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심기가 가져다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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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심기가 가져다준 깨달음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4.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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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생은 정원가꾸기와 같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이번 주 장봉혜림원에서 식목행사를 열었다. 해마다 4월 5일 전후로 장봉혜림원, 장봉혜림요양원, 장봉혜림직업재활시설에 거주하는 모든 이용자와 직원들이 함께 모든 건물 주변에 꽃을 심는다.
처음 식목행사에 참여한 나는 꽃심기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해마다 식목행사를 주도하시는 혜림원 꽃누리 장로님이 만들어준 기준인데 아주 바람직한 기준이지 싶다.





첫째, 마음대로 심으세요.
한가지 색으로 모아 심든 이색 저색 섞어서 심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씀이셨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니 그냥 심고 싶은 대로 심으라는 말씀이셨다.
 
둘째, 비어두어도 괜찮습니다.
꽃을 심다보면 한쪽이 비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는데 그런대로 공간이 빈 곳이 있어도 나중엔 모두가 다 잘 어울리니 너무 다 채워버리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셋째, 이미 자라고 있는 생명들을 존중해주세요.
아직 싹이 올라오지 않은 구근들이 숨어 있거나 아직 움트지 않아 죽어 보이는 나무들도 있지만 다 살아 있는 것이니 새로 꽃을 심으려다가 이미 심어두었던 꽃을 죽이지 말라 하셨다.
 
넷째, 조경의 시작은 정리정돈입니다. 끝도 정리정돈입니다.
꽃을 심고 꽃심은 자리는 물론 도구들도 잘 마무리를 해주어야 빛이 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장로님의 말씀에 인생의 깊은 깨달음이 다 들어 있지 싶다.
우리의 삶도 각자의 모양이 다르고, 때로는 비어 있는 듯해도 괜찮고, 이미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의 삶도 아껴주어야 하며, 그 삶의 마지막엔 정리정돈을 잘해야 하는 것이리라. 그래야 그 인생이 비로소 아름답다 일컬음을 얻지 않겠는가?
 
식목일 하루 종일 꽃을 심고 물을 주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아이들과 꽃심은 자리들을 둘러보며 꽃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뒷바다로 가는 길에 목련이 하얗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엄마! 이 꽃은 떡국꽃이야?”
지유가 목련을 보며 묻더니 꽃잎을 한 장 들어 올리며 먹는 시늉을 한다.

엄마의 꽃심기가 가져온 깨달음은 아이의 농담으로 웃음이 되어 피어오른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장봉의 아름다움을 또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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