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동들, '사랑'만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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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아동들, '사랑'만이 해결책
  • 장현정
  • 승인 2010.11.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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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장현정(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미술치료사, 사회복지사)


집단 미술치료 모습

제게 미술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 중 절반 정도가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진단을 받았거나 ADHD의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입니다. 국내 정신과적 진단절차가 유럽에 비해 덜 엄격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환경이나 유전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ADHD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ADHD 진단기준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부주의'입니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지 못하며 산만하고 잘 다칩니다.   
둘째는 '과잉행동'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모터가 달린 듯 행동합니다. 
셋째는 '충동성'입니다. 인내하거나 기다리는 일을 하기 어려워합니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아이들은 과도한 에너지로 주변에 피해를 주고 다른 사람에게 참견하고 간섭하는 등의 행동으로 대인관계가 좋지 못합니다. 학습도 부진하기 쉽고 학습장애나, 틱장애 등 다른 장애와 동반되기도 쉽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직후에 담임교사에게 수업방해와 학교생활 부적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센터를 찾아오시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도록 하겠습니다. 엄마와 길을 가다가 아이가 사고 싶은 장난감을 보고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지금 지갑이 없으니 집에 가서 지갑을 가져온 뒤 사주마"라고 했습니다. 안 사준다는 말이 아니고 잠시 후에 사주겠다고 하지만 아이는 참지 못합니다. 크게 소리를 지르며 울고불고 바닥을 뒹구르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하며 심지어 유리창을 주먹으로 치고 땅바닥에 머리를 박는 과격한 행동도 합니다. 여차저차 엄마는 겨우겨우 장난감을 사주며 아이를 달래지만, 막상 아이가 집에 들어와서 그 장난감에 집중하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조금 강력한 예이지만 실제로 이와 유사한 어려움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어머니들이 많습니다. 아이치료와 더불어 엄마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정도로 양육스트레스가 큽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늘 야단맞고 혼나고 잔소리를 들으며 자랍니다. 유치원과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다른 주변 어른들도 모두 아이를 유별나다고 합니다. 교육현장에서 얌전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힘들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힘듭니다. 아이들 스스로도 잘 하고 싶지만 자꾸 야단만 받는 자신이 점점 더 싫어지고 자존감은 낮아져만 갑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 더 산만하고 공격적이 되고 위축되고 우울해집니다. 왜냐하면 사람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신뢰나 사랑을 얻지 못하게 되어, 한마디로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ADHD 아동들이 커가면서 품행장애, 틱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함께 갖게 되기 쉽다는 보고는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받는 손상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ADHD 원인에는 여러 학설이 있는데 최근에는 뇌연구가 활발해져 '전두엽의 기능 문제'라고 보는 견해가 큽니다. 전두엽은 이마 쪽에 위치한 뇌의 한 부분인데, 조절과 통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억해 주어야 할 것은 단순히 아이들이 '의지'가 부족해서 조절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지만 뇌 기능의 문제로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을 내고 야단을 치고 체벌을 하는 것은 근본적인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부모들의 감정적인 처벌은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자존감에 손상을 줄 뿐입니다. 

단기간에 ADHD 아동들의 행동이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지만, 부모들의 꾸준한 노력과 사랑으로 충분히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의 집중을 돕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가정 내 규칙을 만들어 서로 지킬 수 있도록 관리하며, 강화와 처벌을 구조화하면 아이들이 성장하며 점차 자신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이 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를 포함한 여러 심리치료도 전문가와 협조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아이를 돕는 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심리치료로 전두엽 기능을 바꿔줄 순 없지만, 사랑을 받은 경험이 없어 욕구가 가득 차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칭찬을 듣고 미술을 통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부드럽고 풍부한 정서와 창조적 힘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ADHD 아이들에게는 다른 어떤 능력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감과 자신감이 먼저 키워주어야 할 능력입니다. 그리고 나서 자기조절능력을 하나씩 키워가면 됩니다.  
 
주변에서 혹 ADHD 아동들을 만나면 이렇게 얘기해주세요.

"힘내렴, 넌 할 수 있을 거야!"


장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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