하는 데 59명 모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교감과 취업담당 부장교사로 구성됐다. 이래가지고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습중심현장실습 추진과 관련 강조하고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도기업 인정 심사 추진’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 현장실습의 개선 방안은?
“학교가 노동현장보다 더 나은 교육 수준으로 안전한 환경을 갖추고 기초적인 기술을 습득하도록 한다. 새로운 기술은 장인을 초빙해서 가르치고, 학교에 투자한다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실습이 저는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굳이 취업률을 신경 쓸 필요 없는데 왜 교육을 해야 하는 교육부에서 먼저 취업률 이야기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돈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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