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 북광장... 비어있음은 큰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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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북광장... 비어있음은 큰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 윤현위
  • 승인 2019.03.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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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동인천역 북광장이란 말은 사실 어색하다. 원래 동인천역 뒤는 광장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냥 통로만 있었지, 애초에 광장이 조성된 건 아니었다. 그러다가 안상수 시장 시절 동인천역 북측에 주차시설과 휴식공간을 만드는 구상이 만들어졌다. 이게 2004년이었는데 애초에 주차장과 휴게시설을 만들겠다는 사업이 도시재정비촉진사업으로 확장됐다. 사업비 2조원 규모의 이 큰 사업은 동인천역 북측의 주변 건물을 허물고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하려 했으나 부동산경기의 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맞물렸다. 결과적으로 공간이 생겼고 버스정류장만 좋아졌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 온 것이다.

유정복 시장 시절에는 ‘동인천역 주변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또 재개발을 하고 싶어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이제 한 네 번째쯤 도전이 시작되는 듯하다. 사실 송현동 100번지까지 합하면 이 지역은 재개발실패의 연속이었다. 아마 논문으로 써도 분량이 꽤 많이 나올게다. 혹 연구자들 중에서 이 지역을 주제로 논문 집필을 계획 중이라면 추후에 집필을 권하고 싶다. 아직은 끝이 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도시공공성네트워크.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36pixel, 세로 456pixel
<동인천역 북광장 계획도 - 출처: 도시공공성네트워크 페이스북>


필자는 아주 여러 번 인천in 칼럼에서 각종 재개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해왔는데 투기열풍의 과열로 너무 땅값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지만 개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개발을 기다리거나 주상복합을 운운하며 개발을 촉진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설이 노후한 지역에 가보면 재개발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재개발을 요술방망이로 믿거나 선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재개발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개발에 따른 이익에만 관심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업성이 있었으면 아마 개발이 끝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상태로 낡았다.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는 지역에 주상복합건물은 왜 필요한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주상복한건물은 진짜로 필요한가?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이 오직 주상복합건물뿐인가? 이 지역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들은 이 지역에 건물이나 점포를 소유한 소유자들일 확률이 높다. 그들의 상당수는 중구나 동구에 거주하지도 않을게다. 개발이 되어 환경이 좋아진다는 가정하에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사실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상복합으로의 재개발이 성사되면 발생할 시세차익을 생각하고 건물을 올리고 싶은거다. 사실은 건설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지역발전을 운운하면서 재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은 필자를 비롯하여 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재개발이 아니라 이 지역이 쇠퇴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동구청이나 인천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빚이 많은 인천시에서 이 지역을 직접 개발할 수 없다. 그건 동구도 마찬가지인데, 그렇다면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광장을 광장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천엔 광장이 없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해 봐야 한다. 시장, 구청장 이런 사람들의 지루한 인사말 필요 없고 굳이 올 필요도 없다.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설들을 조성하고 관리하면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예산타령을 한다. 핑계고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키시장은 노후를 넘어 위험하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은 무조건 철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동안 놓아둔 공간이니 당장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은 이제 대부분 80대의 노인분들이고 소유권은 복잡하다, 업종에 따라서 생각이 많이 다르기도 하다. 너무 노후한 건물은 고쳐 쓰는게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하시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거짓말이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그런 적을 본이 있는가? 우린 그런 경험이 없다.

동인천역 북광장은 낡고 비어있다. 시설이 노후하지만 임대료가 낮고 접근성과 인지도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오래된 상업지역을 주상복합으로 덮으면 또 기성화 된다. 오랫동안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이 지역을 만들어 가야할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지방자치제는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개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제 뒤에 숨기 편하고 자치단체의 장들은 성과를 원한다.

사진 한 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2월 말에 강원도 속초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원래는 칠성조선소를 카페로 바꾼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필자는 뒤에 있는 건물에 더 눈이 갔다. 공사 중인 건물인 줄 알았는데 저 건물은 1989년도에 공사가 시작됐으나 여러 사정이 있어서 20년째 방치된 건물이라고 한다. 속초에는 저런 건물이 몇 개 더 있다고 한다.

 

<속초시에 있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


동인천역 앞에 있는 옛날 인천백화점도 저 정도는 아니지만 비어있는 상태로 있은지 꽤 오래되었다. 동인천역은 우리나라에서 서울역 다음으로 민자역사가 만들어진 역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몇 년째 운영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 철길 넘어로 31층 건물을 또 짓겠다고 하는 건 매우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무모하거나 바보 같아서 그런게 아니라 소유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터지기 직전의 ‘폭탄’을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기회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인천역 북광장에 전광판은 좀 어떻게 치울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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